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韓獨 생태시인 100인_송용구
  • ▶ <송용구의 韓獨 생태시인 100인>100인의 생태시와 시론

  • <제1회>


    에코토피아를 꿈꾸는 한국과 독일의 시인들

                                                          
                                                         - 100인의 생태시와 시론 -



     

    송용구(시인. 문학평론가. 고려대 연구교수)

     

     

    환경오염과 생태계 파괴를 일으키는 사회적 원인들을 규명하는 과정을 통하여 사람과 자연 간의 관계를 비판적으로 성찰하게 된 현대시를 독일어권 문단에서는 “생태시(Ökolyrik)”1) 또는 “생태학적 시(Ökologische Lyrik)”2)라고 명명해왔다. 1866년 생물학자 에른스트 헤켈(Ernst Haeckel)에 의해 처음 제시되었던 “생태학 (Ökologie)”의 개념과 시(Lyrik)가 결합되어 ‘생태시’라는 명칭이 형성되었다. 헤켈의 견해에 따르면 “생태학”이란 특정한 유기체와 주변 환경 간의 연관을 연구하는 학문이다.3) 물, 공기, 흙과 동식물 간의 상호 작용을 연구함으로써 생물들 간의 연관 시스템을 밝혀내고 종(種)의 생존 조건을 규명하는 학문이다. 이러한 생태학적 인식에서 생겨난 생태주의 패러다임, 정치현실 및 사회구조에 대한 비판적 인식, 환경운동의 이념 등이 생태시의 정신적 토대를 이루고 있다.4) ‘정치-생태학’의 전문가인 페터 코르넬리우스 마이어-타쉬(P. C. Mayer-Tasch)가 1981년 자신의 논문 「생태시는 정치적 문화의 기록물(Ökologische Lyrik als Dokument der Politischen Kultur)」을 통해 독일 문학사상 처음으로 명명하였던 현대시의 장르 ‘생태시’5)는 전후(戰後) 서독의 급진적인 경제개발과 산업발전에서 파생된 ‘생태문제’6)와 ‘사회문제’7)를 중심적인 소재로 다루어 왔다.

    사르트르(J. P. Sartre)의 문학론에 비추어본다면 생태시도 ‘참여문학’의 일종으로 규정될 수 있는 성격을 갖고 있다. 사르트르가 생각하는 ‘참여문학’은 ‘타자(他者)를 위한 문학’8)이며 ‘독자’의 ‘자유’에 ‘호소’9)하는 문학이다. 생태시의 시적 화자(話者)는 자연, 생명, 독자를 독립적 존재인 ‘타자’로 존중하고 타자와의 수평적 ‘상호 관계 (Wechselbeziehung)’10)를 추구한다. 그렇다면 사르트르의 문학관에 비추어 생태시도 타자를 위한 문학, 즉 ‘참여문학’으로 규정될 수 있다. 사르트르의 참여문학론과 관련시키지 않는다고 해도 ‘타자’인 자연과의 상호관계를 깨뜨리는 사회적 원인들을 비판하고 개혁할 것을 독자에게 호소하는 ‘저항’11)의 성격은 생태시를 ‘참여문학’으로 규정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 유기체와 물, 공기, 흙 간의 상호 작용을 연구함으로써 종(種)들 상호 간의 연관 시스템을 밝혀내고 종(種)의 생존 조건을 규명하는 학문을 ‘생태학’12)이라고 한다면 ‘생태시’는 이러한 생태학적 인식의 토대 위에서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전반에 대한 비판과 총체적 현실개혁을 추구하는 참여문학의 노선을 지향해왔다.

