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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도요문학무크>아이들이 꿈꾸는 멋진 세상_황선열
  • 아이들이 꿈꾸는 멋진 세상

     

     

     

     

    황선열(문학평론가)

     

     

     

     

     

    1. 아이들이 꿈꾸는 세상

     

    사람들이 꿈꾸는 행복한 세상은 존재하는가? 행복한 세상은 개인의 욕망에 따라 다르다. 개개인의 욕망이 다르고 집단의 욕망이 다르고 사회와 국가의 욕망이 다르다. 아이들의 욕망이 다르고 어른들의 욕망이 다르다. 이렇게 다른 욕망이 존재하기 때문에 이들이 꿈꾸는 세상도 각기 다르다. 인간의 욕망이 넘쳐서 그 욕망을 주체하지 못할 때 파멸의 길을 갈 수도 있다. 가장 적절한 선에서 인간의 욕망이 실현되고, 한 사람의 욕망보다도 여러 사람의 욕망이 동시에 충족될 때 더 행복한 세상이 열릴 수 있다. 수많은 사람들이 인간이 행복하게 사는 새로운 세계를 꿈꾸어왔고, 그 새로운 세계를 만들기 위해서 값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과학자는 과학으로써 세상을 평화롭게 하려고 하고, 정치가는 정치로써 인간이 행복하게 사는 길을 찾아가고 있다. 작가는 문학을 통해서 새로운 세상을 꿈꾸고 있다.

    인간이 꿈꾸는 세상은 시대에 따라 다르고 사회에 따라 다르다. 이 다름 속에서도 공통으로 인식되는 행복한 세상이야말로 사람들이 지향해야 할 참된 세상이 아닐까 한다. 흔히 사람들이 꿈꾸는 새로운 세상을 유토피아(Utopia)라고 부른다. ‘유토피아현실에 없는 세상을 말한다. ‘유토피아라는 말의 어원은 그리스어로 없다라는 뜻과 장소라는 뜻이 합쳐진 말이다. 유토피아는 인간이 꿈꾸는 영원하고 변하지 않는 이상향의 세계일뿐이다. 이 때문에 유토피아를 실현하는 것은 현실 개혁을 의도하는 부분적 혁명이 아니라, 세계의 혁신을 성취하는 세계 혁명에 의해서만 가능하다고 말하기도 한다. 인간은 이 땅에 살아가는 동안에 항상 각자가 생각하는 멋진 세상을 꿈꾸고 있다. 미래에 이 땅의 주인이 될 아이들은 보다 더 새로운 세상에 대한 꿈을 꿀 것이다. 어른들이 꿈꾸는 세상과는 다른 세상을 아이들은 꿈꾸고 있을 것이다. 아이들은 과연 어떤 세상을 희망하고 있을까? 시대에 따라 바뀌어온 아이들의 세상은 어떤 것이었을까? 이 글에서는 아이들이 신나는 세상을 그린 네 편의 동화작품을 통해서 아이들이 꿈꾸는 멋진 세상이 어떤 것인지를 살펴보려고 한다.

     

    2. 동화로 만나는 멋진 세상

     

    숲 속에서 만나는 아름다운 세상

     

    동화작가 이원수가 생각하는 멋진 세상은 아이들이 신나게 노는 세상이다. 가난하고 힘든 아이들이 스스로 제 몫을 해나가는 세상이야말로 가장 행복한 세상이다. 이원수의 동화에는 가난하고 어려운 시절을 살았던 아이들의 행복을 바라는 소망이 들어 있다. 해방이 되었지만 여전히 아이들의 생활은 궁핍하기만 했다. 그 시절의 아이들이 꿈꾸는 행복한 세상은 배부르게 먹고 자유롭게 공부할 수 있는 세상이었다.

    이원수의숲 속 나라는 가난한 아이들이 모여서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가는 이야기이다. ‘숲 속 나라는 말 그대로 환상의 공간이다. 당시 아이들이 현실에서 이룰 수 없는 세상을 새롭게 만들어 보고 싶은 공간이다. 어릴 때 어머니를 잃고 아버지와 함께 살아가는 주인공 노마는 외로운 아이이다. 집을 나가서 두 달이 되어도 돌아오지 않는 아버지를 찾아가다가 숲 속 나라를 발견하게 된다.

     

    산새들의 노랫소리는 참으로 곱고 아름다웠습니다. 노마는 산새들의 음악에 취한 듯이 멍하니 앉아 있는데 바스스하고 다람쥐 한 마리가 지나가다가 노마를 보고 어린애 목소리로 말을 걸었습니다.(13)

     

    이렇게 아름다운 세상이 바로 숲 속 나라이다. 숲 속 나라에는 샘물이 노래를 하고 새들이 합창을 하고 다람쥐가 말을 거는 곳이다. 다람쥐는 노마를 숲 속의 느티나무에 모여 있는 다른 아이들에게 안내한다. 그곳에서도 아이들은 함께 노래 부르면서 즐겁게 놀고 있다. 노래가 끝나자 파란 모자를 쓴 아이가 노마를 데리고 느티나무 아래에 있는 커다란 구멍으로 들어간다. 나무 구멍의 컴컴한 곳을 지나자 또 다른 새로운 세상이 펼쳐진다. 그곳은 무릉도원과도 같은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져 있었다.

     

    금빛 해가 하늘에서 번쩍이고 있었습니다. 나뭇잎들은 초록 물감을 칠해 놓은 것처럼 빛나는데, 작은 새들은 하얀 배를 보이며 나무 사이로 날아다녔습니다. 그네를 뛰는 아이들도 있고, 냇물에서 보트를 타고 노는 아이들도 있었습니다. 어떤 아이들은 밭에서 자동차같이 생긴 걸 타고 돌아다니고 있었습니다.(18-19)

     

