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完)인문의학 오딧세이_강신익
  • ▶ 사람은 왜 늙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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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은 왜 늙는가?

     





    강신익(인제대 인문의학연구소 소장)



    지구상에 생명체라고 할 만한 존재가 나타난 건 대략 35억 년 전이며, 현생 인류의 조상이 태어난 것은 12만 년 전이라고 한다. 생명의 역사를 1년이라고 하고 최초의 생명체가 1월 1일 0시에 태어났다고 가정하면 우리의 조상이 나타난 것은 대략 12월 31일 오후쯤이 된다. 다시 현생 인류의 역사를 1년으로 보고 우리 조상이 1월 1일 0시에 태어났다고 가정하면 20세기는 12월 31일 오후 5시쯤 시작된다.

    그 20세기가 시작될 무렵 갓 태어난 조선인 아이의 기대수명은 24세 전후였다고 한다. 그러다가 1920년에는 40전후, 1960년에는 50남짓이 되더니 2005년에는 무려 78.5세로 늘어났다. 우리는 100여 년 전에 태어난 조상보다 무려 3배나 오래 살게 된 것이다. 생명과 인류의 장구한 역사에 비추어 찰나에 불과한 시간동안 이루어 낸 성과치고는 엄청난 것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성과는 주로 영양과 위생 상태의 개선으로 전염병을 극복하고 출산 회수와 영아사망률을 크게 낮추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로써 인구의 구성 비율이 달라지고 있다. 2005년 현재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전체 인구의 9.1%이며 2050년에는 38.2%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한다. 고령인구가 많아지면서 질병의 양상이 크게 변화했고 그에 따라 건강에 대한 관점도 달라지기 시작했다. 이제는 전염병의 만연과 같은 대규모 재앙은 드문 반면 당뇨, 고혈압, 암, 알츠하이머 등 주로 인생 후반기에 발생하는 만성병이 주종을 이룬다. 이 병들은 평균 수명이 20~30에 머물던 인류 역사의 대부분 기간에는 아주 드물게 발생하던 것들이다. 이 병들은 인류가 기아상태를 벗어나고 생명을 연장하면서 치러야 했던 비용인 셈이다. 그렇다면 사람이 늙는 이유는 우리가 그만큼 오래 살게 되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말하려면 우리의 몸을, 오래 쓰면 닳거나 망가지는 기계로 상정해야 한다. 그러니까 우리가 늙는 것은 보증기간이 지난 자동차를 타듯 유효기간이 지난 몸을 움직이기 때문이고, 오래 살기 위해서는 자동차를 닦고 조이고 기름 치듯 잘 먹고 운동하고 쉬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좋다고 알려진 약과 음식, 운동을 찾고 이른바 웰빙 산업이 대박을 터뜨린다.

    그렇다면 우리 몸의 유효기간이 어디엔가 기록되어 있다는 말인데 세포 속 유전체가 가장 강력한 후보다. 97년 태어난 복제양 돌리가 예상보다 일찍 노화했고 같은 나이의 양보다 유전체 끝에 붙어있는 텔로미어라는 부분이 짧다는 사실을 발견한 과학자들은 드디어 노화의 비밀을 발견한 듯 했다. 그러나 노화의 비밀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았고 우리는 아직도 사람이 왜 늙는지 잘 모른다.

    어쩌면 그 해답은 급격히 수명이 늘어난 지난 100여년의 시간과 인간이라는 종족의 12만년 역사를 초월한 35억년이라는 생명 전체의 역사 속에 있을지도 모른다. 자연은 그 생명의 역사를 우리들 세포 속 유전체에 새겨 넣었을 것이다. 다양한 진화의 경험을 간직한 유전체는 시간과 공간을 가로질러 그 경험을 우리 몸의 현실 속에 풀어낸다. 하나의 유전자는 하나의 단백질을 만들지만 언제 어떤 상황에서 그것을 만드는지에 따라서 그 효과는 전혀 다를 수 있다. 노화에 대한 다면발현이론에 따르면, 젊었을 때 생존에 도움을 주었던 유전자가 노년기에는 유해한 효과를 가지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결국 우리가 늙는 것은, 청년기에 생존을 도왔던 유전자가 노년기에는 우리를 배반하도록 설계되었기 때문이라는 말이다.

    따라서 우리가 노화 유전자를 제거하여 영생을 얻으려면 젊음 또는 삶 자체를 포기해야만 할지도 모른다. 아직은 영생에 대한 집착보다 주어진 운명을 받아들이는 자세가 더 아름다워 보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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