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상이 보이는 詩_최영철
  • ▶ <세상이 보이는 시>장어長魚_이영유

  • 長魚

     

                                        이영유



    장어를 뒤집자 어둠이 온다
    그걸, 마구 씹으며 까맣게 구우며
    논길 들길 늪지를 건너 구름을
    몰아온다
    온 다음에는 또
    간다 그러면
    생긴 대로 깊고
    기다란 밤길은 그냥
    천하
    長江이 된다
    어리숙한 뱃노래에 실려가는 장어의
    下流行

    이와 같다

                                -시집 『검객의 칼끝』




    이영유 -1950〜2006년. 시인이며 연극연출가. 1982년 무크지 우리시대의문학으로 등단. 시집 『그림자 없는 시대』『나는 나를 묻는다』외

    -
    시인은 시와 연극에 미쳐 살았던, 참 호방한 사람이었다. 어느 날 홀연히 나타나 몇 차례 술을 마신 뒤 다시 홀연히 사라지기 일쑤였던 그가 오랜만에 전화를 걸어와 불쑥 말했다. ‘영철아, 나 암이래.’ 하도 뜬금없는 말이어서 그것은 마치 연극 대사의 일부처럼 들렸다. 장어를 뒤집는 사이 날은 저물고, 강처럼 길게 꼬부라진 장어를 씹으며 밤은 깊어갔다. 그가 걸어간 ‘깊고 기다란 밤길’이 장어이며 ‘어리숙한 뱃노래’에 실려간 그의 생이 장어였을 것이다. (최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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