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학의 창
  • ▶ <짧은 이야기 긴 여운>체포하라_조명숙
  • 

    체포하라

                                                 조 명 숙 ​

     

    체념한 듯 남자는 두 손을 내밀었다. 솜씨도 날렵하게 남자의 팔목에 수갑을 채운 상해는 대기 중인 단속반 차량에 남자를 밀어넣었다.

    아무튼 형님은 개코라니까요. 어떻게 냄새를 맡았어요?”

    구명이 탄복을 했다. 상해는 회심의 미소를 머금었다. 관할구역을 순찰하다 구명이 잠시 화장실에 간 틈에 편의점에 껌을 사러 갔었다. 어떤 여자에게서 휙 담배연기가 느껴졌다. 상해는 마침 화장실에서 돌아오는 구명을 채근해 여자의 뒤를 밟았다. 여자는 멀지 않은 주택가의 골목 안으로 들어갔다. 잠시 뜸을 들인 뒤 벨을 누르고 끽연단속반배지를 보여준 뒤 무조건 집안을 뒤졌다. 다락에 숨어서 담배를 피우며 책을 읽고 있던 남자는 완강하게 저항했으나 재떨이 수북한 담배꽁초를 눈앞에 들이대자 고개를 떨구었다.

    개코가 아니라 그 이상이야. 십리 밖 담배 냄새도 맡을 수 있다니까.”

    부럽습니다, 부러워요. 하루도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으니 이번 달 포상금에 특진은 따 놓은 당상이네요. 이러다 곧 본부장 자리에 오르겠습니다.”

    내 꿈이 바로 그거야. 내가 끽연단속본부 본부장이 되면 우선 징역 삼 년을 십 년으로 늘일 거야. 범칙금도 삼천만 원에서 일억 원으로 올릴 거야. 내가 당한 일을 생각하면 그래도 분이 안 풀린다구.”

    상해는 담배 냄새를 맡으면 머리가 아파오는 체질이었다. 그런 그에게 끽연자들이 버젓이 활보하는 세상은 지옥이었다. 건강에 좋지 않으니 그만들 좀 피우라고 그렇게 캠페인을 벌이고, 나라 전체를 금연구역으로 지정해놓아도 막무가내였다. 국민건강이 최악의 상태에 도달하자 건강보험공단은 적자에 허덕였고, 또한 국민연금은 바닥이 나버렸다. 정부 각 부처의 자금이란 자금은 다 끌어다 질병 치료와 복지에 퍼붓다 보니 국가 재정 또한 마침내 파탄지경에 이르고 말았다.

    하는 수 없이 정부는 끽연금지법을 만들고 국회의 동의를 얻어 끽연금지령을 시행했다. 계엄령과 맞먹는 끽연금지령에 따라 끽연자를 일반 범죄자와 별도의 차원에서 엄격하게 관리하기 위한 끽연단속반이 발족되자 상해는 소설 쓰던 일을 그만두고 끽연단속반에 응시원서를 냈다. 담배에 대한 과민반응과 그동안 단 반 개비의 담배로 피워본 적이 없는 경력이 인정되어 상해는 우수한 성적으로 끽연단속반에 입사했다. 매일 관할구역을 돌며 한 오라기의 담배연기도 피어나지 않도록 감시하고, 또한 끽연자를 체포하는 것이 주 임무였다.

    본부에 도착하자 상해는 구명에게 남자의 신병인도 절차를 맡기고 로비로 나왔다. 이층에 있는 식당으로 점심을 먹으러 가려고 하는 찰나, 현관 쪽에서 낯익은 얼굴 하나가 걸어왔다.

    아내 진숙이었다.

    당신이 웬일이야? 연락도 없이.”

    진숙은 샐쭉 눈을 흘기더니 점심 보자기와 함께 옷이 든 종이봉투를 내밀었다.

    연락도 없이 웬일? 사흘 동안 전화 한 통 없이 집에도 안 들어온 게 누군데? ”

    집에 못 들어가는 사흘 동안 진숙은 줄기차게 전화를 해댔지만 휴대폰 창에 뜨는 번호를 확인하고는 아예 받지 않았던 게 그제야 떠올랐다.

    일이 오죽 많아야지.”

    그러시겠지. 좋다 이거야. 하지만 이렇게는 더 이상 못 살아.”

    도시락 보자기와 옷 봉투를 던지듯 안겨주고 진숙은 가버렸다. 멀어지는 진숙의 뒷모습을 지켜보다 상해는 뭔가 이상한 냄새에 고개를 갸웃했다. 분명히, 분명히 담배냄새 같은데 어디서 나는지 알 수 없었다. 설마 진숙이……? 상해는 머리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그럴 리 없었다. 후각을 담배냄새 쪽으로 집중시켜온 탓이려니 여기고 상해는 점심 보자기와 옷 봉투를 챙겨들었다.

    숙직실에서 옷을 갈아입고 보자기를 풀어 점심을 먹은 상해는 내친 김에 집에 돌아가기로 작정했다. 끽연단속반으로 활동하면서 예사로 집을 비워댔으니 진숙의 불만이 오죽 쌓였을까. 상해는 오후 근무를 구명에게 다 맡겨버리고 본부 건물 주차장에서 차를 빼냈다.

    훤한 대낮에 아파트 단지로 들어서자 마치 남의 동네에 온 것처럼 서먹했지만 곧장 자기 집으로 올라갔다. 초인종을 눌렀다. 아니 누르려다 손가락을 뗐다. 예민한 상해의 코에 감지된 그것은 분명히 담배냄새였다. 직업적인 순발력을 발휘해 열쇠를 꺼냈다. 자물쇠가 열리자 상해는 박차듯 문을 열어젖히며 소리쳤다.

    꼼짝 마라. 끽연단속반 이상해, 당신을 체포한다.”

    소파에서 태연히 담배를 피우고 있던 남자가 혼비백산한 얼굴로 일어났다. 상해는 수갑을 흔들며 남자에게 다가갔다. 막 수갑을 채우려는 찰나, 누군가 뒤에서 어깨를 잡아채며 소리쳤다.

    또 책상에 엎드려서 잤네. 어휴, 냄새. 밤새도록 얼마나 피워댔으면! 이렇게 안 피워대면 소설이 안 써지나?”​​

     

    

  • 추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