    노마가 찾아간 숲 속 나라는 너무도 평화로운 공간이다. 이곳의 아이들은 서로 재미있게 지내고, 서로 도우면서 살아간다. 혼자서 외롭게 지내는 아이들도 없고, 부모를 잃어서 불행한 아이들도 없다. 가난해서 밥을 얻어먹고 다녀야 하는 아이들도 없다. 이 나라에 들어오면 어른도 자연스럽게 아이가 되고 만다. 숲 속 나라는 아이들의 천국이다. 숲 속 나라에는 서로 이익을 보려고 다투는 사람들도 없다. 서로 잘 낫다고 뽐내는 사람들도 없다. 숲 속 나라는 모든 사람들이 행복하기 때문에 경쟁할 필요가 없다. 아이들끼리 즐겁게 놀기 때문에 인공으로 만든 장난감도 필요가 없다. 있는 것보다 없는 것이 더 많지만 아이들은 없는 것 때문에 궁색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아이들은 외롭기 때문에 장난감이 필요하고 부족하기 때문에 경쟁적으로 서로 차지하려고 한다. 그러나 숲 속 나라의 아이들은 모든 것을 자립해서 해결하기 때문에 부족하더라도 다툴 일이 없다. 많은 것보다 부족한 것이 더 많지만, 스스로 해결할 수 있어서 행복한 나라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노마는 숲 속 나라에서 그리운 아버지를 만나고, 아버지와 함께 운동회에도 참석한다.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물질적 가난보다는 부모의 사랑이다. 노마가 아버지 심부름으로 달리기 연습을 해서 숲 속 나라 운동회 때 달리기 경기에서 1등을 한다. 운동회가 끝나고 아버지와 함께 언덕으로 올라가는 노마의 기쁜 발걸음은 이 세상 어떤 것보다도 값진 것이 부모의 사랑이라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숲 속 나라는 아이들이 배고프지 않게 살고, 마음껏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주고, 학교에서 친구들과 재미있게 놀 수 있는 곳이다. 사치스러운 옷차림을 한 사람도 없고, 비싼 것을 사먹는 아이들도 없다. 가난한 시절 아이들이 행복한 세상은 병으로 고통을 당하고, 밥을 얻으러 다니는 아이들이 없는 나라를 만드는 것이었다. 아이들에게 밝은 미래를 남겨주기 위해서는 경제적으로 독립할 수 있는 나라, 다른 나라에 의존하지 않는 나라를 만드는 것이었다. 이원수가 꿈꾸는 미래의 나라는 경제가 튼튼한 나라, 모든 것을 자립할 수 있는 나라, 그리고 아이들이 신나게 뛰어놀면서 재미있게 살아갈 수 있는 나라이다.

     

    그리 넓지는 않으나 논과 밭과 과수원과 집과, 이런 것을 가지고 학교에서 배운 지식을 다 발휘하여 아이들이 주인이 되어 살림을 해 가게 된 것입니다. 이 마을은 이름을 노래하는 마을이라 하고 노마, 막내, 정길이, 영이, 이 네 아이가 소년회 회원이 되어 각각 일을 노나 맡아서 해 가는 것입니다. ‘노래하는 마을에는 항상 노랫소리가 그치지 않아야 할 것입니다.(115)

     

    이 부분은 아이들이 만들어가는 새로운 숲 속 나라의 모습이다. 숲 속 나라 아이들은 소년회라는 단체를 만들고 모두가 마을의 주인이 되어서 살림을 꾸려간다. 이런 나라가 아이들이 꿈꾸는 미래의 나라이다. 노래하는 마을을 만든 아이들은 다른 아이들이 만든 이웃 마을과 함께 모여서 살림살이를 얘기하고, 재미있는 장난도 하면서 놀기도 한다. 이웃에 꽃마을을 만들어 서로 만나 도움을 주고 잔치도 한다. 이렇게 만든 마을은 춤추는 마을’, ‘꿈꾸는 마을’, ‘사랑의 마을’, ‘과학의 마을들이다. 아이들은 각자가 좋아하는 곳에서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새로운 나라를 만들어 간다. 숲 속 나라는 말 그대로 아이들이 만드는 신나는 나라이다.

    동무들아, 숲 속 나라는 어린이들의 세상이다. 슬픈 일, 불행한 일이 없도록 우리는 우리들의 새 세상을 만들어 가자.”(119)

     

    숲 속 나라의 어린이들의 세상은 아이들이 꿈꾸는 멋진 세상이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서로 협력하고 도와가면서 살아가는 나라이다. 아이들이 꿈꾸는 멋진 세상은 슬픈 일, 불행한 일이 없는 세상이다. 아이들이 꿈꾸는 멋진 세상은 먼저 가난한 아이들이 없는 나라를 만드는 것이다. 그 멋진 나라에는 항상 노래 소리가 끊이지 않으며, 모든 세상의 사물들이 함께 행복한 나라이다. 살아있는 모든 것이 행복한 나라가 아이들이 꿈꾸는 멋진 나라이다. 숲 속 나라는 나무와 새들, 그리고 꽃들이 서로 합창을 하고, 개울물도 노래를 하는 나라이다. 모든 사물들이 기쁨에 넘쳐있는 나라이다. 대자연과 인간이 함께 어우러진 곳, 성경의 이사야서에 나오는 것과 같은 평화로운 풍경이 있는 곳, 이런 대동세상이 아이들이 꿈꾸는 세상이다. 숲 속 나라는 동화 같은 나라가 아니라, 현실에서 만들어갈 수 있는 나라이다.

     

    별나라에서 꿈꾸는 행복한 세상

     

    평생을 고통 속에서 보낸 권정생이 보는 아이들의 세상은 어떤 것일까? 그 세상은 생명의 가치를 존중하는 세상이다. 권정생의 동화는 각각의 동화가 모두 아이들의 미래를 생각하는 동화들이다. 그의 동화는 가난하고 힘들지만 그 힘든 일을 겪으면서 행복을 찾아가는 몽실이로부터 작은 별에서 지구를 바라보면서 지구의 아픔을 생각하는 때때롱에 이르기까지 아이들에게 행복한 미래를 남겨주는 데 그 의미를 두고 있다.

    동화랑랑별 때때롱은 그가 아이들에게 물려주고 싶은 멋진 신세계의 모습이다. 이 동화에서 그는 아이들이 신나는 세상, 동물들이 행복한 세상, 인간의 정이 따듯하게 살아있는 세상을 꿈꾸고 있다. 그 세상은 현실에 있으며 그 현실은 적당하게 고통을 겪으면서 성장해가고 나중에는 생명을 마감하는 큰 순환 과정 속에 있다. 그는 자연의 이치에 따라서 살아가는 세상이야말로 가장 행복한 세상이라고 한다. 그가 꿈꾸고 있는 행복한 아이들의 세상은 어떤 것일까? 그것은 두말할 것도 없이 아이들이 자유롭게 뛰어노는 신나는 세상이다.

