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학의 창
  • ▶ <도요문학무크>도요문학무크10 "매달리다"
  •  


    소설과 희곡으로 접근한 세속화의 여러 양상

     

    2012년 전반기에 1집을 냈던 도요문학무크가 어느덧 10집을 선보이게 되었다. 첫 출발부터 테마를 설정하고, 테마에 대한 다양한 접근을 시도해 온 것이 다른 문예지와도요문학무크를 구별짓는 가장 큰 특징일 것이다. 그동안 다룬 테마로는 장소’, ‘80년대’, ‘불안’, ‘지역문학운동’, ‘연애편지’, ‘21세기 시적 전망’, ‘저항’, ‘’ ‘세속화등이다.

    이처럼 매 호마다 시와 소설, 그리고 평론이 다양한 관점에서 테마에 접근함으로써도요문학무크는 정기간행물이 가진 한시적인 생명력을 극복하고 당대 현실에 첨예하고 세심하게 접근하고자 노력했다. 2회 발간이라는 한정된 지면으로 인해 급변하는 사회상을 폭넓게 담아내지 못한 한계는 있었으나 현실의 다양한 파장에 대한 진지한 모색을 보여준 작품들을 만날 수 있었다는 점에서 무크지로서의 본령을 그런대로 충실히 수행했다고 자부한다.

    10집이 나오기까지 시와 소설을 분리해 발행하기도 하고 종합지 형태로 묶어 발행하기도 했다. 도요문학무크가 우여곡절을 겪으며 여기에 이르기까지 우리 문학의 장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의욕적으로 출발했던 문예지들이 줄이어 폐간하는 침울한 소식이 있었는가하면 새로운 형태의 문예 지가 등장하고 국내의 젊은 작가가 유수한 해외 문학상을 수상하는 등 희망을 보여주는 징조도 있었다. 이 침울과 희망이 새로운 시대와 맞서는 힘이 되어 문학의 터전이 더욱 단단하고 공고해지기를 기대한다.

    도요문학무크10집은 지난 호 시로 다루었던 세속화를 일곱 편의 소설과 한 편의 희곡으로 다시 접근했다. 일반적으로 세속화世俗化, secularization는 신성화神聖化에 대립하는 개념으로서 인간의 의식이나 생활세계의 양상이 자본이나 기술의 메카니즘에 의해 지배되는 현상을 말한다. 9집에 수록된 76명의 시인들의 시에 대해서는 송용구 평론가가 세속화의 질주에 저항하는 시인들의 생명의식으로 해석한 바 있는데, 자본주의와 함께 탄생하고 발달한 장르인 소설에서는 이번 테마를 어떻게 접근했는지 자못 기대가 컸다.

    김원우의 며느리 망명기는 헬스클럽에서 몸을 만들고 친교를 쌓으면서 트레바리나 헛똑똑이로 따돌리지 않으려는 장 영감의 철저히 세속적인 일상을 보여준다. 소설에서는 소위 먹방과 연예 프로그램이 판을 치는 세상에서 자연식을 하고 고상을 떠는며느리가 비판받고 있지만, 이는 역으로 범세속화된 사회를 떠날 수밖에 없는 의식있는사람들의 고립을 조장하는 우리 사회의 분위기를 비판하는 것이다.

    며느리 망명기가 이번 테마를 생활세계에서 찾아내어 다루고 있다면 성석제의 매달리다는 분단이라는 비극이 체제 유지 차원에서 활용되어 온 한 사례, 혹은 전형적인 사례를 통해 개인의 삶이 세속정치에 어떻게 이용되는지를 담담한 문체로 서술하고 있다. 어촌 마을에서 나고 자란 주인공이 어찌 보면 흔한사건의 하나인 어선 납북 사건으로 이념의 희생양이 되는 현실을 다루었다. 이런 현실이 개선되기는커녕 보다 정교하고 공고하게 의식을 억압하고 있는 현재를 우리는 살아가고 있다. 이와 대비해서 본다면 정광모의 나는 장성택입니다는 북한 체제 내에서 권력의 중심부에 있다가 숙청당한 실존인물 장성택이 선택한 북한식 세속적인 삶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겠다.

