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문홍의 연극 이야기
  • ▶ <김문홍의 연극 이야기>제32회 부산연극제 총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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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희곡의 완성도와 무대표현의 절제가 아쉽다

                       -제32회 부산연극제 경연 부문(IN) 총평


                                 

                                                                                                김 문 홍(극작평론가)





    예년보다 고른 수준이지만 뛰어난 작품이 없다

     

     제32회 부산연극제 경연부문에 참여한 작품들은 예년에 비해 모두 고른 수준을 유지하고는 있지만, 그 형식과 내용 면에서 괄목할 만한 작품이 보이지 않았다. 올해 연극제의 특징은 극작과 연출에 있어서 신인들이 대거 참여하고 있다는 점이다. 희곡에 있어서는 김문홍과 최은영, 그리고 지난해에 전국 창작희곡 공모에서 당선한 두 작품을 제외한 5개의 작품은 극작과 연출에 있어서 대부분이 신인이다. 희곡 부문에서는 채지하, 김지숙, 박훈영의 작품이 기성작가에 버금가는 문학적 상상력과 연극적 내공을 보여주어 미래를 기대하게 했다.

     연출에서도 역시 박훈영과 최성우, 김동민이 우화적 상상력, 공간 감각의 역동적 다양성, 그리고 감각적인 리듬을 내세워 나름대로의 독창적 연극 미학을 펼쳐 보여 믿음이 가게 했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희곡적 완성도가 미흡한 텍스트와 연극적 내공이 부족한 신인 연기자의 역할에 대한 미진한 연기는 아쉬운 부분이 아닐 수 없었다. 또한 작품에 유기적 연관성이 결여된 영상의 과도한 사용으로 관객의 연극적 상상력을 억제시킨 점은 두고두고 반성해야 할 점으로 지적된다.

     

    역사적 상상력을 통한 당대의 삶에 대한 반영

    극단 바다와 문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의〈비어짐을 담은 사발 하나〉(최은영 작, 연출, 2014. 4. 7〜4. 8, 문화회관 중극장)는 우선 제목 자체가 주제를 은유하는 시적 상징성이 돋보인다. 이 작품은 앞과 끝이 조상 대대로 사기장의 핏줄을 이어받은 연준의 장면이고, 그 가운데가 과거의 장면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주 플롯이 액자 구조로 담겨 있다. 무대미술과 장치가 사실적 정교함으로 도자를 만드는 작업 과정을 극적 상상력으로 유인하는데 큰 기여를 하고 있으며, 역할 연기자들이 평균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앙상블이 비교적 잘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 작품은 문학으로서의 희곡 작품의 얼개에 몇 가지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인물들의 몇몇 극적인 행위가 심리적 추이의 과정을 밟고 있지 않아 그 행위가 극적인 설득력을 얻지 못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민평구(박찬영 분)가 예술적 성취의 의미로 도자 가마 속에 들어가 살신성인의 정신으로 죽는 장면이다. 그리고 장면 사이의 비약이 심하게 드러나 사건의 개연성이 부족한 것과 인물들이 유형화되어 독자적인 개성이 잘 드러나지 않고 있다는 점도 하나의 흠으로 지적될 수 있겠다. 도예라는 매개체를 통해 민평구 일가의 예술적 고뇌와 갈등에 서사의 초점을 맞추지 않고, 일본과의 대립과 갈등이라는 이분법적 사고로 극을 전개시켜 아쉬움을 주고 있다.  

    극단 하늘 개인 날의〈불꽃의 청년, 박재혁〉(김문홍 작, 곽종필 연출, 2014. 4. 8〜4. 9, 시민회관 소극장)은 부산 동구 출신의 독립 열사인 박재혁의 일대기를 다룬 작품이다. 이 작품은 혁명 투사의 산문적이고 건조한 활동보다는, 독립 운동과 가족애 사이에서 혼란을 겪는 한 인간의 내적 갈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작품의 처음 부분인 ‘삼우제’ 에서 무덤 속 혼령들의 분노를 표출하는 장면과 핍박 받는 조선인들을 상징한 천의 이미지는 표현주의적 기법을 차용하고 있다.

