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상이 보이는 詩_최영철
  • ▶ <최영철의 세상이 보이는 시>訥-김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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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눌訥 


                                     김수우



    잎진 자리마다 돋은 겨울눈

    풀거미집에 쪽문을 다는 봄안개

    다 내 안의 말들입니다

    말을 안에 넣어두니 하늘이 조용합니다

    그대에게 닿지 못한 말은 그냥 소리라

    어제의 인사는 그대 안에 다다를 때까지

    빗살무늬를 긋는 바람일 뿐

    그립습니다, 한 생각

    수천 리를 돌아

    그대에게 닿고서야 물기를 얻습니다 

    더듬더듬 말이 됩니다

    예, 꽃들이 핍니다

    예, 꽃들이 집니다



    김수우/1959년 부산에서 출생. 1995년 <시와시학>으로 등단.

           시집 <길의길> <당신의 옹이에 옷을 건다> <붉은 사하라>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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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눌訥은 말소리가 분명하지 않고 떠듬떠듬한 것을 이르는 말이다. 한자의 조직으로 보면  말을 안으로 삭인다는 뜻으로 이해해도 좋을 것이다. 요즘은 말 못하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매사에 맺고 끊음이 분명하다. 어눌한 말투는 무시되기 십상이지만 함부로 내뱉은 말로 돌이킬 수 없는 파경에 이르는 경우 또한 허다하다. 연말연시, 또 얼마나 많은 객담이 우리를 괴롭힐 것인가. 하늘이 조용하려면 말을 되도록 오래 안에 넣어두어야 하리라. 한 생각이 수천 리 깊이를 갖고 서로에게 닿을 수 있도록. (최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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