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상이 보이는 詩_최영철
  • ▶ <최영철의 세상이 보이는 시>단풍_이현우



  • 단풍
      



                              이 현 우




    운문령 기슭에 가을이 오면
    어느 꽃이 이보다 더 고우랴.
    불혹을 한참 지나는 동안
    그저 흔한 잎새인 줄 여겼었는데
    타다 남은 가슴을 마저 다 태워
    한없이 아프게 물들어가는
    우리네 어머니들
    삶의 이야기.
    가시나무 수풀을 헤치고 나와
    만산(萬山) 가득히 담고서도 모자라
    바람 소리 물소리로 흐르는 사랑
    내 영혼 환한 빛을 이제 알겠네.

                         

    이현우: 1974년 《시문학》과 《중앙일보》로 등단.
     시집 『오늘 날씨는 우리들 표정』.『문밖에서 부르는 노래』


    붉게 물든 단풍잎을 두고 어느 꽃보다 곱다고 한 시인의 마음을 알겠다. 불혹에 이르러서야, 삿된 유혹에 흔들리지 않는 불혹에 이르러서야 시인은 화려한 꽃이 아닌 잎 하나의 위대한 과업을 알게 되었다. 봄과 여름을 거치며 잠시도 쉬지 않고 햇볕을 받아들여 뿌리로 실어 나른 위대한 젖줄을 보게 되었다. ‘타다 남은 가슴을 마저 다 태워/한없이 아프게 물들어가는/우리네 어머니들’의 지난한 삶의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나무 하나를 온전히 다 키우고 난 뒤 ‘바람 소리 물소리로 흐르는 사랑’을 알게 되었다.(최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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