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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도요문학무크>대담: 아주 가끔씩 시가 한달음에 써져 날로 먹기도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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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요문학무크 9: 테마 대담

    아주 가끔씩 시가 한달음에 써져 날로 먹기도 하지

     

    대담: 정익진 조풍호 시인

    장소: 자갈치 꼼장어골목, 중앙동 사십계단 입구, 중앙동 백년어서원   

     

     

     

     

     

    조풍호(이하 조): 잘 지냈지 형. 남포동에서 형을 고목나무에 매미처럼 끌어안고 블루스를 추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웃음) 벌써 15년이 지났네.

     

    정익진(이하 정): 그래, 그 때 그 포장마차도 없어진 지 오래고정작 시 쓰는 시간보다 술 마신다고 시간 다 보낸 것 같다. 시를 이야기 하는 것보다 시를 쓰는 것에 더 주력해야 하는데그 렇다고 시인이 술 마시는데 시를 이야기 안 할 수도 없고풍호하고도 참 오래되었다. 좀 말라 보이는데 건강은 잘 챙기고 있는지?

     

    : , ‘늙다라는 단어가 형용사이면서 동시에 동사야. 조금씩 늙어가면서 늙음이 드러나는 나이니, 조금씩 고장나는 것엔 초연해야 하지 않을까, 그리 생각하며 살아. 그래도 영원에 대한 본능적 욕망은 있어서 10여년 넘게, 하루 1시간 운동, 하루 한 끼 식사는 여전하지. 막걸리 한두 병을 수면제로 사용하는 못된 버릇도 여전하고. 2002년에 이윤택 선생님과 영철 형이 펴낸 잡지 게릴라에 형과 내 시들이 실렸었는데, 그때 잡지에 실린 법문이라는 시에 반해서 내가 영철 형께 이 사람 꼭 만나게 해주세요.” 이랬어. 그게 형과 처음 만난 계기였지?

     

    : 출판사의 요청으로 그 시를 결국 첫 시집에서 뺐지. 조금은 외설적이었고 직설적 표현이라 좀 거슬릴 수도 있었겠다 싶어서. 그렇게 첫 만남은 이루어졌고 처음 만났을 당시 모자 쓰고 머리도 허리까지 길게 길러 인상적이었어. 가수 김종서 같았지. 언제 머리를 잘랐어? 자르게 된 계기가 있었나?

     

    : 한 마디로 귀찮아진 거지. 어차피 뚜벅이라서 기동력도 떨어지는데, 머리까지 감고 말리기가(웃음)

     

    : 내가 2003년 시집을 내고 형한테 다음엔 2인 시집을 내자고 했었는데, 떠도느라 못 이룬 꿈을 이렇게라도 이루게 되네.(웃음) 나도 그때 형 시와 내 시가 대척점에 있어서 시집이 나오면 재미있을 거 같았는데, 도요무크에서도 이번 특집을 준비할 때 그런 분위기를 염두에 두지 않았을까 해. 영철 형이 우리를 늘 사귄다고 하듯이 유별나게 친하게 지낸 것도 감안한 것 같고.

     

    : 풍호의 시가 철저하게 현실(특히 과거)의 체험 위에 쓴 시라면 나의 시작업은 다양한 출발점을 가지고 있어. 그게 시기마다 다른데다른 시인들과 마찬가지로 어떤 형식적인 면에 치우쳐 쓴 시도 있고 체험의 바탕 위에서 쓴 시들도 있고, 시 구절이 퍼뜩 떠오를 때도 있어. 최근에 많이 달라진 점이 있다면 구조를 먼저 짜고 쓸 때가 예전보다는 좀 많아졌어.

     

    : 이번에 수록하는 형의 시들을 읽으면서 느낀 건데. 형 시에는 직유법이 많지 않은 것 같아. 나 같은 이야기 시(깊이 들어가야겠으나 지식도 모자라고 논의가 길어질 거 같으니, 이제부터 편의상 정익진 시인의 시를 모더니즘 시로 조풍호 시인의 시를 이야기 시로 하기로 함.)를 쓰는 사람은 이야기를 포착해 전개하다가 말미 부분에서 단단히 공구리(콘크리트)를 쳐서 독자로 하여금 긴 여운을 갖게 하는 방법을 주로 사용하는데. 그래도 이야기가 아니라 이야기 시이니 시 한두 곳에 직유법이나 은유법을 주로 사용해서 요즘 애들 말로 엣지있게 만드는 방법을 사용하거든. 형은 시를 창작할 때 특히 어떤 방법을 선호해? 자주 쓰는 방법에 대해서 듣고 싶네.