    1950년대 서독은 전후(戰後) 공황 상태의 극복과 국가의 재건을 추진하면서 경제 및 산업발전에 주력하였다. 발전 속도가 빨라질수록 생태계의 파괴 또한 가속을 얻었다. 그러나 정부 당국의 주도하에 서독 국민들은 생산성의 향상과 산업적 이익에 골몰했던 까닭에 생태계가 타락해가는 현실을 돌아볼 여유가 없었다. 발전과 개발의 급진적 속도는 자연의 생식능력과 자정능력에 심각한 타격을 가하였다. 도미노 현상처럼 마침내 인간의 생명도 위협받기 시작하였다. 1950년대 독일 문단에서 생태시의 성격을 선명히 보여준 시인으로 손꼽히는 한스 카스퍼(Hans Kasper), 한스 위르겐 하이제(Hans Jürgen Heise), 다그마르 닉(Dagmar Nick) 등의 시작품들은 이러한 서독 지역의 시대상황을 반영하고 있다. 1955년에 발표된 서독 시인 한스 카스퍼의 시 「프랑크푸르트 」에서 시의 화자는 “기름을 머금은 마인 강에서/ 수만 마리 물고기가 숨이 막혀 죽었지만/ 시민들로서는 놀랄만한 이유가 전혀 없다.”13)라고 말한다. “시민들”의 무관심과 행정 당국의 안일함을 냉소적으로 풍자하고 있는 발언이다. “강”의 자정능력이 마비되어가는 상황에 대해 “시민들”이 무관심으로 일관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국가적 차원에서 경제성장과 산업발전의 급진적 궤도를 질주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는 까닭에 자연환경과 생태계를 보호할 수 있는 여력이 없었던 것이다. 1950년대 서독의 시대상황으로 미루어볼 때, 기존의 전통적 ‘자연시’가 ‘생태시’라는 ‘새로운 자연시’14)의 형태로 옮아간 것은 시대상황의 추이에 따른 문학적 변모의 결과였다고 말할 수 있다.

    ‘생태시’라는 명칭이 본격적으로 사용된 최초의 단행본은 1981년 뮌헨의 체. 하. 베크(C. H. Beck) 출판사에서 출간된 생태사화집 『직선들의 폭풍우 속에서. 독일의 생태시 1950-1980 Im Gewitter der Geraden. Deutsche Ökolyrik 1950~1980』이다. 마이어-타쉬 교수가 단독으로 편찬한 이 생태사화집은 독일어권 지역의 대표적 생태시집이다.15) 1950년대 이후 1980년대에 이르기까지 ‘생태시’의 문학적 성격, 다양한 주제의식, 언술방식의 특징, 사회참여의 양상 등을 상세히 알 수 있는 중요한 시집이다. 마이어-타쉬는 서독과 동독․스위스․오스트리아 등 독일어권 지역 출신의 시인 92명의 ‘생태시’ 206편을 주제의식의 유형에 따라 제1장에서 제8장까지 분류하였다. 이 사화집에 실린 작품들 중 약 120여편의 시가 1970년대 이후 1980년대에 걸쳐 발표되었다는 사실을 감안해 볼 때, 1970~1980년대는 ‘생태시’가 독일어권 현대시의 주요 장르로 부각된 시기였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서독 시인들의 경우엔 전후(前後) 산업 발전의 급진적 속도에 기인하는 환경오염의 문제만을 ‘생태문제’로 다룬 것은 아니었다. 1960년대 이후 서독 문단에서 발표된 시작품들은 ‘반전(反戰)’, ‘반핵(反核)’, ‘평화’ 등 지역과 문화권의 차이를 초월하는 탈경계적 정치문제와 사회문제를 ‘생태문제’와 결합시켰다.16) 1960년대 이후 서독 사회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거의 전영역에서 혁신적 변화를 체험하게 된 것도 ‘생태시’의 주제의식을 탈지역적․범세계적 범주로 확장시킨 주요 요인이라고 말할 수 있다. 1961년부터 해마다 열린 ‘부활절 행진 운동’을 통하여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전반에 걸쳐 비판과 개혁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특히 베트남 전쟁에 대한 ‘반전’ 운동과 ‘68운동’에 이르러 대학생들과 지식인들의 비판은 더욱 강해지고, 더욱 구체적이며, 더욱 폭넓은 사회의식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시대상황을 몸으로 겪을 뿐만 아니라 비판의 주체이기도 했던 서독의 시인들은 생태문제, 정치문제, 사회문제를 총체적으로 인식하는 ‘정치생태학’ 및 ‘사회생태주의’적 관점을 통해 ‘생태시’의 테마와 소재를 세계시민(世界市民)적 사회개혁의 차원으로 확장시킬 수 있었다.17)

