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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르코의 추억                    

                         
                                                                                           주 정 이 (판화가)

     

     

    며칠 전 미술관련 자료검색을 하던 중 우연히 예전에 인기를 끌었던 TV시리즈「말괄량이 삐삐」에서 주근깨 삐삐역을 맡았던 배우 잉그 닐슨의 당시 모습과 현재의 모습이 소개된 것을 보며 문득, 내가 그림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나 시점이 언제부터인지가 얼추 겨냥이 되었습니다.

    내가 초등학교 3학년 때입니다. 어찌어찌 외국그림동화책 번안본이 손에 들어와 뻥 좀 쳐서 여러 수십 번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그 시절은 교과서 말고는 읽을거리가 별로 없었기에 보고 또 보고 하였는데 그 동화책이 『엄마 찾아 3만 리』였습니다. 그리고 그 책에 실린 삽화를 보고 베껴 보기 시작한 것이 내가 일흔이 다 된 지금까지 판화가로 살게 된 동기가 된 것 아닌가? 싶습니다. 그 당시가 전란 중이라 교과서라 해봤자 1학기가 다 지나고야 겨우 공급이 될까 말까였고 학교도 미군병영으로 징발이 되어 수업은 지금의 농업창고 같은 곳에서 하던 때이었습니다

    아무튼 어느 날 수업시간에 그 삽화를 베끼다가 선생님에게 딱 들켜서 ‘아이고! 죽었다.’ 싶었는데 내 머리통과 책상 위를 번갈아 노려보던 선생님이 내 그림을 집어들고 뚜벅뚜벅 걸어서 교실 뒤쪽 게시판으로 가서 압핀으로 부치었습니다. 당시 그 선생님은 아이들이 벌벌 떠는 이름난 호랑이 선생님이었는데도 별 탈 없이 그냥 넘어가 의아해했던 기억도 납니다.

    『엄마 찾아 3만 리』는 스웨덴 출신의 동화작가 에드몬드 데아미치스의 「사랑의 학교」에 실려 있는 단편동화 「아페니니산맥에서 안데스산맥까지」가 원작으로서 내가 기억하는 내용의 대강은 이랬습니다. 1882년경 이탈리아 제노바에 살고 있든 마르코의 집안은 아버지가 가난한 사람들 사람들을 위해 무료 진료소를 운영하고 있어 집안 형편이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엄마는 아르헨티나로 돈 벌러 떠나고, 마르코는 엄마를 만나러 가기위해 밀항을 하여 부에노스아이레스에 가지만 숱한 고생 끝에 만난 엄마는 병이 들어 있었습니다. 그 대목을 읽을 때 너무 슬퍼서 눈시울을 붉혔던 기억도 납니다. 그리고 그런저런 우여곡절 끝에 드디어 마르코는 엄마와 함께 제노바로 돌아온다는 줄거리입니다. 



    그 책에 삽화로 실린 주인공 마르코가 괴나리봇짐을 매달은 막대기를 어께에 메고 지친 팔자걸음으로 터벅터벅 걷는 모습이 피노키오 같기도 하고 말괄량이 삐삐 같기도 하였습니다. 내가 그렇게 마르코를 만난 것이 피노키오보다는 뒤고 말괄량이 삐삐보다는 먼저이지만 그런 순서와는 상관없이 삐삐를 보자 은연중 마르코 생각이 나고 마르코를 베끼던 기억도 난 것입니다. 수업시간에 딴짓 하다가 들키는 날에는 죽음이다 라는 위험을 무릅쓰고 마르코 베끼기에 열을 올렸던 이유는 나중이고 우선 그 동화책 속의 마르코가 보고 싶어서 당시 삽화로 그려진 마르코를 검색해 보았지만 아쉽게도 실패하였습니다. 동화책 『엄마 찾아 3만 리』는 요새도 출간이 계속되고 있긴 하지만 삽화로 그려진 마르코는 예전 것과는 분위기가 전혀 딴판이었습니다. 아무래도 시간 봐서 내 기억속의 마르코를 한 번 그려 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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