     이 작품은 몇몇 시각적 이미지의 장면으로 연출의 창의적인 극적 상상력을 내보이

    는 점은 좋지만, 인물 중심의 내면적 연기 표현보다는 사건 위주의 서사적 장면으로 일관되는 미학적 거리두기로 관객의 감정이입을 차단하는 있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모성의 안팎을 절제된 표정과 대사로 형상화한 김은희의 연기와 장면의 분위기를 적확하게 표현한 이세호의 음악은 돋보이고 있다.

      극단 이그라의〈들꽃소리〉(채지하 작, 최성우 연출, 2014. 4. 16〜4. 17, 문화회관 중극장) 는 신인 극작가의 작품으로, 일본 육군 관동군 소속 731 부대의 조선인을 대상으로 한 생체 실험의 역사적 만행을 다루고 있다. 위안부 강제 차출과 ‘마루타’ 실험은 익히 알려진 역사적 사실이기 때문에 연출의 초점은, 역사적 사건의 재현보다는 그 속에서 붕괴되어 가는 인간에 심도를 두어야만 할 것이다. 그런데 이 작품은 개인적 고난과 절망으로 인해 피폐해진 인간성보다는 일본인의 무자비한 살육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는 아쉬움이 있다.

     장면의 공간적 배경이 자주 바뀌어 배우들의 등장과 퇴장이 산만한 것도 하나의 흠이다. 유사한 장면은 한데 결합하거나 과감하게 생략하는 플롯의 압축적 방법이 시도되었으면 좋았을 것 같다. 작품의 제목인 ‘들꽃소리’가 암시하듯 한계적 상황 속에 갇힌 인간들이 들꽃소리를 통해 절망과 역경을 감내하는 모습에 액센트를 주었더라면 감동의 파장이 컸을 것이다.

     그러나 이 작품은 큰 무대에 설정된 여러 장면의 공간을 기능적으로 잘 활용하고 있는 점, 사실적 고증에 충실한 다양한 의상과 소도구, 인물들의 다양한 행위를 통하여 시종일관 무대 위에 변화를 주고 있다는 점은 특기할 만하다. 이시이 시로 역의 권철, 차홍주 역의 김정순, 최경자 역의 최성희와 은사금 역의 안성혜의 연기는 역동적인 대사와 행위로 돋보이고 있다. 

     


    인간성의 본질에 대한 탐구

    극단 세진의〈웃으며 안녕〉(이난영 작, 김세진 연출, 2014. 4. 5〜4. 6, 시민회관소극장)은 큰 액션 없이 오로지 배우들의 연기에 의존하는 희곡이다. 이런 작품은 오로지 역할을 맡은 배우들의 몸(행동, 표정, 마임)과 대사를 통해 관객들에게 연극적 상상력을 환기시켜야 한다. 그런데 연출은 너무 과도한 영상을 투입하여 배우의 연기력을 가리게 하는 한편, 관객의 연극적 상상력을 차단하고 있다.

     연극이 시작되기 전의 몇몇 영상은 아들을 잃은 이준혁(김학준 분)의 허망하고 황폐한 일상을 압축하여 보여주는 영상은 일종의 ‘전사(前史)’로서 극적 전개에서 필요한 부분이다. 그러나 장면 전환에서 앞으로 있을 인물의 행동에 대한 친절한 소개로서의 영상은 관객의 고유한 권한인 극적 상상력을 오히려 차단시키고 있다.

     또한 이 작품은 주인공 이준혁의 내적갈등을 중심으로 그의 심리적 추이 변화에 초점이 주어져야 하는 데에도, 상조회사에서 벌어지는 해프닝의 강약을 조절하지 못하여 그의 내면적 상황이 클로즈업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역할을 맡은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력과 앙상블 의 힘으로 비교적 안정된 무대를 만들고 있는 점은 아주 좋다.  

    극단 누리에의〈칼치〉(유현규 작, 강성우 연출, 2014. 4. 10〜4. 11, 문화회관 중극장)는 2013년 제6회 전국 창작희곡 공모에서 대상을 받은 작품으로 그 탄탄한 서사의 얼개와 주제의식으로 희곡적 완성도를 이미 검증 받은 바가 있다. 이 작품은 자기들끼리 서로 물어뜯는 칼치의 생존방식을 통해 선원들을 극한상황 속에 내던져 사욕을 채우는 선주의 물신적 욕망을 은유하고 있다.