    한국에서 ‘생태시’의 형성은 독일어권 지역보다 늦게 이루어졌다. 1950년대 중반, 한국 사회는 6.25 전쟁 직후의 폐허와 참상을 수습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다보니 산업의 발전에도, 국가의 재건에도 엄두를 낼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한국의 시단에서는 전통적 ‘자연시’ 위주의 작품들이 주류를 이루는 가운데 1963년 박두진의 시 「인간밀림」, 1969년 김광섭의 시 「성북동 비둘기」등 소수의 작품만이 생태의식과 문명에 대한 비판의식을 드러낸 바 있다. 박두진과 김광섭의 시는 한국 ‘생태시’의 맹아(萌芽)를 보여주었다고 말할 수 있다. 1970년대 들어 한국 사회 안에서 사람과 자연 사이의 심각한 불화 현상을 낳은 정치적 부조리와 사회적 병리현상을 구체적으로 인식하는 시들이 숫자를 더해갔다. 이러한 현실인식의 토대 위에서 생명을 가진 모든 것들에게 닥쳐온 생존의 위기상황을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생명의 파괴상황을 해부학 교실의 해부 실습처럼 세밀하게 재생하는 시들이 발표되었다. 1970년대 이하석, 이건청 등의 시를 손꼽을 수 있다. 그러므로 ‘생태시’라는 장르가 1960년대 박두진, 김광섭 등에 의해 맹아를 나타낸 데 이어 1970년대 이후 현대시의 뚜렷한 경향을 형성한 것은 당대 한국 사회의 생태적 실상에 비추어 당연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문학은 사회의 반영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하석, 이건청 등 소수의 시인들에 의해 ‘생태시’라는 경향이 본격적으로 부각되었다고 해도 1990년대 이전에는 환경 및 ‘생태문제’에 대한 작가들의 범문단적 연대의식을 기대할 수는 없었다. 이러한 현상은 1960년대 이후 1980년대 말까지 한국이 안고 있었던 정치․경제의 특수한 조건에 기인한다. 1960년대 이후 1970년대로 이행하는 시대의 흐름 속에서 한국 사회는 군부정권의 주도하에 산업발전의 속도를 급진적으로 추진해왔던 까닭에 생태계와 자연환경이 망가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정치권력은 ‘개발’ 정책을 통하여 국민들의 발길을 오로지 ‘발전’의 직선주로(直線走路)와 ‘성장’의 고지(高地)로만 인도할 뿐이었다. 1955년 서독의 시인 한스 카스퍼가 자신의 시 「보훔 Bochum」에서 반어적으로 비판한 것처럼 국민들의 머리 속에 “생산의 수치(數値)밖에 모르는 전자형(電子形) 두뇌”18)만을 주입하는 상황과 엇비슷했다. 서구 강대국들의 산업 폐기물을 수입하여 한국의 흙과 물 속에 매장시키는 어처구니없는 사건들이 일어나기도 했다. 한국이 안고 있는 이러한 사회적 부조리는 언론을 억압하고 통제하는 독재권력의 검은 장막에 은폐되어 국민에게 알려질 수 없었다. 1970년대 이후에도 환경문제는 사회적 이슈가 될 수 없었다. 1970~80년대는 관행처럼 이어져온 정경유착․관치금융․독점자본 육성․임금착취․수입개방 등으로 인해 기형적 경제구조가 고착된 시대였고, 언론과 집회의 자유가 봉쇄당하는 인권탄압의 시대였다. 이러한 현실상황 속에서 군부정권에 대한 저항이 가열되고 진보와 보수의 대립이 격화됨으로써 국민들의 관심은 정치와 경제의 문제에 집중되었다. 시민 대중은 물론 문인들까지도 환경문제와 생태문제에 관심을 가질 여유가 없었다. 이 시기의 한국문학은 ‘민중․민주주의 운동’과 맥락을 함께 하였던 까닭에 독자의 눈길을 환경오염의 현장으로 이끌지 못했다. 정경유착에서 파생되는 특혜 위주의 개발사업, 경제적 이익에만 치중하여 노동자의 생존권과 ‘자연’의 생명권(生命權)을 침탈하는 재벌기업의 횡포, 이를 비호하는 권력자들의 부패 등이 자연과 사람 간의 공생(共生)을 위협하는 원인임을 고발하는 시적(詩的) ‘저항’의 목소리들이 미약하였다. 민중문학 계열의 한국 작가들이 보여주었던 ‘저항’의 진정성에는 공감하지만 그들이 정치경제의 모순과 ‘생태문제’ 간의 연관성을 깊이 인식하지 못했던 까닭에 ‘저항’의 노선이 단선적이었음을 지적할 수 있다. 한국 사회가 안고 있는 이러한 특수한 상황 속에서 ‘생태시’가 시단의 중심적인 조류가 되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19)20)

