• (完)산티아고를 걷다_신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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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정민(시인)


    가지 않은 길

    ‘안타깝게도 나는 두 길을 갈 수 없는 한 사람의 나그네로 오랫동안 서서 한 길 이 덤불 속으로 꺽여 내려간 데까지 바라다 볼 수 있는 데까지 멀리 보았습니다 …… 길은 다른 길에 이어져 끝이 없었으므로 내가 다시 여기 돌아올 것을 의심하면서’…….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처럼 이번 여행에서 가지 못한 길이 떠올랐다.

     

    생자 드 피드 포르 Sain Jean Pied Port 는 고대 바스큐Basque 지역의 나바레 Navarre 왕국의 수도였다. 생장이라는 작은 마을은 건물이 매우 아름다운 매혹적인 마을이며, 전 세계 순례객들이 카미노로 향하는 첫 번째 관문이다. 피레네 산맥을 통하여 론세발라스로 가는 통과 구간이기도 하다. 순례자 사무실은 마을 도로를 따라 위쪽으로 올라가 돌문을 지나치면 좁은 골목에서 5분 정도 올라가서 좌측, 중심부 14번가에 있다. 그곳에서 크레덴시알도 만들고 가이드 북 책자도 받을 수 있다. 순례자의 상징인 조가비와 지팡이 구입도 할 수 있다. 생장 이후로는 상점이 없어서 피레네로 떠나기 전에 식료품점에서 간식과 물을 미리 준비하는 것이 좋다.

    생장에서 순례자 코스를 시작한다면 생장에서 하루 머무는 것이 좋다. 험하고 날씨 변동 심한 피레네 산맥을 넘기 위해서 말이다. 생장은 작은 마을이기는 하지만 음식과 음료를 쉽게 구할 수 있다. 운동부족으로 피레네를 넘기 힘들면, 생장 올라가는 언덕에 있는 오리손 알베르게에서 하루를 더 머무는 것도 좋다.


    <순례자를 상징하는 지팡이와 가리비, 그리고 노란 화살표>

    알레르게 오리손은 생장에서 약 9키로미터 오른 피레네 산 중턱에 위치하고 있다. 시설과 음식이 훌륭하다. 길 양옆으로 건물 두 개가 있는데 좌측과 우츨 2층이 순례자 숙소다. 새벽녘의 피레네 산매기의 별과 운무는 환상적으로 아름답다. 피레네 꼭대기에서 내리막길 시작하는 곳에 화살표로 좌우길이 나누어지는데, Easeir Way라고 쓰여진 우측길을 걷는 것이 좋다. 스페인 국경을 지나면 계속 내리막 길이다.

     

    <첫 알베르게의 정경>

    론세스바예스 Roncesvallas는 생장에서 시작한 순례자들과 버스를 타고 온 순례자로 붐비는 곳이다. 마을 중앙 왼편의 수도원 건물에 있는 사무실에서 등록한다. 사무실 건너편에 있는 옛날 수도원을 개조한 숙소가 좋다. 지하에는 샤워실, 세탁실, 공중전화가 있고, 2층은 120명이 큰 방에서 같이 자야한다. 소음과 코골이는 각오할 것. 지하 선반에 다른 순례자가 놓고 간 책, 옷, 여행용품 등을 진열해서 자유롭게 가져가기도 하고 놓고 가기도 한다. 아침 6시에 불을 켜므로 일찍 일어나면 지하에서 짐을 챙겨야 한다. 아침에 빵과 차를 지하 책장 주변에 준비해주긴 하는데 빨리 떨어지니까 챙겨먹어야 한다. 론세스바예스에서 3키로 더 가면 헤밍웨이 송어 낚시터 및 “태양은 다시 떠오른다”를 집필한 부르게테Burguete 가 나온다. 헤밍웨이는 이곳을 천국으로 묘사하고 있다.

     

    팜플로나Pamplona는 로마의 식민지로 건설되었고, 이슬람교도의 통치를 거여 10세기에는 나바라 왕국의 수도가 되었다. 중세에는 순례의 길 중계 지점으로, 또 프랑스와의 교역 지접으로 발전했다. 팜플로나를 세계적으로 유명하게 만든 것은 산 페르민 축제 Los San Fermins 이다. 이 축제는 매년 7월6일부터 14일까지 개최되며, 평소 조용했던 팜플로나 거리가 열광의 도가니에 빠진다. 본격적인 행사는 역시 마을 안에서 투우장까지 소와 쫓고 쫓기다가 때로는 소에게 받치거나 사람들 발길에 깔려 사망자까지 생기는 엔시에로 Encierro, 소몰이이다. 이 광경은 헤밍웨이의 <해는 다시 떠오른다>에서 묘사되었을 뿐 아니라, 방송을 통해서도 소개되는 경우가 많다. 뿐만 아니라 시드니 셀던의 <시간의 모래밭>에 등장하는 도시도 바로 이 팜플로나이다.

    팜플로나에 있는 나바라 미술관은 1556년에 지어진 병원건물을 개조한 미술관이다. 내부는 시대별로 나뉘어 있으며, 로마시대 부분에는 묘비나 묘석이 많다. 개축되기 전 카테드랄에 있었던 기둥 머리가 이곳에 소장되어 있으며, 로마네스크 미술을 대표하는 것으로 인기가 높다.

    광장 근처의 오래되고 유명한 식당, 까페 이루나가 있는데 오징어 튀김과 또르띠아를 추천한다. 팜플로나를 빠져나갈 때 공원 옆으로 지나가는 길이라 매우 인상적이다. 이후 페로돈 고개를 넘어간ㄴ 길은 경치가 좋으나 가파른 경사이므로 충분한 물을 미리 준비해야 하지만 고개 정상에는 약수터가 있다. 페르돈 고개 정상에는 수십 개의 풍차가 있고, 순례자를 형상화한 조각, 가시관 쓰고 못박히신 예수 청동 조각품이 있다. 내려가는 길은 자갈이라 조심해야 한다. 생장에서 팜플로나까지 가지 않은 길에 대한 정보를 마음 속에 기록한다. 언제고 펼칠 수 있게.

     


    <나무 의자에 그려 놓은 노란 화살표>


    아침 6시. 세수를 하고 나오는데 벌써 알베르게 문을 나서는 순례객의 뒷모습이 보였다. 어두우면 길을 안내하는 노란 화살표를 놓칠 수도 있다는데……. 따뜻한 우유와 빵으로 식사를 마친 뒤 오렌지와 요거트 1개, 치즈와 양상추를 넣은 바게뜨, 그리고 물을 챙긴 후 8시에 알베르게에서 나왔다. 아침 공기가 쌀쌀했다. 숙소 앞 나무의자에 노란 화살표가 그어져 있다.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우리를 안내했다. 화살표 방향으로 가면 되었다. 길바닥에도 벽에도 가로등 기둥에도 노란 화살표가 있었다. 길 잃을 일이 없을 것 같았다. 하지만 자신이 있는 곳에서 50미터, 혹은 100미터 안에 이 노란화살표가 없으면 길을 잘못 든 것이다. 마지막으로 화살표를 보았던 곳까지 돌아가 다시 길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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