     

    그래, 랑랑별 학교에서는 재미있는 숙제만 시킨단다.”

    때때롱이 재미있다는 듯이 웃었습니다.

    너희 학교 똥통 학교니?”

    새달이가 그만 꽥 소리질렀습니다.

    아니다. 꽃밭도 예쁘고 새들도 많이 날아다니고 선생님이 참말로 다정하시단다.”(14)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일은 재미있는 일을 하는 것이다. 집에서든 학교에서든 신나는 일을 하는 것이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하루 종일 보내는 것이다. 아이들이 꿈꾸는 학교는 재미있는 숙제만 내는 학교, 꽃밭도 예쁘고, 새들도 많고 선생님이 다정한 학교이다. 그 학교는 공부에 주눅이 드는 학교, 하기 싫은 공부를 계속해야 하는 학교, 통제와 규제만 있는 곳이 아니라, 아이들과 함께 신나는 공부를 하는 학교이다. 랑랑별 학교에서 내는 숙제는 지구별에서 숙제를 해오지 않고 벌을 선 아이를 찾는 것이다. 아이들과 가장 가까이 있는 학교가 재미있는 공간으로 변하는 것이 멋진 세상으로 가는 출발점이다. 아이들이 즐겁고 신이 나면 그들의 생각도 밝아지고 더불어 아이들의 상상력도 끝없이 나아가게 된다. 동화적 상상력은 아이들을 건강하게 만들고 세상을 밝게 만든다. 아이들이 마음껏 상상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옛날에는 지구별이 아주 깨끗했단다. 그래서 누구나 쉽게 볼 수 있었지. 특히 한국이란 나라는 물이 하도 맑아서 랑랑별 아가씨들이 날개옷을 입고 깊은 산골 못물에 내려가서 미력을 감았단다. 한국 사람들은 그런 랑랑별 아가씨를 선녀님이라고 했지.”(51)

     

    이 부분은 랑랑별에 사는 때때롱이 새달이에게 보내온 일기장의 한 부분이다. 동화적 상상의 세계는 보통 현실과는 동떨어져 있는데, 이 부분은 선녀이야기라는 전통 설화를 현실의 상황에 맞게 자연스럽게 재구성하고 있다. 선녀이야기가 사라지게 된 배경을 지구의 환경오염 때문이라고 말함으로써 현실적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지구는 오염되지 않는 채로 아이들에게 물려주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이 동화는 아이들이 건강한 상상력을 갖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하면서 잃어버린 우리의 전통 설화를 재구성해내고 있다.

     

    아빠 새달이네 집 호박 따다가 엄마 호박죽 끓여 드려도 돼?”

    그래도 될게다. 옛날에는 지구별 사람들이 하늘을 나는 하얀 말을 타고 랑랑별에 와서 복숭아를 따 갔지.”

    그랬어요?”

    지구별 한국 사람들은 그걸 천도복숭아라고 해서, 먹으면 아주 건강해지고 오래오래 산다고 믿었단다. 지구별에서 아직 깨끗한 건 호박뿐이다. 호박은 땅이 깨끗해야만 잘 자라거든.”(59)

     

    인용한 부분의 대화에서 때때롱 아버지는 아이들이 상상하는 세계를 자연스럽게 인정해주고 있다. 아이들의 세계에서 신화와 동화적 상상의 세계가 사라진다면 얼마나 각박한 세상이 될까? 아이들의 호기심은 세상을 바꾸는 원동력이 된다. 그것은 창조적 기운이면서 삶의 원동력이 된다. 아이들이 자신의 능력에 맞는 상상의 세계를 만들어간다면 틀에 박힌 교육을 받고 자라나는 아이들보다 몇 곱절 뛰어난 능력을 발휘할 것이다. 신화의 상상력은 아이들의 미래를 열어가는 꿈이다. 해석과 분석만이 자리잡은 곳에는 신화의 세계가 들어설 여지가 없다. 그것은 아이들의 무한한 상상을 차단하는 것이며, 아이들이 꿈꾸는 세상을 획일적 세계로 만들어가는 것이다.

    신화의 시대는 모든 사물에 대한 경이로움이 자라잡고 있지만, 신화가 사라진 시대는 합리적인 사고만 남아있다. 하얀 말을 타고 하늘의 천도복숭아를 따던 신화의 시대가 사라지는 순간 아이들의 정신 속에는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사고만 자리하게 될 것이다. 상상력이 만들어내는 거대한 상징의 세계를 잃어버리면 얼마나 삭막할까? 아이들이 꿈꾸는 세상은 신화의 상상력이 살아 있는 세상, 즐겁고 유쾌한 상상을 할 수 있는 세상이다.

    새달이와 때때롱 부모들은 아이들이 말하는 신화적 상상을 진지하게 들어준다. 아이들이 꿈꾸는 멋진 세상은 조금은 황당하지만 그 세계가 있다고 믿을 수 있는 순수성, 그 환상의 공간을 인정해주는 세상이다. 아이들은 광활한 우주의 실체를 끝없이 탐구해가기 위해서 무한한 상상의 세계를 펼친다. 아이들이 상상하는 세상을 인정하는 것이야말로 멋지고 신나는 세상을 열어가는 원동력이다.

     

    같지는 않아도 소하고 소하고는 동무가 된단다. 누렁이도 저희들끼리 사이좋게 뛰어놀면서 같이 있을 걸? 지구에서는 안 그러니?”

    그건 그렇지만…….”

    여기선 모두 그렇게 살고 있단다. 모두가 본래대로 끼리끼리 사이좋게 살아야 하잖니. 그러니 걱정 말어. 내일 누렁이한테 같이 가 보자.”(131-132)

     

    이 부분은 아이들이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행복한 세상인지를 보여주고 있다. 아이들이 모두 행복하기 위해서는 각각의 생명들이 모두 행복해야 한다. 소는 소끼리 사람은 사람끼리 서로 어울리고 동무가 되는 것이다. 행복한 세상은 인간의 관점으로 세상을 보지 않고, 모든 생물들이 각자의 관점으로 세상을 보는 것이다. 모든 생명들이 끼리끼리 어울리며 살아가는 세상은 대동세상이다. 대동세상이 되기 위해서는 각자의 삶이 행복해야 한다. 그것은 차별이 없는 세상이다. 랑랑별의 아이들은 각자가 맡은 일을 하면서 신나게 살아간다. 사람들이 각자 맡은 일을 제대로 하지 않고 편리함만 추구한다면 기계가 인간을 지배하는 세상이 되고 말 것이다. 사람들은 적당하게 불편하고 적당하게 일을 해야 한다. 과학이 발달하여 인간들 중에서 좋은 유전자만 골라서 새로운 생명을 만들어낸다면 결국 나쁜 유전자를 가진 사람은 도태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생명을 존중하는 일도 아니며 인간이 행복하게 사는 길도 아니다. 모든 세상은 차이를 인정하면서 조화를 이루고 있다.