    군부정권의 지배력이 약해지는 1980년대 말부터 1990년대 초에 이르러 비로소 한국 사회는 환경문제와 생태문제에 관심을 표명하기 시작하였다. 언론 통제와 여론 조작도 완화되어 환경오염으로 인한 피해사례가 대중매체를 통해 지속적으로 보도되었다. 이에 따라 한국민들도 ‘환경오염’을 중요한 ‘사회문제’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사회의식이 한국의 문인들에게도 자리잡으면서 자연관(自然觀)의 자연스런 변화를 유발하였던 까닭에 1990년대 한국 문단에서는 ‘생태시’ 혹은 ‘환경시’의 창작과 담론이 활발하게 전개될 수 있었다.21) 1991년 시인 고진하와 평론가 이경호가 엮은 생태사화집 『새들은 왜 녹색별을 떠나는가』22)는 ‘생태 환경’23)에 대한 묵시록이라고 명명해도 지나치지 않을 만큼 ‘한국’이라는 지역적 현실의 경계를 초월하여 ‘지구’의 난파를 경고하는 시적(詩的) 사이렌의 모음집이었다. 『새들은 왜 녹색별을 떠나는가』의 출간은 한국 문단에서 ‘생태시’를 현대시의 중심적 장르로 정착시키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하였다. 이 생태사화집의 출간을 전후하여 지금까지 ‘생태문제’를 소재로 다룬 시집들이 지속적으로 발표되어 왔다. 고형렬의 『서울은 안녕한가』24)와 『리틀 보이』25), 최승호의 『세속도시의 즐거움』26), 김지하의 『중심의 괴로움』27), 신진의 『강』28), 이승하의 『생명에서 물건으로』29), 강남주의 『흐르지 못하는 강』30), 고진하의 『우주배꼽』31), 이선관의 『지구촌에 주인은 없다』32)등은 ‘생태시’를 한국 현대시의 주변부가 아닌 중심권에 위치시키는 데 기여한 성과물들이다. 사람의 자유, 인권, 생존권을 쟁취하기 위해 ‘저항’하던 1990년대 이전의 참여문학이 1990년대 이후 사람과 자연의 공동 ‘생명권’과 보편적 ‘생명’을 옹호하기 위해 ‘저항’할 수밖에 없는, 폭넓은 참여문학의 형태로 변화하였다.33) 2000년대 이후 생태시에 대한 한국 시인들의 범문단적 연대의식은 더욱 두터워지고 생태시의 주제의식은 더욱 다양한 층위를 보여주었다. 2000년 8월 11일 ‘한국현대시인협회’에서 결의한 ‘환경선언문’34), 2007년 한국의 시단을 대표하는 ‘한국시인협회’ 소속 시인 434명의 ‘생태시’를 모은 생태사화집 『지구는 아름답다』35)의 출간, 2010년 ‘일한(日韓) 환경시선집’ 『지구는 아름답다』36)의 출간은 ‘생태시’가 한국문학사에서 간과할 수 없는 시장르의 위치를 점유했음을 확증하는 본보기이다.