     

    : 한 편의 시 그 자체가 하나의 커다란 비유덩어리라고 생각해. 은유나 직유는 필요하면 쓰고 필요 없으면 쓰지 않아. 다른 시인들과 마찬가지로 직유를 써야겠다 마음먹고 쓰는 것은 아닐 테고 은유법은 가끔 의도적으로 사용해. 리듬을 위해서도 필요하고 단호해 보이는 측면이 있지. 그리고 회화에서 쓰는 기법을 응용하기도 해. 달리나 마그리트, 에른스트 같은 초현실주의 화가들이 사용하는 떼뻬이즈망 기법이란 것이 있는데나도 그렇고 많은 시인들이 본능적으로 사용하는 걸로 알고 있어. 이 기법의 이론은 시를 한참 쓰고 난 뒤에 알게 되었지.

     

    : 내가 보기에 형 시는 세태소설에서 자주 사용하는 카메라 아이즈 기법에 더 가깝다고 생각해. ‘VJ 시인같다 할까?(웃음)

     

    : 십여 년 전인가 형이 나한테 광원들이 쓰는 헤드 랜턴을 쓰고 잔다고 한 적이 있어. 자다가도 시 착상이 떠오르면 곧바로 머리맡에 있는 원고지에 쓰려고. 대단한 열정이고 시에 대한 애착인데. 그래서 시집 수도 많고 그 노력을 인정받고 있는 게 아닌가 싶네. 그런데 난 요즘 나에게 택배로 부쳐오는 시인들의 신작 시집을 보면서 조금 겁이 나. 나를 잘 모르는 시인도 이렇게 시집을 보내오는데, 그러면 그렇게 관행상 이곳저곳 시인들에게 보내는 시집 수량이 만만치 않을 텐데, 나같이 상대적 빈곤이 아니라 절대적 빈곤에 시달리는 시인에게는 시집 출판이 너무 먼 것 아닌가 하고. 그러니까 실질적으로는 자비 출판의 결과가 벌어진다는 건데. 이런 시집 유통 문화에 대해서 형은 어떻게 생각해?

     

    : 누군가 반수면 상태에서 시가 잘 써진다기에 몇 번 해봤는데 아무런 효과가 없었어. (웃음) 꿈속에서 좋은 시(?)가 보일 때도 있었는데 깨고 나면 말짱 도루묵이었어. (웃음). 시집 출간에 대해서는 이야기가 길어질 것 같아 생략할게.

     

    : 전도서 911절에 시기와 우연이 이 모든 사람에게 임하니라.’라는 구절이 있는데, 익진 형을 제법 안다고 생각하는 나는 이 모든 사람정익진으로 바꾸어도 괜찮다고 생각해. 내가, 포착한 장면을 이야기로 비틀어 기획하며 시를 축조한다면 형은 한 문장으로 시작한 시 구절들이 자가발전을 하면서 우연히기획하지 않은 이미지들을 만들어내는 것 같은데. 형의 빼어난 작품 중의 하나인 귀들도 그렇지 않을까, 생각했어. 그게 이미지를 물고 늘어지는 형의 시에 대한 집요함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기획이 없어도 기획되는 형 시가 부러울 때가 많아. 내 생각이 맞아?

     

    : 맞아. 첫 시집에서는 그러한 측면이 많았지. 과거의 시에서 한 번도 나타나지 않았던 현상을 표현하려고 노력했어. 하지만 시집을 거듭 출간하면서 그러한 면은 점점 사라지고 지금은 처음부터 의도한 바를 끝까지 가져가는 편이야. 물론 시구가 떠오르면 그때는 예외지만그리고 귀들같은 경우는 시를 쓰다가 우연히 써진 것이 아니고 동료 시인들하고 부산 두구동 소류지(연꽃밭)에 놀러 가서 건진 시야. 아주 가끔씩 시가 한달음으로 써져 날로 먹기도 하지만 알다시피 그런 경우는 드물어.