     

    그래 그게 정상이야. 열 살이면 아무것도 모른 채 즐겁게 뛰어놀며 살아야 한다고 돌아가신 고조할아버지의 할아버지께서 그러셨거든. 그 할아버지는 맞춤 인간이니, 로봇이니, 과학이 너무 앞서 가는 걸 반대하셨어. 사람은 순리대로 태어나서 자라야 한다고.”(149)

     

    과학이 아무리 발전하더라도 인간의 운명을 비껴갈 수가 없다. 맞춤형 인간이 만들어지고 복제가 되더라도 인간이 순리대로 살아야 하는 것은 변하지 않는 원리이다. 과학이 시간을 거슬러 가게 만들 수 있다고 해도 자연의 순리는 역행할 수 없는 법이다. 정상이라는 말은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바탕이 된다. 사람들에게 행복한 삶이란, 순리대로 태어나서 자라고 죽어가는 것이다. 아이들은 과학이 모든 것을 해결해주고 인간은 그저 편안하게 지내면 되는 것만이 멋진 세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아이들은 자유롭게 뛰놀고 서로 협력하는 아름다운 세상을 꿈꾸고 있다.

    랑랑별에 도착한 새달이 일행은 때때롱과 함께 지구의 미래를 향한 시간여행을 한다. 아이들은 그 별에서 놀 줄도 모르고, 웃을 줄도 모르고 화낼 줄도 모르고, 사랑도 할 줄 모르는 사람들을 만난다. 그들을 만나면서 아이들은 감정을 잃어버린 것이 얼마나 슬픈 일인지를 깨닫게 된다. 이 동화에서 작가는 즐거우면 즐거워할 줄 알고 슬프면 슬퍼할 줄 아는 것이야말로 가장 멋진 세상이라고 말한다. 오백 전의 그곳은 말 그대로 로봇 천국이었다. 모든 것은 풍족하고 편리했다. 이렇게 편안한 세상에 살았던 사람들은 과연 행복했을까? 사람들의 행복은 편리하고 풍족한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조금은 부족하고 불편한 데 있다. 채워지지 않는 무엇이 있을 때 가장 행복한 것이다.

     

    그럼 아기 낳는 곳은 어디 있니? 거기 가 볼 수 없겠니?”

    , 가 볼 수 있고말고요.”

    이번에 간 곳은 커다랗지만 예쁜 집이었습니다. 그 예쁘고 큰 집에서 아이들이 태어나고 있었습니다.

    보세요. 저게 아기집이에요. 엄마 뱃속하고 똑같이 만들었대요. 모두 맞춤 아기예요.”(175)

     

    먹는 것이 풍족하고 죽는 것이 고통스럽지 않고, 태어나는 아기들도 고통스럽지 않는 세상이 과연 행복한 세상일까? 살고 죽는 것은 어쩌면 고통 속에 있어야 행복한 세상이 될지도 모른다. 죽음 앞에서 경건해지고 태어나면서 아파하는 것이 인간의 삶이다. 병든 사람이 고통스럽지 않고 편안하게 죽는 날만 기다리는 것은 얼마나 힘든 일일까? 고통을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그 고통을 모르지만, 고통의 시간도 그 시간이 지나면 잊혀지기 마련이다. 이 세상에서 영원히 고통스러운 일은 없는 것이다. 아기가 태어나는 것을 로봇이 관리하고, 갓 태어난 아이가 엄마 뱃속 같은 가상공간에서 지내는 것이 행복한 일일까? 아기가 태어나면서 힘들어 하고, 엄마가 아기를 낳기 위해 고통을 겪으면서 함께 그것을 이겨낼 때 그 생명이 찬란하고 위대해 보이는 법이다. 이 동화는 자연의 순리대로 살아가는 것이 가장 행복하고 아름다운 세상이라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생명이 하나 되는 세상

     

    최근의 젊은 작가들은 미래의 세상을 좀 더 경쾌하고 발랄하게 보여주고 있다. 현재의 세상은 점차 변해갈 것이고, 그 변화의 과정 속에서 새로운 세상이 열리는 법이다. 서로가 타인이 되는 것은 죽음으로 가는 길이다. 타인을 나로부터 분리하지 않을 때 그것은 생명으로 가는 길이다. 배미주의싱커는 생명과 생명이 서로 동조하는 체험을 통해서 생명의 가치를 찾아가는 작품이다. 지구가 멸망하고 난 뒤 지하세계로 들어간 인간은 마음의 안정을 찾을 수 있는 새로운 아마존을 건설한다. 신아마존은 다시 지하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무리들에 의해 조작된다. 신아마존을 살리는 길은 신아마존의 모든 생명들과 동조하는 것이고, 마지막에는 그 환경과 동조하는 것이다. 타인으로 존재하던 것들을 나의 내면으로 끌어들이고, 내면으로 끌어들인 것들을 하나로 묶어내는 것이 진정한 생명의 길이다. 이 작품의 서사는 이렇게 시작하고 있다.

