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상이 보이는 詩_최영철
  • ▶ <세상이 보이는 시>봄이 겨울에게_오창헌
  • 봄이 겨울에게

     

    오창헌

     

     

    햇살을 받아

    햇살을 받아

    너는 수피속에 금자탑을 세우고

    그대로 서 있거라

     

    나는 이 순간 헐벗은 나무로 남아

    너의 인고를 가슴에 기록할 것이다

    너의 문을 열고

    네가 세운 금자탑으로

    세상에 너의 마지막 소식을 알릴 것이니

    혹 너를 버렸다고 당혹해 하지는 마라

     

    그리고 기다려다오

     

    마음이 뜨거워지고

    몸이 활활 타올라

    마침내 사그라들면

    나의 일기장엔 너의 기록이

    가득찰 것이다

    빛나는 금자탑이 언강을 녹이고

    폭설을 당당히 물리치고

    꽃시샘추위도 헤쳐내면

    그때를 기다려

    그때를 기다려 나는

    너의 마지막 기록을 가슴에 품고

    햇살의 위로를 받을 것이다

     

     

    -
    겨울은 길고 혹독한 것이지만 그런 시련을 사람들은 오래 기억하지 못한다. 살금살금 먼 발치에서 다가오는 봄의 기척을 느끼는 것과 동시에 겨울에 품었던 어둡고 우울한 심사는 온데간데 없어진다. 아무리 옷을 여미고 문을 닫아걸어도 겨울의 혹한은 속속들이 침범해 들어오던 것이어서 봄이 오리란 믿음을 의심하게도 하였다. 아래위 산으로 에워싸여 일조량이 부족한 강마을로 옮겨와 다섯 번의 겨울을 나는 동안 나 역시 봄이 오리란 믿음을 의심하기도 했지만 그보다 더 위험한 것은 다시 또 겨울이 온다는 사실을 잊고 사는 것이었다. 이제 다시 맞이하게 된 봄의 찬란한 영화는 모두 겨울의 공덕이다. 그 엄혹한 시련이 없었다면 다시 맞게 된 봄이 이렇게까지 찬란하지는 않을 것이다. (최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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