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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도요문학무크 8> 시월의 기도문_ 정일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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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월의 기도문

    진해 시월유신기념탑 앞에서

     

                                             정 일 근     

     

      

    시월에는 無神이게 하소서

    天高馬肥보다 詩高詩人肥이게 하소서

    서정성으로 둔갑하는

    누이의 가을 사랑 속에서

    번번이 결별의 비수는 빛나고

    안경을 벗은 안맹의 여린 내 시선으로

    반도를 움켜쥐는 바람의 손길이며

    한반도의 툭툭 불거진

    슬픔의 힘살들이 환히 보입니다

    하여 시월 속으로 떠나간 사람들의 길을 따라

    이제는 당당하게 걸어가게 하소서

    시월에는 有神이게 하지 마소서

    가을이 주는 넉넉한 풍요로움으로

    우리나라 사람들은 즐거이 일하고 놀이합니다

    하느님 당신은 늘 그대로 하늘에서 쉬시고

    시월에는 無神이게 하소서

    그리하여 시월의 공산 같은 달밤이 오면

    아이들, 낙엽, 대통령, 바보, 눈물, 풀꽃 모두 모여

    고운 시를 읽게 하소서

    높은 더욱 낭랑하게 높은 목소리로 시를 읽게 하소서

     

    (1987)

     

     

    정일근/ 경남 진해 출생. 1984년 무크실천문학1985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최근 12번째 시집 소금 성자(산지니) 발간. 현재 경남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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