     

    서기 2060, 지구 온난화에 따른 해수면 상승으로 영토를 잃은 국가들이 동맹을 맺고 동아시아연합에 선전포고를 한다. 이른바 영토 전쟁이라 불리는 제3차 세계대전의 시작이었다. 그리고 2063년 치명적인 바이러스가 다시 한 번 인류를 공격한다. 당시 시안에 본부를 둔 초국적 제약회사인 바이오옥토퍼스는 백신을 개발, 바이러스 퇴치에 성공하는가 싶었지만 바이러스는 변이를 계속하면서 인류를 몰살 지경으로 몰고 갔다. 마침내 2068년 시안은 봉쇄를 선언하고 지상 세계와 단절한다. 미처 외계 행성에 베타지구를 건설하지 못한 인류는 시안을 대안 공간으로 활용하기에 이른다. 그 후 지표면은 급속도로 얼어붙어 빙하기에 접어들고, 시안은 지상을 잊은 채 평화를 구가한다.(8)

     

    환경오염으로 비롯된 지구의 문제는 전쟁의 도가니로 몰아가고 더 악화된 환경의 위기 속에서 치명적인 바이러스가 인류를 공격함으로써 인류는 몰락의 지경에 빠지게 된다. 더 이상 지상의 세계에서 살 수 없게 된 인류는 지상을 버리고 지하세계로 들어가게 된다. 그곳에서 인류는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 간다. 첨단 기계 문명이 자리잡은 지하세계는 인간이 평화롭게 살아갈 수 있는 조건을 모두 갖춘 곳이다. 모든 것이 자동으로 작동되고 거리에는 로봇이 모든 것을 통제하고 감시한다.

    최첨단 장비가 갖추어지고 모든 것이 편리한 세상에서 인간이 갈망하는 것은 딱딱한 기계의 세계가 아니라 생명이 숨쉬는 공간이다. 그 공간이 신아마존이라는 곳이다. 그곳만이 유일하게 지하의 인간들이 생명의 기운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그러나 신아마존마저도 인간의 욕망이 뻗치고 있다. 신아마존을 이용해서 지하세계의 인간을 지하에서만 길들여지게 만들려고 한다. 그 세계에서만 안주하는 사람을 만들고 지하세계를 이끄는 사람들은 그들만이 아는 또다른 세상을 만들어가려고 한다.

     

    미마는 고개를 끄덕이며 칩이 심어진 손목을 문질렀다. 지금껏 아껴가며 모은 용돈이 시안 신용화로 총 삼백이었다. 이 칩에는 신용카드 기능과 사회보장 주차수가 내장되어 있었다. 현금은 칩을 심을 수 없는 난민들에게나 필요한 것이었다.(16)

     

    이처럼 지하세계는 최첨단 기능들이 작동하고 있다. 인간을 통제하는 모든 수단이 기계장치로 움직이고 전자 장치로 조작된다. 지하의 세계에 살면서도 지하의 세계라고 느낄 수 없을 만큼 편안한 세상이다. 모든 것이 작은 칩 하나로 조작되고 통제되고 관리되는 세상이다. 이런 세상에서 정말 간절하고 절박한 것이 무엇일까? 그것은 먹고 마시고 접촉하면서 느낄 수 있는 감각의 세계이다. 감각은 인간의 정을 느끼게 한다. 감각을 상실한 인간은 생명 감각을 상실한 기계적인 존재일 뿐이다. 감각의 회복은 인간에게나 동물에게나 모두 중요한 것이다. 그 생명의 감각을 느끼기 위해 개발한 것이 싱커라는 첨단 게임이다.

     

    그래. 이름은 싱커’(Syncher). 동조자란 뜻이야.”

    가상 체험 게임이라면 전에도.”

    그런 거 아냐. 싱커는 그저 그런 비주얼 게임이 아냐. 물론 다른 게임들도 거의 진짜처럼 생생하긴 하지. 하지만 진짜가 아니잖아.”

    이 게임이 진짜라는 거야?”

    그래, 우리 건 진짜야. 뇌파 동조를 통해 직접 아마존을 체험하는 거지. 친구와 함께 할 수 할 수 있게 게임팩을 두 개 더 줄게.”(23)

     

    싱커는 뇌파 동조를 통해서 감각을 느끼게 하는 게임이다. 지하세계의 신아마존은 지상의 동물을 지하의 세계로 옮겨놓은 곳이다. 이곳에 있는 동물들은 보호를 받아야 하는 대상이다. 삭막한 공간에서 살아가는 인간이 기계문명의 첨단을 달리는 시안에서 새롭게 개발한 것은 뇌파를 통한 감각의 전이이다. 인간의 뇌가 작용하여 그 동물과 한 몸이 되어서 느끼고 체험하는 것이다. 싱커 게임으로 동물의 몸에 들어간 인간은 그 동물의 몸에서 빠져나오는 순간 자신의 모습으로 돌아오지만, 뇌파 동조가 일어나고 그 동물의 몸 안에 있는 순간은 그 동물과 하나가 된다. 인간의 뇌는 동물들과 다르기 때문에 동물의 몸을 분석하고 종합해서 그 동물과 하나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몸이 눈알을 움직였다. 오른쪽 측면과 왼쪽 측면 풍경이 고스란히 보였다. ‘이거 멋진데.’ 미마는 생각했다. 오른쪽 시야에 큰 가위 모양의 화려한 노란색 부리가 보였다. 이름 모를 열대 새가 과일을 쪼고 있었다. 끌림과 호기심, 그리고 무심한 같은 서로 반대되는 감각이 미마에게 전해졌다. 미마 고유의 감각과 반려수의 감각이 뒤섞인 것이었다. 왼쪽 시야에 눈이 조그맣고 주둥이가 길쭉한 동물이 들어왔다. 미마의 가벼운 호기심은 식세포처럼 덮쳐오는 반려수의 강렬한 두려움에 먹혀버렸다.(60)

     

    이 부분은 싱커를 한 동물의 감각을 느끼려는 동조 체험을 묘사하고 있다. 주인공 미마는 뇌파를 통해서 동물과 하나 되는 과정을 거치고 이를 통해서 생명의 소중함을 느낀다. 인용한 부분은 반려수의 몸에 들어가서 감각을 느끼는 순간이 생생하게 묘사되어 있다. 동물과 하나 되기는 그 동물과 함께 하려는 뇌파가 얼마나 많이 작용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반려수의 몸에서 빠져나오는 과정도 감각의 상태에서 전이된다. 동물과 한 몸이 되면서 그 동물이 살아가는 과정을 몸에 익히게 된다. 이것은 동물과 인간의 감각이 하나가 되는 과정이다. 신아마존의 숲에서 생명의 감각이 함께 작용할 때, 그곳은 평화로운 공간이 된다. 자신과 하나가 된 생명을 체험하면서 그 동물의 감각을 익히게 되고, 그 생명이 살아가는 의미도 깨닫게 된다. 이것은 자아와 타자를 하나로 인식하는 계기가 되는 순간이다. 지하세계에 사는 미마는 동물과 하나 되는 과정을 통해서 생명의 가치가 살아있는 세상을 꿈꾸고 있다.

