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完)동화 아기뱀 꼬물이_조명숙
  • ▶ 뭔가 이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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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기뱀 꼬물이
                        

                 조  명 숙
     


    <일러스트 이지산>


    18. 뭔가 이상해


      날이 밝자 꼬물이는 또 굴을 나섰습니다.

      굴 밖에는 신선한 바람이 불고 있었습니다. 바람에서 향긋한 냄새가 났습니다.

      꼬물이는 외딴집 마당으로 슬슬 내려갔습니다.

      이슬이 촉촉하게 내린 마당은 싱그러운 풀 냄새와 꽃 냄새가 가득 차 있었습니다.

      꼬물이는 마타리 줄기에 앉아 있는 청개구리를 발견했습니다.

      온몸이 연두색인 조그만 청개구리였습니다.

      “야, 귀엽게 생겼네. 어디 보자.”

      꼬물이는 머리를 청개구리 쪽으로 뻗었습니다. 그런데 마타리의 허리가 쑥 꺾이는가 싶더니, 청개구리가 폴짝 뛰어 달아나고 말았습니다.

      이번에는 꽃밭을 들여다보았습니다. 촉촉하게 이슬이 내린 땅 위를 지렁이가 기어다니고 있었습니다.

      “한심하기 짝이 없군. 왜 그렇게 느려터진 거야? 칙칙하고 물렁물렁한 피부는 또 뭐냐?”

      

      지렁이를 한바탕 비웃어준 꼬물이는 꽃밭 깊숙이 들어갔습니다. 꽃과 꽃 사이로 난 작은 길은 꼬물이가 기는 연습을 하기에 안성맞춤이었습니다.

      우선 몸을 둥그스름하게 만들어 앞쪽으로 미끄러지게 기어갔습니다. 몸이 부드럽게 앞으로 나가는 것이 무척 재미있었습니다.

      그 다음에는 배에 달린 비늘을 이용해서 똑바로 앞으로 나아갔습니다. 넓은 마당을 재빨리 달려가 보기도 했지요.

      한참동안 신나게 기어 다니다 보니 그만 싫증이 났습니다. 꼬물이는 살금살금 외딴집 밖으로 나갔습니다.

      길에는 풀이 무성했습니다. 풀잎이 몸에 스치자 기분이 좋았습니다.

      ‘야, 재미있는데?’

      꼬물이는 점점 흥분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깊고 진한 냄새는 뭘까?’

      꼬물이는 혀를 내밀고 깊고 진한 냄새가 나는 쪽으로 몸을 돌렸습니다.

      알 수 없는 어떤 힘이 끌어당기고 있었습니다. 꼬물이는 자기도 모르게 몸을 돌렸습니다. 그리고 뒤돌아보지 않고 부지런히 기어갔습니다.

      얼마나 기어갔을까요? 꼬물이는 문득 고개를 들었습니다.

      “꼬물아! 꼬물아!”

      멀리서 희미하게 엄마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엄마……’

      꼬물이는 감나무가 있는 쪽을 돌아보았습니다. 그러나 곧 돌아섰습니다. 엄마가 부르는 소리보다 더 큰 목소리가 마음속에서 들려왔습니다.

      ‘신경쓸 거 없어.’

      꼬물이는 작은 머리를 흔들었습니다.

      이상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마음속 목소리는 점점 더 또렷해졌습니다.

      ‘세상은 넓고 신기한 것으로 가득 차 있어.’

      꼬물이는 망설였습니다. 이상한 생각과 엄마 목소리가 뒤죽박죽 들렸습니다.

      어느 순간, 엄마 목소리가 점점 희미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꼬물이는 깊고 진한 냄새가 나는 쪽으로 몸을 돌렸습니다. 

     

      꼬물이가 저수지를 향해 가고 있을 무렵. 외딴집 감나무 아래 굴에서는 먹치가 한숨을 내쉬고 있었습니다.

      아무리 불러도 꼬물이가 돌아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아무래도 율모기를 먹치처럼 키울 수는 없는 모양이야.’

      먹치는 실망해서 중얼거렸습니다. 그때 하얀 알껍질이 갈라지면서 까만 아기 먹치의 머리가 보였습니다.

      먹치는 입으로 알을 살짝 깨뜨렸습니다. 새까만 아기 먹치가 꼬물꼬물 기어나왔습니다.

      먹치는 나머지 알들의 껍질도 깨뜨렸습니다.

      알을 깨고 나온 아홉 마리 아기 먹치들은 모두 새까맸습니다. 하나같이 머리가 둥글넙적하고 순해 빠진 모습을 하고 있었습니다.

      “모두 무사하구나.”

      아기 먹치들은 먹치의 품을 파고들었습니다. 먹치는 아기 먹치들을 다정하게 껴안았습니다. 

      “배고프지? 우선 너희들이 깨고 나온 알껍질을 먹도록 해라. 영양분이 많으니까 말이다.”

      아기 먹치들은 아작아작 알껍질을 부숴 먹었습니다.

      “아유, 맛있어.”

      “넌 왜 내 거까지 먹는 거야?”

      “저리 좀 비켜 봐. 난 먹을 수가 없잖아.”

      아기 먹치들이 저마다 떠들었습니다. 조용하던 먹치굴은 시끌시끌해졌습니다.

      먹치는 맨처음 깨어난 아기 먹치에게 첫째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두 번째로 깨어난 아기 먹치에게는 둘째, 세 번째는 셋째, 그 다음은 넷째, 다섯째, 여섯째, 일곱째, 여덟째, 아홉째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자, 그럼 엄마가 지렁이 잡아다 줄게. 조금만 기다리거라.”

      “네, 엄마.”

      아기 먹치들이 입을 모아 대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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