     

    : 내가 뭐 아는 게 있겠어. 하지만 형 시에 대한 애정이 누구보다 크기 때문에 내가 형 시에서 바라는 것이 몇 가지 있어. 첫째 초기작에서 자주 보이던 신체 절단이나 피범벅은 이젠 조금 줄여도 되지 않을까 하는 것 하고. 동물로의 환치도 풍요롭게 구가했다 생각하고. 말 거는 어투나 경어체적 독백이 너무 많아서 분명히 다른 시인데도 기시감이 들어 신선한 느낌을 못 받을 때가 많으니, 어조 변화를 과감히 시도한 작품들을 써보는 건 어떨까 하는 것도. ! 간판들의 이름을 이용한 거리 쏘다니기 같은 경우는 김태원의 카메라 아이즈기법과 흡사하면서 도시 풍경을 애니메이션 이미지로 바꾸는 데는 도움이 되는 것 같아. 빨간 아령을 든 여자가 참 좋았는데.

     

    : 아무래도 어려서부터 지금까지 그림이나 영화를 너무 많이 봐온 탓이야. 시각적인 이미지들이 내 몸속에 세포화된 것이라 생각해. 빨간 아령을 든 여자는 집에서 쓴 것이야. 거실 바닥에 놓여 있는 빨간 플라스틱제 코팅이 된 빨간 아령을 보자마자 거의 순식간에 쓴 시야. 2시집 윗몸 일으키기에 실린 시야. 어조에 대해서는 건조체로 쓰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시마다 어울리는 어조가 있다고 생각해. 피와 절단의 이미지는 제 2시집부터는 없을 거야. 꼭 필요할 때를 제외하고 선호하지 않아.

     

    : 조금 있으면 선건데 시의 정치성에 대한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네. 어차피 모든 문학 작품은 정치성을 띨 수밖에 없는데. 일제 강점기 순수시파들도 체제 옹호까진 아니더라도 체제 순응이라는 정치적 선택을 한 거 아닌가? 논술 시간에 내가 가르치는 학생 중 하나가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을 보면 이문열은 굉장히 민주적이고 개혁적인데 어느 인터뷰 보니까 굉장히 보수적이어서 놀랬다고 하더라고. 그래서 내가 학교를 배경으로 하는 비슷한 알레고리 작품인 황석영의 아우를 위하여와 비교해 준 적이 있어. 엄석대를 무너지게 하는 게 누구야? 6학년 담임이야. 반면에 황석영의 소설에선 힘을 합친 반 동무들이고. 황석영은 반 동무들로 상징되는 민중이 역사 발전의 원동력이라는 믿음을 드러내는 거지. 그런데 이문열의 6학년 담임은 어떻게 해. 애들을 몽둥이로 때려. 이게 뭘 의미하는진 알지? 어느 특정한 사람이 역사를 바꿀 수 있다는 거야, 그것도 힘으로. 이문열이 박정희를 흠모하고 보수적 세계관을 지닌 것은 이미 6학년 담임이라는 소영웅주의자적 인물을 창조할 때부터 내장되어 있던 거지. 내가 자꾸 형을 몰아세우는 것 같긴 한데, 형의 시가 하울의 성처럼 현실의 문제에서 조금 비켜나 있다는 세간의 평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해?

     

    : 나는 근본적으로 예술지상주의자야. 언젠가 부산작가회의의 기관지 작가와 사회에 산문을 쓰면서 공식적으로 나의 입장을 밝힌 적이 있어. 늦게 대학에 들어갔어. 84학번이고 연극을 했어. 가끔 시위대의 뒤꽁무니를 따라가 본 적은 있지만 내가 앞장서 본 적은 없어. 대학 때는 시는 아무나 쓰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어. 하지만 지금 시인의 입장에서 내가 아무리 초현실적인 시를 쓴다 하더라도 옳고 그름은 분명히 판단해. 대학원에서는 생태주의에 대해 논문을 썼어. 생태주의의 골자가 만물평등주의. 인간중심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어. 하여 우리 사회가 평등한가? 평등했던가? 평등에 조금이라도 다가갔던가? 이런 사회적인 문제에 적극적이지 못했어. 진보적인(옳은) 의견에 대해서 전적으로 수용하지만 나를 진보라고 말한 적은 없어. 하지만 종편이 무엇을 겨냥하고 있는지는 잘 알고 있어.