    비록 ‘생태시”라는 장르가 독일과 한국의 문단에서 현대시의 주요 경향으로 자리 잡았던 시기는 서로 다를지라도 그 역사적 배경의 공통점을 파악해보자. 가장 선명하게 드러나는 공통점들은 ‘전쟁’, 전쟁 후의 ‘가난’, 가난을 극복하고 사회를 재건하기 위한 산업 발전의 급진적 속도 등이다. 이것을 “문명의 역기능”이라고 명명한다면 문명의 역기능에 대한 비판의식이 양쪽 지역의 문단에서 ‘생태시’라는 유형을 현대시의 경향으로 고착시킨 원인이자 배경이 되었다. 독일의 사회적 상황에서 파생되었던 ‘생태시’는 생태문제가 안고 있는 범세계적 사회문제의 속성 때문에 20세기 중반 이후 세계 각 지역의 문단에서도 현대시의 주요 장르로 부각되었다. 생태위기의 현상은 세계 각 지역 간의 정치적 역학관계, 경제구조, 경제와 정치 간의 상관성, 전쟁, 핵문제 등과 밀접한 연관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37) 그러므로 각 지역의 문화적, 환경적 특수성을 초월하여 ‘생태문제’를 소재로 다루는 시작품들 사이에서 나타나는 문학경향의 공통점이 있다. 첫째는 ‘생태위기’를 조장하는 사회적 원인들에 대하여 독자의 비판의식을 유도한다는 점, 둘째는 독자와 시인의 연대의식을 정신적 에너지로 삼아 생태계의 평형을 회복할 수 있는 사회개혁의 메시지를 전한다는 점이다.

     

    필자는 ‘생태시’의 성격을 다음과 같이 10가지로 규정해보았다.

     

    (1) 생태시는 자연과 인간의 생명이 손상되는 상황을 직설적 어법(語法)을 통해 사실적으로 묘사한다.

    (2) 생태시는 전쟁, 핵개발, 개발사업, 건설사업 등 생태계 파괴를 일으키는 정치 및 사회적 원인들을 비판하면서 선언문적 어법을 통해 그 원인들에 대한 개혁을 호소한다.

    (3) 생태시는 이성만능주의, 물신주의, 배금주의, 과학기술만능주의, 성장제일주의 등 인간의 잘못된 의식구조로 인하여 도구와 물건으로써 사용되는 자연과 생물을 도구가 아닌 존재 그 자체로서, 물건이 아닌 생명 그 자체로서 존중할 것을 호소한다.

    (4) 생태시는 인간의 인권과 생존권을 억압하는 사회구조가 자연의 생명권(生命權)을 침탈하는 지배구조를 확대한다는 사실을 고발하면서 인권과 생명권의 동시적(同時的) 회복을 지향한다. ‘사회생태주의’적 패러다임과 ‘생태여성주의’적 패러다임을 일깨우는 시의 유형이다.

    (5) 생태시는 자연과 인간 사이에 이어져 있는 생명의 연결고리와 생명선(生命線)의 생태학적 순환구조를 포착하여 부각시킨다.

    (6) 생태시는 자연미(自然美)의 상실을 슬퍼하면서 자연미의 회복을 호소한다.

    (7) 생태시는 생태위기로 인한 인류의 멸망과 지구의 종말을 묵시록의 어법을 통해 경고함으로써 종말에 대한 위기의식과 정신적 저항력을 일깨운다.

    (8) 생태시는 인간의 생명권과 자연의 생명권이 평등하다는 것을 강조한다.

    (9) 생태시는 물, 공기, 흙, 나무, 꽃, 새 등 자연의 모든 생물을 인간과 함께 사회의 동등한 구성원으로 묘사한다.

    (10) 생태시는 사회개혁의 과정을 통하여 인간과 자연의 상호의존(相互依存)이 이루어지는 대안사회의 비전을 노래한다.