     

    처음 신아마존이 건설되었을 때 세계 각지에서 열대 동물들이 공수되어 왔다. 그래서 신아마존은 풍요롭지만 얼마간 혼란스러운 생태계가 되어버렸다. 오랜 세월 서로 만날 일이 없던 동물들이 뒤섞이게 되었던 것이다. 결국 치열한 다툼 끝에 새로운 먹이사슬이 정착되었다. 그동안 생존에 실패한 종들도 많았다.(88)

     

    지하세계는 동물들도 생존이 가능할 만큼 발달한 세상이다. 이곳에서도 엄격한 생명의 질서가 존재한다. 그 먹이사슬의 구조 속에서 생존하는 것이 자연의 법칙이다. 늑대 열 네 마리가 양떼를 몰아내고 그 양떼가 떠난 자리에 새싹이 돋고 나무가 자라고 새들이 찾아오는 기적이 일어나듯이 자연의 질서는 인간이 마음대로 할 수가 없다. 지하세계에서 동물에게 싱커하려는 것은 그 생명의 체험을 통해서 생명의 소중함을 느끼려는 것이다. 그러나 그 과정 속에서도 인간의 욕망이 작용하고 있다. 좀 더 사나운 동물과 싱커해서 포식자의 경험을 느끼려는 무리가 생기고, 신아마존을 유지하면서 생기는 이익을 추구하려는 사람도 나타난다. 신아마존은 지하 인간들에게 편안한 공간을 제공해주는 곳이기도 하지만, 지배의 논리가 작용하는 공간이기도 한다. 지하세계를 통치하는 지배자들은 신아마존의 평화를 유지하면서 인간을 지하세계에 안주하게 하고, 다른 세상을 꿈꾸지 못하게 한다. 영화 <설국 열차>에서 칸 마다 다른 계층의 사람들이 그들만의 안락을 위해 다른 칸을 폐쇄하는 것처럼. 인간의 욕망이 작용하는 곳에서는 항상 파멸이 존재한다. 그 파멸의 길을 막는 것은 인간이 동물뿐만 아니라 주변의 환경과도 동조하는 것이다. 세상의 모든 동물들과 동조하고 세상의 모든 환경과 동조하는 곳에서 평화가 정착된다. 그것이야말로 새로운 세상을 찾아가는 길이다.

     

    아이들은 조용해졌다. 모두 마음과 에너지를 모아 숲 안에서 일체감을 느끼려 애썼다. 그러자 예전에 한 번 느꼈던 현상-싱커 상태에 전파 장애가 다시 일어났다. 주위 세계와 동료들이 눈앞에서 지직거리며 흔들렸다. 이미 한 번 겪은 일이고 마음을 굳게 먹은 터라 지난번보다 충격이 덜했지만, 그래도 견디기가 쉽지 않았다. 아이들은 정신을 바짝 차리고 버텼다. 달아나지 않고 눈앞의 세계를 더욱 단단히 붙들었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흐르자 아마존은 다시 안정되었다.(209)

     

    신아마존은 지하세계에서 유일하게 마음의 안정을 얻을 수 있는 곳이다. 인용한 부분은 신아마존은 파괴하려는 사람과 맞서서 그곳은 지키려는 아이들이 하나가 되는 장면이다. 아이들은 모두 숲 안의 환경과 싱커하면서 신아마존을 지키고 있다. 환경과 참된 동조가 이루어질 때 그곳을 보존할 수 있다. 멋진 세상은 모든 것이 하나가 되는 동조(同調)’에 있다. 지하세계의 사람들은 다른 생명과 하나가 되면서 행복하고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간다. 동조는 함께 기운을 느끼고 그 기운 속에서 타자의 생명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깨닫는 것이다. 지하세계에서 만들어가는 멋진 세상은 살아있는 생명에만 동조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주변 환경과 동조하여 하나가 되는 것이다. 그것만이 세상을 살리고 인간을 살리고 인류를 살리는 길이다. 인류가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은 사물과 동조하는 것이고, 그것은 멋진 세상을 만들어가는 길이다.

     

    어린이가 대통령이 되는 세상

     

    아이들이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가는 이야기는 이원수의숲 속 나라에서도 나왔지만, 그곳에서는 마을 단위의 조직을 만들었을 뿐이다. 그런데 이보다 더 넓고 큰 지구 전체를 다스리는 대통령이 나온다면 어떨까? 어른들이 망쳐놓은 지구를 아이들이 통치해서 더 좋은 세상을 만든다면 믿을 수 있을까? 아이들이 세상을 다스리면 참 맑고 순수한 세상이 될 것이다. 맑고 순수한 아이들은 복잡한 이권의 개입이 없고, 평화롭게 함께 사는 길이 무엇인지를 찾아갈 것이다. 그 방법은 세계가 하나가 되는 것이다. 차별은 다르다는 인식에서 시작한다. 사물과 사람이 다르고, 동물과 인간이 다르고, 백인이 다르고 흑인이 다르고 황인종이 다르다. 이 다름 때문에 생기는 수많은 차별은 국가와 민족을 만들고, 이를 통해서 그 차별을 분명하게 인식하게 된다.

    그렇다면 만일 세계가 하나가 된다면? 사람과 동물이 하나의 생명이라는 인식을 하게 된다면? 그야말로 엄청난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인류는 서로 경쟁하던 체계에서 화합하는 길로 나아가게 될 것이고, 내가 남이 아니고, 남은 나의 일부분이라고 생각하게 될 것이다. 모든 동물의 생명을 소중하게 생각할 것이고, 다른 생명의 가치를 존중하게 될 것이다. 이병승의차일드 폴은 이런 신나는 세상을 꿈꾸고 있다. 만물이 모두 하나이고 지구가 하나라는 인식을 가질 때 대동세상이 열릴 것이다. 그것은 미래의 아이들이 꿈꾸는 신나고 멋진 세상일 것이다. 아이들이 대통령이 되어서 세상을 이끌어가는 신나는 상상을 하는 것은 허무맹랑한 이야기일 뿐일까? 아이들이 나라를 이끄는 미래를 생각하는 것만으로 멋진 세상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이야기도 지구가 심각한 환경오염에 빠져서 스스로 파멸해 가는 과정에서 시작하고 있다.