     역할을 맡은 연기자는 거의 대부분이 남자 배우들로 무대에 역동성을 부여하기에 손색이 없고, 상대역과의 호흡과 앙상블도 짜임새가 있다. 선장역의 이혁우는 두 성격의 극단을 개성적으로 차별화하고, 선주 역의 최성락은 ‘갑’의 횡포라는 인간성의 서늘함을 유형화된 캐릭터로 무난하게 잘 소화하고 있다. 삼봉호의 사실적인 장치와 표현주의적인 각 공간의 분할도 무난하게 처리되고 있다.

     아쉬움이 있다면 지금까지의 기관장의 증언이 거짓으로 드러나게 되는 마지막 반전 장면이 차별화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선장의 성격과 태도가 반전되어 그의 진실한 실제 모습이 드러나는 장면에서는 극적 리듬과 템포, 그리고 대사와 행위에 무게중심을 두어 차별화시켜야함에도 그것을 놓치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선주의 술수와 야욕이 너무 일찍 암시되어 극적 긴장감을 잃고 있다. 각 장면과 장면을 긴장과 이완이라는 리듬으로 조절하지 못한 것도 하나의 흠이다.

     극단 이야기의〈천국 이야기〉(신호권 작, 김태호 연출, 2014. 4. 11〜4. 12, 시민회관 소극장)는 단순하고 평면적인 극적 구조를 억지로 늘인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 즉, 어머니와 아들, 신과 천사장, 그리고 천사 1과 천사 2의 캐릭터를 중심으로 갈등 구조가 전개되어야함에도 부수적인 인물들이 등장하여 초점심도를 흐리게 하고 있다. 또한 캐릭터의 극적인 행위가 논리적인 모티브에 의해 뒷받침되지 못해 설득력을 얻지 못하고 있다.

     무대장치 역시 표현주의적인 공간 분할의 추상적 무대가 되지 못하고, 코러스의 춤 역시 장면의 분위기와 인물의 내면을 상징화시키지 못해 군더더기로 극적 긴장감을 오히려 이완시키고 있다. 사탄과 천사장, 그리고 어머니 역을 맡은 기량이 좋은 배우들을 적절하게 활용하지 못한 것도 아쉽다. 주제의식 형상화의 미비, 캐릭터의 평면적인 활용, 그리고 무대 공간의 구도와 장면의 목표를 통제하지 못한 것은 연출의 책임이다. 드라마투르기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하는 작품이다.


    우화적 상상력을 통한 현실의 역설적 은유

    극단 배우창고의〈가카가 오신다〉(박훈영 작, 연출, 2014. 4. 13〜4. 14, 문화회관 중극장)는 폭력적인 야만적 권력에 의해 희생당하는 우리 시대의 힘없는 민중의 희생을 사랑도라는 가상의 공간을 통해 은유하고 있는 작품이다. 처음과 마지막 장면은 다소 과장적이고 희화적인 표현주의적 상징성의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차라리 시종일관 표현주의적 상징성으로 극적 전개를 했더라면 주제의식이 선명하게 표현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확장된 공간 분할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공간의 범위를 무대전면으로 좀 더 축소하여 활용했으면 각 장면의 목표가 선명해졌을 것 같은데 그렇지 못해 아쉽다. 그리고 역할 인물들이 전라도 방언의 발성적인 특징을 제대로 구사하지 못해 대사 전달에 어려움이 발생하고 있다. 가장 큰 아쉬움은 장면과 장면의 리듬과 템포의 조절, 그리고 탄력적인 긴밀한 연결을 통해 서사를 응축하지 못해 극적 긴장감을 잃고 있다는 점이다. 고래 역의 김하영, 연어 역의 서경화, 밴댕이 역의 김은희의 연기가 캐릭터의 성격과 행위를 잘 소화하여 돋보였다. 신인 연기자들의 호흡과 역동적 힘을 통한 연기 앙상블은 순발력이 좋았다.

     극단 더블스테이지의〈라랄라 흥신소〉(김지숙 작, 김동민 연출, 2014. 4. 17〜4. 18, 시민회관 소극장) 역시 신인 극작가 김지숙의 작품으로, 경연 작품 중 극작과 연출에 있어서 가장 감각적인 뉘앙스를 풍기며 관객들을 즐겁게 하고 있다. 이 작품은 일견 가벼운 것 같으면서도 결코 가볍지 않다. 우선 우리 시대의 부조리와 모순에 대한 작가의 예리한 현실인식이 결코 녹록치 않기 때문이다. 다소 무거운 주제를 감각적 재치로 형상화한 연출의 무대적 감각도 아주 탁월하다.

