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문홍의 연극 이야기
  • ▶ <김문홍의 연극 이야기>오랜 변주끝에 현실에 안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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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랜 변주(變奏) 끝에 현실에 안착하다

                                 - 극단 동녘의「바리데기」season 2

     

                                                                            김 문 홍  (연극평론가)

     

     

     공동창작 워크샵을 통한 첫 출발 

     연극제작소《동녘》의 장기적인 고정 레퍼토리인 연극「바리데기」는 약 14년의 오랜 변주를 거듭해 온 공연 텍스트이다. 이 작품이 첫 선을 보인 것은 2000년 5월 31일부터 6월 1일까지 경성대 소극장(현 예노 소극장)이었다. 당시 공연은 경성대 멀티미디어 대학 영상사진공연학부의 연극 전공 4학년 학생들의 워크샵 공연으로 이루어졌다. 이 작품은 전통연희의 현대적 계승이라는 목표 아래 공동창작으로 극본이 완성되고 당시 4학년 재학 중이었던 심문섭의 연출로 공연된 바가 있었다. 
    그 후로 이 작품은 지금까지 14년 여 동안 심문섭, 박용헌, 강원재, 양효윤, 최용혁 등의 연출로 조금씩 수정과 보완을 거쳤지만, 현재까지의 고정된 공연 텍스트는 주로 심문섭 연출 버전으로 계속되어 온 셈이다. 원 텍스트인 바리데기는 원래 무가(巫歌)로 1971년 8월 23일 경상북도 영덕군 영덕면 창포리에서 이루어졌던 오구굿에서 구현되었던 것을 자연 상태로 채록한 것으로, 말과 창으로 구연방식이 구붐되어 있고 구연 상황도 비교적 상세히 기록된 최정여(崔正如)  서대석(徐大錫) 공편의 『동해안무가』를 바탕으로 이루어졌다고 한다.   

     지금까지의 버전은 그 서사적 구조는 대략 이렇다. 죽은 이들의 넋을 저승으로 인도하는 저승사자 ‘할미‘가 ’지금 이곳‘ 현실의 신호등 아래에서 망자들을 기다린다. 그런데 귀신 세 놈이 저승을 가지 않겠다고 버티고, 저승 할미는 그들을 잡으러 여기까지 쫓아온 것이다. 쫓고 쫓기던 추격전 끝에 그들은 어떤 한 ’소녀‘의 꿈속으로 들어간다. 소녀는 병들어 죽어가는 부모를 살리겠다며 저승으로 자신을 데려가 달라며 우긴다. 그래서 그들 모두는 소녀의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게 되면서 바리데기 신화와 현실이 조우하게 된다. 


    신화를 통한 현실의 은유로 거듭나다

     이번에 공연된「바리데기」season 2(공동창작, 최용혁 연출, 청춘나비 소극장, 2014. 8. 7〜25)는 여태까지의 공연 텍스트와는 서사 구조, 인물, 표현 형식 등에 있어서 차별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전의 텍스트가 전통연희의 현대적 표현과 신화의 재현에 중점을 두었다면, 이번의 텍스트는 현실의 시대상황과 도덕적 윤리를 은유하기 위해 바리데기 신화가 차용되고, 또한 그 표현 형식 역시 신화의 현대적 재현보다는 현실을 은유하기 위한 수단으로 신화가 차용되고 있다. 인물 역시 이전의 텍스트는 저승지기 할미와 죽은 이들의 넋이 중심이 되어 일종의 로드무비 형식으로 바리데기 신화가 재현되고 있지만, 이번 공연은 현실에 무게중심을 두고 바리데기 신화가 부분적으로 현실에 인용되면서 재현되다가 후반부에서는 현실과 신화가 주제를 중심으로 서로 만나게 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무대는 현실의 폐휴지 수집소이다. 박씨 할배가 운영하는 폐휴지 수집소에 이씨, 김씨, 등 두 노인이 찾아와 소일한다. 어느 날, 이곳에 종이 박스 하나가 버려지고 그들은 그것을 발견하고 깜짝 놀란다. 그 속에 갓난아이 하나가 버려져 있는 것을 발견하고 박씨 노인은 아이를 도맡아 키우게 된다. 아이가 칭얼댈 때마다 그들은 바리데기 이야기가 들어있는 녹음테이프를 들려주고, 아이는 어느새 신화 속의 서사에 길들여지게 된다. 아이는 어엿한 여고생으로 자라게 되면서 자신이 어디에서부터 오게 되었는지에 대한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회의하고 탐구하기 시작한다. 그렇지만 노인들은 하늘이 애비고 땅이 어미이며, 그리고 풀과 나무가 너의 형제들이라고 소녀에게 일러줄 뿐이다. 