     

    아시다시피 지금으로부터 4년 전인 2019, 전 세계적인 기상이변으로 지구가 대재앙을 맞았어요. 홍수와 허리케인이 미국 대륙을 강타했고, 북극의 빙하가 녹아내려 해수면이 상승했죠. 호주와 일본을 비롯한 섬나라들은 국토의 절반이 바닷 속으로 가라앉았고, 히말라야의 만년설이 녹아 티베트의 여러 도시들이 물속에 잠겼어요. 적설량이 2미터가 넘는 폭설로 세계의 주요 도시들은 도시 기능이 완전히 마비되었고, 이로 인해 수천만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어요. 섭씨 40도가 넘는 폭염으로 목숨을 잃은 노인과 아이들은 수를 헤아릴 수조차 없었어요. 지구의 허파라 할 수 있는 아마존은 황토로 변했고, 아프리카 정글은 사막으로 변했죠. 가뭄과 산성비로 농산물은 금보다 귀해졌고, 가난한 사람들은 식량을 구하지 못해 굶어 죽거나 강도로 돌변했어요. 곳곳에서 전염병이 돌고.”(14-15)

     

    지구의 종말은 환경오염으로부터 시작한다. 이것은 누구나 인식하고 있는 문제이다. 이원수의숲 속 나라에서는 석유 자원의 문제가 나라를 망하게 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으며, 권정생의랑랑별 때때롱에서는 지구의 환경오염 때문에 동물들이 죽어가고 결국 사람도 살 수 없는 세상이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이처럼 심각한 환경오염을 인식하고 있으면서도 인간은 자원의 소비를 억제하지 못하고, 인간의 욕망은 끝없이 나아가고 있다. 전 세계적인 기상이변이 생기고, 지구가 대재앙의 상황에 이를 때까지 인간의 욕망은 끝없이 나아갔다. 이런 상황에서 어린이가 나라를 이끄는 지도자가 되어서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간다. 이 동화는 통합된 지구촌에서 살아가는 꿈같은 이야기이다.

     

    그들은 인류의 마지막 희망은 어린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어린이가 정치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법을 만들었죠. 어린이 국회의원을 뽑고, 어린이 정당을 만들기로 했어요. 특히 각 나라의 대표인 대통령과 수상은 반드시 어린이가 되어야 한다는 법을 만들었습니다. 그 법의 이름이 차일드-(child-pol)’이에요. 어린이라는 뜻의 차일드(child)와 정치라는 뜻의 폴리스틱(Politics)를 합친 말이죠.”(16-17)

     

    사람들은 더 이상 지구를 어른들에게 맡길 수 없다고 판단하게 된다. 이 때문에 각 나라에서는 어린이를 대통령으로 세워서 새로운 공화국을 만들려고 한다. 지구의 평화를 구할 수호천사는 아이들뿐이라는 생각에서 차일드 폴이라는 어린이 정치공화국이 만들어진다. 아이들만이 이 땅의 희망이라는 발상이 멋진 미래 세상을 꿈꾸게 한다. 어른들의 욕망을 비우는 자리에 새로운 미래 사회가 열리는 것이다. 국가와 민족 이기주의를 버리고 지구가 하나라는 인식을 가지게 될 때 비로소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 지구를 구할 어린이 대통령은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할까?

     

    그날 그들은 결정했어요. 세계 최고의 성능을 자랑하는 슈퍼컴퓨터로 전 세계 어린이들의 정보를 모았어요. 열 살에서 열네 살의 어린이들 가운데 우수한 두뇌와 뛰어난 감성, 탁월한 인성과 지혜로운 통찰력을 갖춘 순진무구한 어린이들을 선별하고 또 선별했어요. 이 과정에는 유전자 검사, 지능 지수와 감성 지수 검사, 인성 검사와 적성 검사는 물론, 사주와 관상까지도 기초 정보에 포함시켰죠. 적어도 200여 가지 이상의 데이터를 참조하도록 하는 특수한 프로그램을 만들었어요. 그렇게 해서 뽑힌 우리나라 최초의 어린이 대통령이 바로 안만흠 씨의 아들 안현웅입니다.”(17-18)

     

    현웅이는 차일드 폴의 결정에 따라 새로운 대통령으로 뽑힌다. 현웅이는 그야말로 평범한 아이이다. 그렇게 평범한 아이가 새로운 세상을 열어가는 미래의 대통령이 된다. 순수하고 깨끗한 아이만이 세상을 맑고 깨끗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현웅이는 일찍 엄마를 잃고 중국집을 하는 아버지와 살아가는 평범한 아이이다. 학교 성적도 그다지 좋지 않고 그저 평범하고 순진한 아이이다. 현웅이는 세상의 욕망에 물들지 않은 아이이다. 인간이 꿈꾸는 세상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평범한 아이들이 멋진 세상을 만들어가는 것이다.숲 속 나라의 노마도, 랑랑별 때때롱의 새달이도 모두 평범하고 착한 아이들이다. 멋진 세상은 세상의 욕망에 물들지 않고, 평범하게 살아가는 사람만이 만들어 갈 수 있다. 멋진 세상을 열어갈 주인공은 평범한 일상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다.

    이 동화에서 작가는 아이들에게 멋진 세상을 물려주기 위해서는 먼저 우리에게 닥친 환경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한다. 기후의 변화는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의 생명도 위협한다. 인류의 미래는 환경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달려 있다. 대통령이 된 현웅이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러시아 대통령이 된 아이를 만난다. 두 정상은 컵 차기 놀이를 하고 자기 나라의 민속춤을 서로 가르쳐주면서 놀기만 했다. 두 나라의 정상이 만나서 함께 놀면서 서로 친숙해지고, 그 일을 계기로 해서 환경문제를 해결한다.