     

    : 나도 이런 담론에선 자유롭지 못해. 산문이나 소설에선 은근슬쩍 집어넣는데, 시에선 나도 안 되더라고. 내가 자주 쓰는 과거이야기가 굉장히 위험한 부분이 있거든. 종편 봐. 종편에서 뉴스 외에 편성하는 오락프로그램을 보면, 나이 지긋한 왕년의 연예인이 패널로 참가해서 6,70년대의 과거를 추억하는 게 주종을 이뤄. 시청자층이 대부분 고령인 점을 감안하고, 제작비가 싸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라고 넘길 수도 있지만 문제는 그 프로그램들이 그 향수속에 숨어있는 당대의 모순들은 제거하거나 은폐하고 미화시키는 측면이 크다는 거지. 내가 지극히 개인적 정서 전달의 도구인 를 쓴다고 하더라도 이런 점은 염두에 두고 써야겠다, 그런 생각을 해.

     

    : 풍호가 말하는 과거는 정치적인 향수가 아니라 개인사적 과거일 뿐 거리가 멀어. 종편은 민망해. 앞서 언급했지만 종편이 겨냥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우리는 잘 알고 있어.

     

    : 형은 시도 그렇지만 영화나 연극 미술에도 꽤 조예가 깊은 걸로 알고 있는 데. 형이 가장 좋아하는 작품들을 장르별로 하나씩 골라 주실 수 있나? 그 중에서 특히 영감을 받아 쓴 작품이 있다면 그것도.

     

    : 시와 예술을 사랑해. 시인들도 무척 아끼고 사랑했지. 하지만 이제는 그러지 않아. 그렇지만 인생은 예술이고 그러므로 인생을 사랑해. 이번 도요무크에 실린 산문에 최근의 경향에 대해 언급한 바 있어. 내 생업을 제외하고 영화, 음악, 미술, 그리고 책으로 채우는 편이야. 베버의 오페라 <마탄의 사수>를 감상하고 쓴 시도 있어. 이번 지면에서는 싣지 않았지만.

     

    : 그럼 이제 이번 호의 주제이기도 한 세속화에 대해서 얘기 좀 나눠 볼까? ‘세속화그러면 일반적으로 속세의 욕망 반대편을 지향하는 종교가 세속적 욕망인 권력, 물질 등을 탐할 때 붙이는 것인데. 도요의 편집 방향에선 신자유주의가 배로 밀면서 관통하는 한국 사회에서 물신주의에 의해 파괴되는 인간관계까지를 고려한 것 같더라고. 형은 이런 세속화의 원인을 무엇이라고 생각해?

     

    : 세속화의 원인은 돈 때문이야. 자본주의 사회에서 일어나는 모든 나쁜 일은 거의 돈 때문이야. 돈을 가진 자만이 세력을 부릴 수가 있으니 돈에 대한 의존도가 지대하지. 어른들이 돈에 최고의 가치를 두니까 그걸 보고 듣고 애들이 배우는 거지. 그래서 돈을 축적해두지 않으면 매우 불안한 거지. 누구도 예외가 될 수 없어. 덴마크를 모델로 쓴 사회과학서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이 책의 목차 몇 개를 보면, <‘우리는 모두 똑같다는 겸손함과 당당함>, <월급의 절반을 세금으로 내는 이유>. <시험도 등수도 왕따도 없는 학교>, <대학에 가지 않아도 자유로운 미래>, <등록금, 취업 걱정 없이 하고 싶은 일 찾기>, <사회적 연대와 평등사회의 실현> 등등이야. 행복국가 세계 1위다운 면모가 아닌가 생각해. 재벌이 되어서도 수입의 절반은 정확하게 낸대. 왜냐고 물어보면 나도 그렇게 혜택을 받고 자랐기 때문에 당연히 내야 하고 자본을 축적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야. 우리나라 재벌은 과연? 또한 덴마크에서는 직업이 없어도 실업수당이 다시 직업을 가질 때까지 우리 돈으로 한 달에 300만원 정도 나온다고 해. 그러니 세속화가 불가능하지 않겠는가. 이들이 모여 돈 이야기할 리가 없지 않겠어.