    강동수의 공 마에의 한국 비망록과 조명숙의 융의 대단한 일요일은 얼마 전 우리 사회에서 일어났던 실제 사건을 방불케 하는 예술계의 혼탁한 장면들을 정면으로 다루고 있다. 강동수가 택한 분야는 음악이고 조명숙이 택한 분야는 문학이다. 음악은 문학으로, 문학은 미술로, 또는 다른 분야로 얼마든지 대치될 수 있을 것이며, 예술이 재화로 환원되거나 재화와 결합할 때 비롯될 수 있는, 혹은 우리에게 더러 익숙할 수도 있는 더 이상 신성하지 않은 예술세계의 풍경이 과감하게 그려지고 있다.

    표절과 위작 시비, 그리고 권위 남용으로 인해 상처를 입은 것은 비단 예술세계만이 아닐 것이다. 생활세계와 정치, 문화 등 전 분야에 걸쳐 급속한 진전을 보인 세속화는 인류 최후의 보루라고 말해지는 사랑에 있어서도 표절과 위작의 예를 숱하게 보이고 있다. 원종국의 싱크홀에서는 만연한 불륜 세계의 한 단면이 펼쳐진다. 이미 만연한 만큼 주인공의 신분은 특별하지도 않고, 애정 행각 또한 유별하지 않다. 불륜이라는 단어의 의미가 무색할 정도로 평범해지고 일상화된 사랑의 한 방식이 우리의 의식 저변에 뚫어 놓고 있는 구멍에 대한 원종국의 탐색이 깔끔하다.

    우울증으로 잠들지 못하는 주인공이 한옥집 할머니의 도움으로 잠을 되찾는 허택의 발가락 내 발가락은 원종국의 소설과는 다른 모성애적 사랑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불면으로 생지옥을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한옥, 대청마루, 마당, 된장찌개 같은 전통적인 장소를 제공하면서 발마사지를 해 주는 할머니는 상처받은 영혼들의 안식처와 같다. 세속세계에서 받은 상처를 위로받고, 안식할 수 있는 장소가 문학 혹은 예술이기를 소망한다는 의도로 읽는다면 지나친 것일까. 아무튼 주제를 벗어나지 않으려고 분투한 여러 작가들의 노력에 경의를 표한다.

    일곱 편의 소설과 함께 이윤택의 희곡 세속도시에서의 꿈꾸기를 싣는다. 이 작품은 그동안 극작과 연극 연출 분야에서 활발하게 활동한 작가의 초기 작품으로 아직 지면에 발표되거나 무대화되지 않은 신작인데, 용케 발견되어 이번에 선보이게 되었다. ‘카프카의 변신극이란 부제가 붙어 있으며, 당시로서는 손꼽히는 직업 중의 하나였던 신문기자를 그만두고 연극 연출가로 방향 전환을 한 작가의 자전적인 요소가 감지되기도 한다. 멀지 않은 때에 무대에서 새롭게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도요문학무크는 이제 또 다른 변화를 모색 중에 있다. 문학과 연극을 비롯한 기초예술은 여전히 높고 외롭고 가난한 처지에 놓여 있지만 자존감을 잃지 않고 적빈을 견디며 우리가 꿈꾸는 세계로 한걸음씩 계속 나아가고자 한다. 그 지난한 길에 아름다운 분들의 동행이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201610

                                                            도요문학무크 편집위원회

                                                            이윤택 허택 최영철

     

     

     

     

     

     

    도요문학무크 10 세속화

    매달리다

     

    이천십육년 후반기, 10

    발행인 이윤택 | 편집인 허택

     

     

    차례

     

    |머리말|

    소설과 희곡으로 접근한 세속화의 여러 양상들

     

    |소설|

    김원우 며느리 망명기

    성석제 매달리다

    강동수 공 마에의 한국 비망록

    조명숙 융의 대단한 일요일

    원종국 싱크홀

    허 택 발가락 내 발가락

    정광모 나는 장성택입니다

     

    |희곡|

    이윤택 세속도시에서의 꿈꾸기

     

     

     

     

     

     

  • 추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