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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김문홍의 연극 이야기> 제35회 부산연극제 경연 작품 총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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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희곡과 연출의 내공이 아쉬운 무대

                -제35회 부산연극제 경연 작품 총평

        

     

     

    연극평론가 김 문 홍

     

     

     

      이번 제35회 부산연극제 역시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희곡의 수정 보완을 통한 완성도를 위해 종래의창작 초연에서 약간 벗어나 일 년 이내에 공연한 작품의 재공연도 참가가 가능하게 한 것이 달라진 점이다. 그리고 종래에는 부산문회관 중극장과 시민회관 소극장에서 분산 개최했는데, 이번에는 문화회관 중극장의 내부 공사로 인해 시민회관 소극장에서만 공연하게 된 것도 하나의 특징이다. 그런데 시민회관 소극장의 무대 조건과 조명, 음향 시스템의 노후화로 참가 극단들은 최악의 조건에서 공연을 감행하게 되었다.

      시민회관 소극장은 턱 없이 모자란 폭과 깊이의 무대 규모로 연극 공연에 불가능하다. 무대 깊이가 크게 모자라 무대 장치를 하고 나면 배우들의 연기 공간이 협소하여 앙상블에 의한 입체적인 장면은 꿈에도 불가능하다. 또한 조명과 음향 시스템의 노후화로 제대로 된 입체적이고 다양한 빛의 운용과 맑고 정확한 소리를 기대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참가 극단의 대부분은 평면적이고 초라한 무대장치를 할 수밖에 없어 관객들 역시 시청각적 호사를 누릴 수 없었다.

     

     

    지금 이곳의 관객에 대한 필연적 당위성 

     

      역사적 사실이나 전통연희의 소재를 무대 위에 형상화하기 위해서는, 그것이지금 이곳을 살고 있는 오늘의 관객들에게 무엇을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의 시각이 아주 중요하다. 그것들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나 관점이 없이 그것을 그대로 재현하면 그것은 다큐멘터리에 불과하다. 그래서 그러한 소재가 지금 이곳의 현재적 삶과 사회와 어떤 맥락을 가지고 있는가를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용으로서의 주제에 대한 개성과 형식적인 면에 있어서의 독창성이 늘 함께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이번 부산연극제에서는 모두 4편의 역사극이 선을 보이고 있는데 모두가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몽혼나비는 여성의 자아실현과 군주의 정신분석이라는 내용적 측면에서,나비가 된 꿈베포도업침은 무대 표현으로서의 형식적 측면에서 특징을 보이고 있다.

      극단 이야기의몽혼(남혜진 작, 박현형 연출, 2017.3.31.𞄜.1, 시민회관 소극장)은 창작 초연으로 조선 중기의 실존 인물이었던 여류시인 이옥봉을 소재로, 남존여비의 가부장적 사회에서 문학적 자유의지와 유교적 가치 사이에서의 갈등을 다루고 있다. 결국 이옥봉은 문학의 열망의 끈을 놓지 않는 대신 삼척부사 조원에게서 버림을 받게 된다. 그러므로 이 작품은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고뇌하고 갈등하는 이옥봉의 내면적 갈등에 초점을 두고 서사가 진행되어야 한다.

      그런데 남혜진의 첫 희곡은 그러한 서사적 핵심에서 벗어나 외면적 사건의 나열에만 치중하고 있어 다소 아쉽다. 또한 서사구조가 너무 평면적 나열에만 치우쳐 주막에서의 과거 회상이라는 현재 시점과, 이옥봉의 과거적 사건 재현이 병치 진행되어 밋밋한 느낌을 주고 있다. 그래서 배우들의 대사와 행동은 단순한 사실과 정보의 전달에만 치중되어 연극적인 방점을 찍지 못하고 있다. 특히 주인공 옥봉 역을 맡은 이정민은 입체감이 있는 대사와 연기 에너지로 극의 추동력이 되어야 하는데 이옥봉의 내적인 갈등과 고통의 표현에 있어서는 다소 아쉽다. 그나마 놀이패의 인형극만이 드라마틱한 장면을 연출하고 있어 다행이었지만 그것이 주제와의 통일성을 이루지 못하고 있어 아쉽다.

      이 작품은 이러한 서사구조와 연극성만 보완된다면 문학성과 연극성이 어우러진 희곡으로 거듭날 것 같다. 또한 시민회관 소극장 무대의 폭과 깊이가 턱없이 모자라 배우들의 연기 동선이 제약을 받고, 여러 명의 앙상블이 펼치는 회화적인 구도는 엄두도 내지 못하는 무대공간의 취약성을 이 작품에서 드러나 문화정책 당국의 연극 무대에 대한 근시안적 태도에 대한 반성을 촉구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공연을 통해 앞으로 가능성 있는 새로운 희곡작가를 발굴했다는 점은 부산연극계의 큰 수확이 아닐 수 없다.

