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상이 보이는 詩_최영철
  • ▶ <세상이 보이는 시>유홍준_선암사 뒤뜰 조무래기 박새 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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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암사 뒤뜰 조무래기 박새 떼

                                            유 홍 준

       

     

    선암사 뒤뜰 박새 떼들은 한시도 가만있질 못한다

    조무래기들은 다 그렇다 후드득 후드득 몰려다닌다

    매화나무에 붙었다 동백나무에 붙었다

    떼로 뭉쳐 날아다니는

    새들의 이동소리 제법 크다 생동감이 있다 이 산에서 저것만큼 활기찬 것도 없다

    저것은 오랜만에 이 산을 찾아온 손님을 반기는 축하 퍼레이드,

    무조건 우르르 몰려가 찔레덤불에 처박히는 소리다 텀블링이다

    사철나무 울타리에 처박혀

    시누대밭에 처박혀

    짹짹거리는 선암사 뒤뜰 박새 떼들은

    잠시도 가만있질 못한다 하루 종일 장난만 친다

    좋다 장난은 좋다 하루 종일 나도 장난만 치고 놀았으면 좋겠다 (『유심』 2007년 겨울호)

     

    불교 신자들처럼 하지는 못하지만 가끔 절에 가는 걸 즐기는 편이다. 절 마당을 한 바퀴 돌고 뒤란을 서성이다가 불전에 절을 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아직 무엇을 빌어본 적은 없는 것 같다. 나 같은 엉터리 축생이 무엇을 빈다고 들어주실 것 같지도 않지만 그걸 다 들어주어도 안 된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저 아무 생각 없이, 아무 희망 사항 없이 절만 세 번 한다. 그래야 마음이 편하다.

    절간에서 만난 스님도 도에 다다른 심오한 얼굴이면 좀 부담스럽다. 선계의 문턱에 당도한 심오한 얼굴로 그윽이 어리석은 중생을 내려다보시면 켕기는 게 많은 나는 어서 줄행랑을 놓아야 한다. 우르르 찔레덤불에 처박히는 텀블링도 하고 사철나무 울타리에 처박혀 짹짹거리는 박새들 같았으면 좋겠다. 절 마당에서 아이들하고 공차기도 하는 부처님이었으면 좋겠다. (최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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