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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도요문학무크>눈사람 이야기 0:00_박춘석
  • 눈사람 이야기 0:00시 

                            박춘석

     

     

    손오공이 바위 아래 있을 때 눈사람이었다고 합니다

    손오공의 500년간의 잠이 눈사람이었다고 합니다

    손오공의 눈사람이 500년간 녹아서 바위를 나왔다고 합니다

     

    벽 안에 흐르는 시간을 하나 걸어주세요

    봄이 다시 찾아오면 나는 사라지겠습니다 맹세코

    옷깃을 여미게 하는 사람을 떠나겠습니다

    액자 속 그림 같은 사람을 떠나겠습니다

    60이 되어도 소녀에 머무는 사람을 떠나겠습니다

    시간을 주세요

    꽃씨를 주세요

    녹아 흐르는 나를 담을 물조리개를 주세요

    꽃으로 가겠습니다

    내가 키운 꽃이 붉은색이면 붉은색으로 살겠습니다

    어느 계절 붉은 색을 멈추고 꽃씨가 온다면 그때

    또 봉투 속에서 손오공의 눈사람으로 머물겠습니다

    부디 벽에 시계를 걸어주세요

    꽃씨를 주세요

     

     

    박춘석:  2002년 계간 시안 등단. 시집나는 광장으로 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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