     

    필자가 규정한 ‘생태시’의 기본적 성격에 따르면 생태시는 파괴된 자연환경의 실상을 사실적으로 재생하는 것에만 중점을 두는 시가 아니다. 생태시는 자연의 생명력과 생태계의 자정능력을 객관적으로 진단함으로써 사람과 자연 간의 관계가 어떻게 변화되었는가를 사실적으로 인식하는 시이며, ‘생태위기’의 원인들을 비판적으로 성찰함으로써 사람과 자연 간의 상생의 출구를 찾아나가는 현실참여의 문학이다. 세계 곳곳에서 환경파괴와 생태계 교란으로 인하여 각종 이상기후의 재앙을 겪고 있는 21세기의 현실을 진단한다면, 독일의 문예학자 랄프 슈넬(Ralf Schnell)의 말처럼 현대인들은 “손상된 세계”에서 살아가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지구’라는 생명공동체를 이상적 대안사회로 바꾸어갈 뿐만 아니라 지구의 건강한 생태계를 후대에 물려주기 위해서도 ‘생태시’는 특정한 시대와 지역의 한계를 초월하여 계속 창작되어야 한다. 이러한 문학적 소명의식을 가진 한국 시인 50명과 독일 시인 50명의 대표적 ‘생태시’를 선정하여 총 100명의 시를 비교하고 연관시키는 시론 10회를 구성해보았다. 필자는 문학평론가의 입장에서 각 시인의 고유한 시세계를 비교적 상세히 소개하였고 문학사적(文學史的) 의의를 부각시켰다. 독일 시인들의 작품에 대해서는 시적(詩的) 묘미를 살릴 수 있는 번역의 문체를 고려하였다. 각 작품에 대해서는 생태주의 이론과 참여문학 이론에 바탕을 둔 시론을 전개하였다. 기획 연재 「에코토피아를 꿈꾸는 한국과 독일의 시인들」이 한국 문단에서 ‘생태시’를 통한 문학적 사회참여의 기폭제가 되기를 바라며 한국문학과 독일문학 간의 정신적 연대의식을 형성하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 더 나아가서는 생태문제 혹은 환경문제가 특정 지역을 초월하여 세계문학의 네트워크 안에서 ‘시’라는 장르에 반영되고 있는 현상을 증명함과 동시에 동양과 서양의 문학적 지평을 탈경계화하는 현대시의 발전 양상을 전망하는 기회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이 기획 연재의 글은 저서로서 출간이 예정된 글이므로 인용을 제외한 표절을 삼가주시길 부탁드린다.(송용구)


    주)
    1) P. C. Mayer―Tasch, 「Ökologische Lyrik als Dokument der politischen Kultur」, in: 『Im Gewitter der Geraden. Deutsche Ökolyrik 1950―1980』, hrsg. v. P. C. Mayer―Tasch, München 1981, S. 11.

    1981년 페터 코르넬리우스 마이어-타쉬의 논문 「생태시는 정치적 문화의 기록물 Ökologische Lyrik als Dokument der politischen Kultur」에서 처음으로 ‘생태시’라는 명칭이 사용되었다. 특히, 그의 논문은 1981년 뮌헨의 출판사 ‘체. 하. 베크 C. H. Beck’에서 출간된 생태사화집 『직선들의 폭풍우 속에서. 독일의 생태시 1950-1980』의 지침 Einleitung 역할을 맡고 있다.

    2) Ebd., S. 9.

    3) Ernst Haeckel, Generelle Morphologie der Organismen, Berlin 1866. Bd. 2. S. 286.

    4) 송용구, 「독일과 한국의 ‘생태시’에 나타난 묵시록의 성격과 기능」, 『뷔히너와 현대문학』제38집, 2012, 56쪽 참조.

    5) P. C. Mayer―Tasch, Ökologische Lyrik als Dokument der politischen Kultur, in: Im Gewitter der Geraden. Deutsche Ökolyrik 1950―1980, hrsg. v. P. C. Mayer―Tasch, München 1981, S. 11.

    6) 머레이 북친, 『사회생태론의 철학』, 문순홍 역, 솔, 1997, 234쪽.

    1964년 ‘사회생태주의 social ecology'라는 이론을 제시한 머레이 북친 Murray Bookchin은 “현 시대의 생태문제는 사회문제로부터 파생되었다”고 주장하였다.

    7) 같은 책, 234쪽.

