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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도요문학무크>봄꽃 교실_조향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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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꽃 교실 

     

     

     

               조향미

     

     

    이재욱 즐겨라

    백승현 재밌는 인생을 살아 보자

    좌우명을 책상 위에 붙여놓고

    걸상은 얌전히 밀어 넣고

    아이들은 떠났다

    교실아 안녕 나흘 뒤에 보자

    내일이면 노란 유채꽃

    봄바람 휘날리는 제주를 즐길 거야

    반짝이는 머리칼 들뜬 웃음소리

    참깨처럼 쏴아아 쏟아질 듯한

    그 교실엔 햇살이 고요했다

    칠판엔 지울 수 없는 말들 빼곡하고

    꽃과 편지가 수북한 책상

    아이들만 없었다

     

    이 교실의 그 많은 아이들이

    왜 돌아오지 못했는지 아직 모른다

    다시 만져볼 수 없는 따뜻한 몸

    아직도 찾지 못한 이름들을 묻어놓고

    기록을 지우고 기억을 부인하는 자들

    구조는 시늉이었고

    슬픔도 시늉이었고

    재판도 시늉이었다

    다급할 때마다 엎드려 빌었던

    참회는 거대한 가면극이었다

     

    사람들의 영혼은 얇아져 갔다

    텔레비전과 컴퓨터 앞에서

    껍데기 말들에 혼을 빼앗기며

    스스로 껍데기가 되어갔다

    연극과 현실을 구별하지 못했고

    자신이 누구인지 판단하지 못했다

    말을 장악한 자들은 외쳐댔다

    슬픔보다 경제가 중요하다

    절규하는 부모들에게 돈다발을 흔들고

    눈물짓는 친구들에게 대학을 내밀었다

    돈과 대학이 목숨보다 중한 나라

    연민은 불순하고 연대는 불온하다

    이제 그만해라 가만히 있어라

     

     

    그러나 생명은 가만있지 않으니

    다시 봄은 돌아오고 꽃이 피어났다

    아이들은 사라지지 않았다

    우리를 잊지 말아요

    진실을 묻지 말아요

    꽃 지면 잎들이 또 성성하게 일어서지

    언제고 가라앉은 진실은 떠오르고

    추악한 가면은 벗겨질 것이다

    잠든 자들도 화들짝 눈 뜨겠지

    그때에야 이 슬픈 교실에도

    새순 같은 아이들 도란도란 둘러앉으리

    못다 부른 푸른 노래 굽이굽이 퍼져나가리

     

     

     

    조향미 시인: 1986년 무크 전망으로 등단. 시집 그 나무가 나에게 팔을 벌렸다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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