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상이 보이는 詩_최영철
  • ▶ <최영철의 세상이 보이는 시>해 _신정민


  •  

                                      신정민

     

     

    깊은 바다 어딘가에

    해를 만드는 대장간이 있다

    울렁이는 파도거죽 들추면

    쇳덩이 두들기는 메질소리

    불이 괄하게 핀 화덕 속에서

    방금 꺼낸 시뻘건 쇳덩이 모루에 놓고

    어둠 두들기는 소리 들린다

    쩍쩍 금이 가려는 해

    풋울음 멈추고 제 울음 찾아 울 때까지

    둥근 가장자리 반반해지도록 담금질 한다

    맞을 만큼 맞아야 빛나는 해

    곰망치로 햇살을 편다

    단쇠 냄새 뒤엉킨 풀무소리 그치면

    나이테를 새긴 방짜해가

    수평선 위로 쑤욱 떠오른다

    감은 눈에도 새벽은 그렇게 온다

     

     

                          -시집『꽃들이 딸꾹』(애지)


    신정민: 1961년 전북 전주 생. 2003년 부산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시집 <꽃들이 딸꾹>, <뱀이 된 피아노>, <티벳 만행> 외.

     

     

     

     

     

    말할 것도 없이 해는 새로운 희망의 상징이지만 그것은 쉽게 우연히 오지 않는다. 습관처럼 이어지는 낡고 익숙한 기다림이면 그것은 양분 없는 빈 껍질에 불과할 것이며, 새로운 갈구가 있다 해도 가닿고자 하는 정확한 목표지점이 없으면 그것은 허방을 짚는 행위와 다름없다. 그리고 또 하나, 희망을 쟁취하고자 하는 피땀 어린 힘든 과정이 없다면 그 열매는 결코 달콤하지 않을 것이다. 새벽을 빚어내는 바다 깊은 대장간의 풀무질처럼 ‘맞을 만큼 맞아야’ 그 열매는 단단해진다. (최영철)

  • 추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