    8) 변광배, 『사르트르 참여문학론』, 살림, 2006, 48쪽.

    9) 같은 책, 59-60쪽.

    10) 마르틴 부버, 『나와 너』, 문예출판사, 1977, 14쪽, 159쪽.

    11) P. C. Mayer―Tasch, a. a. O., S. 12.

    12) Ernst Haeckel, Generelle Morphologie der Oaganismen, Berlin 1866. Bd. 2. S. 286.

    13) Hans Kasper, Frankfurt, in: Im Gewitter der Geraden. Deutsche Ökolyrik 1950―1980, hrsg. v. P. C. Mayer―Tasch, München 1981, S. 32.

    14) Erich Fried, Neue Naturdichtung, ebd., S. 58.

    15) 이 생태시집은 1998년 필자(송용구)의 번역과 주해(註解)를 통해 『직선들의 폭풍우 속에서. 독일의 생태시』라는 이름으로 ‘시문학사’에서 출간되었다. 총 206편 중 대표시 50여편만을 선별하여 번역하고 주해를 붙였다.

    16) Vgl. 김용민, 『생태문학』, 책세상, 2003, 267쪽.

    17) Vgl. Ebd., 268, 269쪽.

    18) Hans Kasper, Bochum, in: Im Gewitter der Geraden. Deutsche Ökolyrik 1950―1980, hrsg. v. P. C. Mayer―Tasch, München 1981, S. 35.

    19) Vgl. 송용구, 『에코토피아를 향한 생명시학』, 시문학사, 2000, 13-16쪽.

    20) Vgl. 신덕룡, 「생명시 논의의 흐름과 갈래」, 『시와사람』, 1997년 봄호, 86쪽.

    21) Vgl. 같은 책, 87쪽.

    22) 고진하 ․ 이경호(엮음), 『새들은 왜 녹색별을 떠나는가』, 다산글방, 1991.

    23) 생태사화집 『새들은 왜 녹색별을 떠나는가』의 부제는 ‘생태 환경시’이다.

    24) 고형렬, 『서울은 안녕한가』, 삼진기획, 1991. 이 시집의 부제는 ‘환경시’ 이다.

    25) 고형렬, 『리틀 보이』, 넥서스, 1995. 2006년 일본 ‘콜삭’ 출판사에서 일본어판으로도 출간된 이 서사시집의 테마는 ‘반핵(反核)’이다. ‘리틑 보이’는 1945년 8월 6일 일본의 히로시마에 투하된 최초의 원자폭탄 이름이기도 하다.

    26) 최승호, 『세속도시의 즐거움』, 세계사, 1991.

    27) 김지하, 『중심의 괴로움』, 솔, 1994.

    28) 신진, 『강』, 시와시학사, 1994.

    29) 이승하, 『생명에서 물건으로』, 문학과지성사, 1995.

    30) 강남주, 『흐르지 못하는 강』, 전망, 1997.

    31) 고진하, 『우주배꼽』, 세계사, 1997.

    32) 이선관, 『지구촌에 주인은 없다』, 살림터, 1997.

    33) Vgl. 송용구, 앞의 책, 17쪽.

    34) 한국현대시인협회, 「환경선언문」, 『시문학』2000년 10월호, 156-157쪽.

    35) 한국시인협회, 『지구는 아름답다』, 뿔, 2007.

    36) 사가와 아키․ 권택명(편역), 『지구는 아름답다』, 土曜美術史, 2010.

    이 ‘日韓 환경시선집’에 참여한 시인들은 김남조, 김종길, 고은, 신경림, 김지하, 허영자, 신달자, 유안진, 이건청, 오세영, 고형렬, 이수익, 송수권, 문인수, 박주택, 문태준, 이재무, 박찬일, 송용구 등 한국 시인 100명과 일본 시인 270명이다.

    37) 머레이 북친, 앞의 책, 244쪽.

    북친은 “위계질서와 지배체제를 비판하고 해체하는 것이 현재의 생태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주장하였다.

      *이 기획 연재의 글은 출간이 예정되어 있으므로 인용을 제외한 표절은 삼가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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