     폭력적 권위와 물신주의를 상징하는 하얀 노인이 천진난만한 동심과 인본주의적 감성의 김푸른들에게 봉변을 당하는 설정은 작가의 현실에 대한 철학적 은유가 결코 가볍지 않음을 나타내는 것이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은 ‘지금 이곳’을 살아가는 우리 시대의 여러 인간 군상을 기호화한 것이다. 이 작품은 이러한 인물들의 서로 맞물리는 희화적 관계성을 통해 시대와 사회를 풍자하는 일종의 블랙코미디이며 부조리극이다. 마지막의 단막극적 반전은 이 작품의 백미이다.

     그러나 이 작품은 장면 사이의 암전이 너무 길고, 각 장면에서 인물들의 대사와 행위에 있어서 포즈가 너무 느슨하다는 것이 흠이다. 즉, 장면과 장면의 리듬과 템포가 계산되지 않은 점이 아쉽다. 김푸른들을 연기한 이희선, 그리고 배달, 경찰, 아줌마, 시민이라는 여러 캐릭터를 차별화하여 연기한 김동민의 연기는 아주 돋보여 무대에 역동적 생동감을 불어넣고 있다.

    극단 몽키 프로젝트의〈뮤지컬 꽃동네〉(오리라 작, 연출, 2014. 4. 19〜4. 20, 문화회관 중극장)는 깊은 산골 마을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을 통해 잔혹하고 야만적인 인간의 본성을 은유하고 있는 작품이다. 엄숙주의로 흐르고 있는 부산연극제 경연 부분의 경직성을 탈피하고 파격적인 일탈의 형식미를 보여주고 있는 점은 하나의 모험정신에 가깝다. 인간 본성에 대한 집요한 접근으로서의 탐구보다는 소재주의에 함몰된 서사와 장면의 유기적 연결을 위한 모티브가 불명확한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올해 부산연극제에서 다소의 결함은 있지만 눈에 띄는 작품으로는 극단 누리에의〈칼치〉,극단 바문사의〈비어짐을 담은 사발 하나〉,극단 하늘 개인 날의〈불꽃의 청년 박재혁〉,극단 이그라의〈들꽃소리〉등 네 편의 작품이었다. 


    부산연극제,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부산연극제는 제32회로 성년이 되었다. 그런데도 아직은 어설프다. 그래서 관객들의 부산연극제 참가 작품들에 대한 기대치 역시 아주 낮다. 그 내용이 별 당위성도 없이 심각하고, 배우들의 연기가 아직 설익었고, 마음을 설레게 하고 정신을 맑게 해주는 연극적 재미가 부족하다고들 한다.

     참가작품의 창작 초연은 처음에는 다른 지역이 벤치마킹할 정도로 신선했다. 그러나 지금은 작가의 숫적 증가라는 물리적인 외형의 덩치만 키워 놓았지, 질적 뛰어남이라는 텍스트의 문학적 완성도는 제자리걸음 상태에 머물러 있다. 예선 대회 형식으로 엄격한 희곡 심사로 참가 여부의 척도로 삼는 과감한 체질 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것에 대한 각 극단의 반발이 심하다면 전문가 집단을 드라마트루거로 참여시켜 희곡의 수정 보완 작업을 병행해야 할 것이다.

     부산문화재단의 문화예술집중지원 전체 예산에서 부산연극제 참가 극단에 지원되는 금액은 약 45퍼센트로 거의 반에 가깝다. 이런 추세로 지속된다면 어떤 극단은 자체 정기공연보다는 지원금이 넉넉한 부산연극제 참가만을 노리는 꼼수를 부릴지도 모른다. 지원금은 부산 시민의 혈세로 조성된 만큼 참가하는 각 극단은 작품의 예술적 완성도에 심혈을 기울여야만 할 것이다.

     그리고 매년 부산연극제가 끝나고 나면 ‘끝장 토론’이라는 형식으로 부산연극제 개선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를 하지만 논의 그 자체만으로 끝나 버리고 만다. 앞으로는 이런 논의를 바탕으로 개선을 시도해야 하고, 해당 극단 역시 그 결과를 겸허하게 수용해야 할 것이다. 그 길만이 부산연극제를 살리고, 더 나아가서는 부산연극의 지형도를 확장시키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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