     

    : 나는 급작스런 농경사회의 파괴와 더불어 진행된 산업화가 문제였다고 생각하는데. 그것이 국가주도로 이루어지면서 정경유착, 부정부패를 낳았고 결국 양극화를 심화시켰잖아. 농경 사회의 공동체적 유대감이 사라진 자리에 위험회피를 목표로 하는 성공제일주의, 물신주의가 자리잡았다고 생각하고. 서양의 전통으로만 알고 있는 노블레스 오블리주도 나라가 위태로워지면 등장하는 의병으로 대표되는 우리 민족의 소중한 전통이었는데, 독립 운동에 헌신했던 이들이 홀대 받고 친일가 살아나는 걸 보면서 약화되거나 사라진 것도 한몫했다고 보지. ‘각자도생(各自圖生)’이 얼마나 서늘한 말이야, 하긴 시인이야말로 각자도생측면이 크지. 형은 문단의 문화에도 세속화적 흐름이 있다고 생각해? 있다면 이유는?

     

    : 예술가들조차도 과거보다 돈에 영향을 많이 받아. 문단에선 당연히 창작지원금을 받은 작가와 그렇지 못한 작가들로 나뉘고. 지원금을 받은 작가들은 문단 모임에 나가봐도 어딘가 모르게 당당해. 또한 지원금의 액수에 따라 당당함의 밀도가 달라. 겉으로는 드러내지 않지만 마음속의 갑질이 작동하는 것이지. 눈빛을 보면 알아. 못 받은 작가들은 내가 더 열심히 써서 좋은 작가가 되어야지 하는 마음보다 우선은 상대적 박탈감과 내가 이것밖에 되지 않나 하는 절망감에서 헤어나올 수가 없어. 그래서 작가들도 모이면 이제는 돈 이야기를 많이 해. 세속화되는 거지. 하지만 작가들은 이 정도는 이겨내야 한다고 생각해. 오로지 좋은 작품을 쓰는 것만이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어. 돈은 못 받을 수도 있지만 인정을 받으면 되지 않겠어. 아닌가? 돈을 받아야 인정받나? 거기에다 정부에선 예술 분야 예산을 대폭 삭감했다고 해. 작가들의 입지가 더욱 줄어든 거야. 이 모든 사태를 도대체 어떻게 이야기해야 하나?

     

    : 세속화의 흐름을 바꾸기 위해 시인의 시들이 광야에서 외치는 소리가 되면 어떨까? 바톤을 이어가면서 신문에 발표한다든지 해서. 그게 침례자 요한처럼 사람들과 공명하는 게 아니라 공허한 외침으로 남을지도 모르지만.(씁쓸한 미소) 당장 실천할 수 있는 방법엔 세속화를 공고히 하고 강화하는 기제인 기호 소비에 동참하지 않는 것이겠지. 짐멜, 베블렌, 맥크랙컨 이런 사람들이 현대인의 소비가 자기 과시를 위해 얼마나 쓸데없이 재화를 낭비하는지 지적하잖아. 상품에 들어있는 권력, 가 얼마나 허구인지를 까발리는 일, 부와 명예의 분리를 문화적으로 저변화하는 작업, 이런 것들이 필요하겠지. 그러려면 의식지배력이 막강한 종교의 선도적 변화가 필요하지 않을까? 이번에 통과되어 몇 년 뒤 시행되는 종교 과세는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 하느님의 것은 하느님에게라는 성서 구절에도 부합되는 것이지만 그런 작은 시작일 테고. 종교지도자들의 깊은 성찰과 노력이 필요할 듯해. 세속화에 찌들어 죽음까지 희화화하는 사회가 되어서는 너무 슬프지 않나?

     

    : 다만 우리가 시인으로서 해야 할 일은 우리의 작품이 세속화(일반화)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시가 일반화되면 끝장이야. 망하는 거지.

     

    : 우리 이야기는 지면 관계상 이 정도로 접어야 할 것 같아. 여러 의미 있는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즐거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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