     이따금 소녀의 환상 속에서 바리데기 신화가 재현되기 시작한다. 정체성의 혼란을 겪던 소녀는 결국 가출하게 된다. 그러다 자식들에게 버림받은 김씨 할배가 죽자 다시 집으로 돌아온다. 신화 속의 바리데기가 서천서역국에서 구해 온 약을 죽은 김씨에게 먹이고, 결국 현실 속의 소녀 바리데기와 신화 속의 소녀 바리데기가 서로 조우하게 되면서 들은 뜨겁게 포옹하고 신화와 현실이 함께 뒤섞인다.

     이번 공연은 바리데기 신화가 현실의 은유로 차용되고 있다. 자식들에게 소외되거나 버림받은 세 노인은 ‘지금 이곳’의 윤리도덕적인 아노미 현상을 상징하고 있으며, 그들에 의해 양육되는 현실 속의 소녀는 그들을 구원해야 하는 바리데기로 환치되어 있다. 결국 신화 속의 바리데기가 현실 속으로 들어와 노인들의 영혼을 구원하고, 현실 속의 소녀는 그것에 감화되어 둘은 서로 포옹하며 진정성 있는 윤리도덕의 자장 안으로 들어와 안착하게 된다. 


    공연 텍스트의 완성도를 위한 몇 가지 문제들 

     이번 공연은 서사구조와 인물, 그리고 주제의 차별화에도 불구하고 몇 가지 아쉬움을 드러내고 있다. 그 첫째가 캐릭터의 모호성이다. 소녀(임희선 분)가 자신의 근 원에 대한 정체성의 혼란을 겪다가 결국은 가출하게 되는데, 왜 정체성에 대한 끊임없는 회의와 탐구를 하는가에 대한 필연적인 당위성으로서의 모티브가 약해 인물의 행위가 설득력을 얻지 못하고 있다. 그것은 박씨 할배(한수용 분)도 마찬가지인데, 소녀에 대한 행위의 태도와 감정이 명확성이 없이 어정쩡하기 때문에 행동이 설득력을 얻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길 다방 레지(윤혜지 분. 바리 역도 함께 맡음) 역시 소녀에 대한 태도와 감정이 뚜렷한 목표가 없어 구체적이고 현실성 있는 캐릭터로 설정되지 못하고 있어 아쉽다. 

     그 두 번째는 신화와 현실이 조우하는 장면들인데 역시 모호하다. 신화 속의 바리데기 서사가 현실 속에 재현되는 것의 정체성에 대한 의문이다. 그것이 이미 바리데기 신화에 익숙해진 소녀의 환상 속에서 재현되는 것인지, 아니면 노인들의 바리데기 신화에 대한 역할극이나 녹음테이프 속의 바리데기 신화가 재현되는 것인지 애매모호하여 관객들의 극적 상상력에 혼란을 초래할 개연성이 크다는 점이다. 신화와 현실이 만나는 것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조명이나 음악 등의 무대 기술적인 기법이나 장치 등도 신중하게 고려되었으면 좋을 것 같다. 무대 위에 질서 없이 널브러져 있는 지금의 소품들은 어떤 목적성으로 정리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쓰레기 더미에서 피어나는 꽃송이 등은 주요한 오브제로 포인트를 줄 필요가 있다. 

      또한 현실 속에 재현되는 바리데기 서사가 논리적인 일관성을 갖추고 기승전결이 분명하게 설정되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고 지리멸렬하다는 점이다. 

     어린아이에서부터 여고생에 이르기까지 소녀 역을 특유의 순발력과 표정, 그리고 마임으로 훌륭하게 소화하고 있는 임희선, 진중하고 유머러스한 캐릭터를 과장 없이 자연스럽게 보여주고 있는 김씨 할배 역의 박석재의 연기는 이번 공연에서 단연 돋보이고 있다. 이번의「바리데기」시즌 2는 원전 텍스트를 공연을 통한 오랜 변주끝에 완성도 높은 구조로 재탄생시키고, 또한 현실을 은유하기 위한 신화의 차용과 신화를 은유하기 위한 현실의 변주로 새로운 공연사의 길을 트고 있다는 측면에서 아주 의의가 크다. 이번의「바리데기」시즌 2는 최용혁이라는 새로운 연출의 창의적 잠재성을 다시 발견했다는 점에서 또한 의미가 있는 공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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