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상이 보이는 詩_최영철
  • ▶ <세상이 보이는 詩>달_ 최휘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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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


                                                  최 휘 웅


    도시의 갈비뼈 사이로 달이 보였다

    언뜻 실눈을 뜬 초승달이 보였다

    활처럼 휘어진 어머니 등짝이 보였다

    달은 형상이 아니다

    계단을 오를 때나 내려올 때

    어둔 골목길로 들어갈 때나 나올 때

    아직도 망연해서

    아직 남은 저녁 해를 밟고 서 있을 때

    아직 남은 짠 바닷물을 삼키고 있을 때

    홀연히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눈빛 같은 것

    내 기억 어디쯤에서 청승맞게 출렁이다가

    느닷없이 허공중에 뜨는 무형의 물질

    내 목덜미를 감고 흐느끼는

    너의 머리카락 같은 것

    이미 세상과 등진 서늘한 삼베옷 같은 것

    간밤에는 손목 잡고 우시던 어머니

    모시적삼이 도시의 등뼈 사이로 떴다

                                       시집  『녹색 화면』 (시와사상사)


     



    최휘웅: 충남 예산 출생. 1982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 『절대공간』, 『환상도시』, 『하얀 얼음의 도시』,  『설화-사막의 도시』  등. 



    도시에서는 이제 그런 정취를 누릴 수 없어졌지만 모깃불을 피워놓고 마당에 둘러앉아 밤하늘의 달과 별을 바라보던 시절이 있었다. 어린 시절 여름방학 때 외가에 갔던 기억 중에 아직 선명하게 남은 그 장면들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요즘 아이들은 모를 것이다. 시인은 지금 빌딩숲 사이로 떠오른 달을 보고 있지만 사실은 그 달을 통해 아름답던 한 시절을 회상하고 있다. ‘활처럼 휘어진 어머니 등짝’ 같기도 하고 ‘홀연히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눈빛 같은 것’이기도 하고 ‘내 목덜미를 감고 흐느끼는 너의 머리카락 같은 것’이기도 하고 ‘이미 세상과 등진 서늘한 삼베옷 같은’ 것이기도 하다. 그렇다. 달은 모든 그리운 얼굴의 화신이다. (최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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