     

    전 세계가 하나의 나라라면 남의 나라라고 도와주지 못할 일도 없다. 그냥 다 우리나라니까. 남의 나라가 침략해 올까 봐 어마어마한 국방비를 써야 할 이유도 없다. 그냥 다 우리나라니까.(150)

     

    현웅이가 꿈꾸는 통합국가야말로 아이들이 꿈꾸는 멋진 세상이다. 현재는 유엔이 지구의 모든 나라의 문제를 해결하고 중재하고 있다. 그러나 현웅이가 꿈꾸는 통합국가는 자국의 이익을 넘어서 인류의 행복을 위해 어떤 일을 할 것인지를 생각한다. 지구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국경과 민족을 초월한 인식이 필요한 것이다. 이 일이 어른들이 통치하는 국가에서 가능한 일일까? 절대로 불가능하다. 그러나 현웅이와 각국의 어린이 정상들은 이 일을 해낸다. 차일드 폴에서 뽑힌 어린이 대통령은 한 자리에 모여 통합국가의 대통령을 뽑는다. 통합 대통령을 선출하려고 할 때도 어른들이 조직한 세계적인 비밀조직인 이트가 방해 공작을 펼친다. 이트는 꼭두각시 어린이 대통령을 뽑아놓고 그들 마음대로 지구를 운영하려는 조직이다. 어린이 대통령들은 이들의 음모에 따라 선출되었지만, 어린이 대통령들은 서로 협력하여 이트가 원하지 않는 통합국가를 만든다. 어린이들의 순수함이 어른들의 욕망을 무너뜨린 것이다. 아이들이 꿈꾸는 통합국가는 어린이 대통령의 노력으로 이루어진다.

     

    97. 나는 평생 이 숫자를 잊지 못할 것이다. 총회에 모인 세계 97개국 어린이 정상들은 이날 코펜하겐 동물원에서 전 세계를 하나의 국가로 만들기 위한 합의문에 서명을 했다. 코끼리가 코를 치켜들고 뿌우- 나팔을 불었다. 독수리가 커다란 날개를 접었다 폈다 하면서 박수를 쳤다. 원숭이가 박수를 치며 이리 뛰고 저리 뛰며 재주를 넘었고, 사자와 호랑이는 포효하며 우리의 결정을 환호했다. 나뭇잎들은 이제야 사람들이 정신을 차리기 시작했다면서 신나게 재잘댔다. 꽃들이 환한 얼굴로 방긋방긋 웃었다.(180)

     

    현웅이가 생각하는 멋진 세상은 모든 생명들이 하나가 되어 살아가는 것이다. 지구에 살아가는 인간들만 합의해서 만드는 세상이 아니라, 동물들과 식물들도 합의해서 만드는 세상이다. 지구는 인간만 존재해서는 살아갈 수가 없다. 만물이 서로 어울려야 살아갈 수 있다. 어린이 대통령이 생각하는 멋진 세상은 서로 어울려 만들어가는 세상이다. 이 이야기는 사실 현실적으로 이루어질 수 없는 이야기이지만, 미래의 어린이들이 한번쯤 꿈꾸고 싶은 세상이기도 하다. 지구가 하나의 촌락으로 이루어지는 그날이야말로 모든 이념과 민족이 하나로 어울리는 멋진 세상이 될지도 모른다. 앞으로 다가올 멋진 세상은 민족과 국가를 넘어서 하나가 되는 세상이다. 이런 멋진 세상을 꿈꾸는 것은 가능하지 않을까?

    3. 하나 되는 세상을 찾아서

     

    이원수가 꿈꾸는 세상은 아이들이 행복한 세상이다. 권정생이 꿈꾸는 세상은 자연의 순리대로 살아가는 세상이다. 배미주가 꿈꾸는 세상은 모든 생명과 하나가 되는 세상이다. 이병승이 꿈꾸는 세상은 지구가 하나가 되는 세상이다. 이 각기 다른 동화 작가의 꿈은 결국 하나의 진리로 모여진다. 그것은 모든 것이 하나가 되는 길이다. 나와 남이 아니라, 모두가 내가 되는 길이다. 그 세상은 이미 오래 전에 우리 조상들이 생각했던 대동세상이다. 크게 하나가 되는 것이다. 동양 사상에서 말하는 하나가 여럿이고 여럿이 결국 하나일 뿐이라는 인식이 대동세상이다. 그것은 자연의 길이고, 순리의 길이고, 원리의 길이다. 원칙이 파괴되고 그 자리에 인간의 욕망이 놓이게 될 때 인류의 미래는 암담할 뿐이다. 멋진 세상을 열어가기 위해서는 자연의 원리에 따라 사는 길이다. 조금은 고통스러워도 견디어야 하고 죽음도 자연의 질서에 따라 순순히 받아들여야 한다. 모든 길은 하나로 통한다. 그 길이 여럿으로 보일지라도 결국 하나의 길에서 만나게 된다. 그 하나의 길을 찾아가는 것이 멋진 세상을 향하는 길이다.

    새로운 세상에 대한 꿈은 어린이들만 꾸고 있는 것이 아니다. 어른들도 가장 행복한 세상이 되기를 꿈꾸고 있다. 그러나 인간은 끝없는 욕망을 지향하기 때문에 그 꿈을 잊고 살아간다.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꿈이 세상을 바꾸는 힘이 되어서 새로운 세상을 열어간다면 행복한 미래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인간의 욕망을 조금씩 걷어내고 참된 세상의 길이 무엇인지를 함께 생각해볼 때, 인류의 미래는 멋지게 펼쳐질 수 있을 것이다. 아이들이 신나게 놀 수 있는 곳은 어른들이 행복한 곳이다. 아이들의 노래 소리와 웃음소리가 있는 곳은 어른들이 웃을 수 있는 곳이다. 그 멋진 세상은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니다. 가까운 일상 속에 있다. 일상의 아름다움과 평화를 지켜나가는 길이야말로 우리들만의 멋진 세상을 만들어나가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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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주  
    23)이원수,『숲 속 나라』(어린이 나라, 1949,『이원수 아동문학전집2』), 인용 부분은 괄호 속의 쪽수로 명기한다.
    24)권정생,『랑랑별 때때롱』(보리, 2008), 인용 부분은 괄호 속의 쪽수로 명기한다.
    25)배미주,『싱커』(창비, 2010), 인용 부분은 괄호 속의 쪽수로 명기한다.
    26)이병승,『차일드 폴』(푸른책들, 2010), 인용 부분은 괄호 속의 쪽수로 명기한다.

     

     

     

     

     

     

     

     

     

     

    황선열 : 1997년 매일신문 신춘문예 등단. 평론집경계의 언어,청소년과 인문학의 향기, 회통의 시학,동양시학과 시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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