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完)장편소설 관계_ 조풍호
  • ▶ <장편소설> 관계(에필로그)_ 조풍호
  • 장편소설 연재 최종회

     

     

     

                      관   계

     

                                                                    조 풍 호

     

     

     

     

    에필로그

    -랑고히르토네, 산미테 할머니를 추모하며

    태양은 늘 그러했다. 그러므로 열 개의 눈은 늘 빛나서 온 세상을 불태웠고 눈썹의 이슬은 요란해서 온 세상을 적시었다. 달도 늘 그러했으나 별들을 천천히 낳느라 보름달에서 시작해서 그믐의 휘장을 두를 때까지 밤으로 도피했고 하늘은 별들로 가득 찼다. 세월이 지나자 하늘의 전사들이 별자리 속에서 탄생했다. 활을 든 전사와 창을 든 전사는 형제였으므로 빛나는 창끝은 하늘의 북극성이 되고 멧돼지 별자리를 쫒던 전사의 화살촉에선 술이 흘렀다. 그들이 태어난 지 몇 백 년이 지난 어느 날, 땅을 둘러보던 형제는 태양의 눈썹 이슬이 만든 요란테 강과 알란테 강 자매를 본 뒤 반하여, 동지의 한밤중 어둠의 밧줄을 타고 내려와 각기 두 자매를 취하였다. 얼마 안 있어 요란테가 거인을 낳고 알란테도 거인을 낳았다. 요란테가 언니였으므로 쿰트라 산은 맏이의 위엄을 드러내었고 일로하 산도 못지않은 위용으로 두 산은 겯고틀면서 동생들을 거느리게 되었다. 먼저 쿰트라가 홀레이 계곡을 아내로 맞아드려 일가를 이루었는데 홀레이는 쿰트라를 닮은 곰과 표범과 뿔이 사나운 퓨를 낳고 홀레이 자신을 닮은 숭어와 연어와 칼투 물고기를 낳았다. 일로하도 랑그 계곡 아내와 동침하여 랑그는 새들을 낳았는데 독수리와 링게와 칼투마였다. 동생들인 콜로 산과 라투 산도 각기 링누 라누 계곡을 아내로 맞아들여 꽃들과 풀들을 낳았는데, 링누와 라누가 산고로 죽었다. 곧이어 애통해하던 콜로와 라투도 어머니 요란테에게로 가서 하소연하다 죽어서, 두 형제 쿰트라와 일로하는 동생 부부에 대한 애도의 표시로 입으로 피와 불을 토하고 쿰트라는 콜리낭기 나무를, 일로하는 갈락 나무를 세워 땅의 모든 열매의 조상이 되게 하였다. 태양신의 축복으로 열매가 비같이 쏟아지던 날. 땅에서는 해와 달과 별들을 닮은 열매의 껍질을 깨고 콜리낭기 열매에서 콜리족의 조상들이 태어나고, 갈락 열매에서 구르나족의 조상들이 태어났다. 오랜 세월이 지나 창을 잘 쓰는 구르나족은 물고기들을 따라 동쪽 산들의 등뼈를 밟으며 떠나갔고 콜리족은 하늘의 조상들이 그랬던 것처럼 멧돼지와 곰들을 사냥하며 서쪽 산들의 어깨를 밟으며 올라갔다. 더 오랜 세월이 지나 들판의 자손들이 순해져 개와 말이 생겨나서 꽃들이 달려간 넓은 들판에선 링게의 깃털을 머리에 꽂은 구르나족 전사들이 들소와 함께 말을 달리는 모습을 늘 볼 수 있었다. 그러던 어느 한 날, 구르나족 전사 로락투가 전설의 거대한 물고기 깜뚜가 산다는 랑두라 강을 향하다 뿔이 홀처럼 빛나는 멧돼지를 쫓아 서른 날을 달려온 콜리족 전사 누를 만났다. 손님을 극진히 모시는 전통에 따라 로락투는 달려오는 멧돼지를 잡아 바치려고 창을 던졌으나, 이것을 사냥감을 빼앗으려는 것으로 오해한 누가 로락투를 활로 죽였다. 이 소식이 전해져 구르나족은 로락투의 복수를 위해 콜리족이 산다는, 구름이 몇 백 리를 두른 산맥의 끝으로 출정하였고 콜리족 전사들은 칼투마의 피로 온몸을 바르고 할아버지의 할아버지의 할아버지의 형제들을 적으로 맞아, 서로가 서로를 아흔 날에 걸쳐 죽였다. 콜리족 족장의 아들이었던 누도 이 전쟁에서 죽어, 약혼자였던 콜로족 여인 로만이 슬픔을 견디지 못하고 콜리낭기 나무 아래서 죽었다. 그러자 일루하 산의 갈락 나무의 새들이 갈락 나무의 잎사귀와 콜리낭기 나무의 잎사귀들을 물어와 로만의 시신을 덮었다. 이때에 누 대신 막 콜리족 족장이 된 이가 지혜롭고 지혜로워서 지혜라는 뜻의 랑마여서 하늘의 뜻을 묻고자 하였다. 그래서 마침내 콜로족과 구르나족 별자리에서 술이 흘러내리는 그믐을 택해, 콜리낭기 잎사귀와 갈락 잎사귀를, 칼투와 연어와 숭어의 몸이 닿아 신령해진 돌들을 불에 달궈 제단 위에 쌓고, 산 전체를 덮을 연기와 안개를 만들어 일루하와 쿰트라 신의 말을 신들의 말로 전하였다.

     

    랑고히르토네 로드라네이시라 랑고히로트네 라미츄스리하 칼투무마 쿰타슈마 일리하 랑고히르토네 롱소르네 미르토미나

     

    사흘 낮밤을 이어진 신의 소리를 지금도 전하는 시인이 있으니 그는 랑마의 눈빛을 닮았으며, 신의 소리의 시작은 이러하다.

     

    오래 전의 형제여! 젖과 꿀의 달콤한 몸에서 태어난, 오래전의 형제여! 언제까지 활이 죽어 창이 태어나고 창이 죽어 활이 태어나야하는가. 칼투의 뼈를 화살의 촉으로 선물하고 퓨의 뿔을 창의 뿔로 선물하던 손으로, 전사의 살을 베어 독수리에게 던지고 여인의 몸을 불붙은 장작더미 위에 눕히는구나. 신령한 안개는 대지로 내려가 꽃들을 감추고 푸른 연기는 산의 이마로 올라가 나무들의 눈빛들을 덮어버리네. 오래전의 형제여! 우리의 손가락에서 흐르는 피로 맹세하고 우리의 가슴에서 흐르는 별에 맹세하여 대지의 꽃들이 산의 배꼽으로도 올라오게 하고 갈락의 잎사귀가 대지에도 흩날리게 하세

                                          (끝)

     

     

    연재를 마치며

    소설적 형식을 취했지만 주요 서사를 이어가지 않고 중간에 다른 이야기를 집어 넣어서 밑도 끝도 없는 충청도식 이야기체를 복원하고 싶었는데, 성취가 적습니다. 그동안 못난 글 연재하게 해준 '도요'에 감사드립니다.

    (조풍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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