      극단 세진의나비가 된 꿈(신은수 작, 김세진 연출, 4.12𞄜.13)은 문학적 완성도를 지닌 좋은 희곡임에도 불구하고, 연출의 역동적 상상력이 방점을 찍지 못해 극적인 드라마가 없는 평범한 작품에 머물러 버리고 말았다. 이 작품은 러닝 타임이 거의 100분에 가까운데, 중반 이후까지 극적인 변화가 없는 밋밋한 서사의 나열로 일관하고 있다. 중반 이후까지는 평면적인 대사의 나열로만 일관하고, 각 인물들의 대사 역시 고저, 장단, 강약, 완급의 입체적인 변화를 통해 개성적 차별성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이 작품은 성삼문과 신숙주, 그리고 수양대군의 관계 설정이 추동력이 되어 극적 서사가 전개되어야 하는데 박팽년과 하위지의 평면적 서사가 극의 긴장감을 떨어트리고 있다. 희곡의 해석을 통해 장면의 서사적 재배치로 입체감을 유지하고, 장면과 장면, 인물과 인물의 긴장과 이완을 통한 템포와 리듬이 형성되지 못해 관객을 지루함의 늪에 침몰시키고 있다. 극의 오프닝 시퀀스에 영상으로 처리된 장자의호접몽장면을 커튼콜 이후에 다시 재연해 보인 것은 부연설명이고 사족이어서 극적 긴장감 형성에 오히려 장애가 되고 있다. 이 작품 역시드라마가 부족한 희곡의 평면적 구조를 극적인 상상력으로서의 해석을 통해 결국 뛰어넘지 못하고 있어 아쉽다. 문종과 수양대군 역을 연기한 윤준기의 연기가 다소 밋밋한 서사에 큰 방점을 찍고 있다.

      극단 더블 스테이지의나비(김지숙 작, 김동민 연출, 4.15𞄜.16)는 병자호란 이후에 소현세자와 더불어 청나라에 끌려갔다가 돌아온환향녀의 굴욕적인 삶을 통해 국가가 국민의 안위와 인권을 어떻게 책임져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는 작품이다. 이 작품의 서사는 인조반정을 통한 주체적 지배 권력의 상실, 환향녀의 인권, 그리고 소현세자와의 관계를 통한 갈등과 부채의식으로 혼란을 겪은 인조에 대한 일종의 정신분석학적 해부에 가깝다.

      이 작품은 여타 부산연극제 참가 작품이 시도하지 못한 무대장치의 입체적 운용을 통해 작품의 장면과 분위기를 풍성하게 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선 주목을 끌었다. 2층의 높은 단과 후면 배경막의 천, 회전 이동을 통한 왕의 침소와 내전, 그리고 전통악기와 현대 악기를 통한 라이브 연주로, 폭과 깊이가 없는 시민회관 소극장 무대의 내용과 외연을 확장하고 있다는 점에서 연출자의 내공을 느끼게 했다.

      그러나 이 작품은 풍성한 내용과 형식에도 불구하고 희곡 텍스트와 연출에서 몇 가지 아쉬움을 드러내고 있다. 인조와 소현세자와의 대립과 갈등에 있어서 소현세자의 역할이 애매하고 축소된 점, 암전이 필요 이상으로 길어져 템포와 리듬을 살리지 못한 점, 서사적 전개에서 군더더기 장면을 정리하지 못한 점, 인조의 대사에 있어서의 군주의 품격에 어울리지 않는 어투와 어미 처리, 그리고 마지막 시퀀스에서 주제적 전달을 위해 역동적인 방점을 찍지 못한 점은 다소 아쉽다. 그렇지만 여태까지의 희곡 세계에서 벗어나 역사극으로 영역의 확장을 시도한 희곡작가 김지숙의 내공과 연출의 방법론이 잘 맞아떨어져 작품의 내용과 형식을 풍성하게 한 점은 아주 바람직하다.

      극단 이그라의베포도업침(심상교 작, 최성우 연출, 4.18𞄜.19) 은 조선조 사도세자의 광기와 죽음, 그리고 그의 아들인 정조의 개혁을 소재로 한 작품이다. 제목인베포도업침은 제주도굿의 초감제에서 천지창조와 모든 자연·인문사상의 발생 배치를 상징하는 춤인데,‘천지창조와 정조의 개혁 정책을 연결시킨 것 같은데 작품의 내용과는 크게 연관성이 없어 보인다.

      이 작품은 그 내용에 있어서는 조선조 후기의 역사적 사실에 근거를 두고 있으나, 형식은 우리 전통연희나 사극에서 벗어나 볼거리 위주의 서양적 액션을 따르고 있다. 그러나 내용에 비해 형식이 너무 승해 배우들의 연기나 서사적 내용이 오히려 빛을 잃은 느낌을 주고 있어 다소 아쉽다. 그리고 인물들의 이름이나 서사적 내용은 역사적 사실에 바탕을 두고 있으나, 극의 표현 형식이나 배경이 현대적 실험에 일관하고 있어 균형 감각이 떨어져 보인다.

      가장 큰 아쉬움은 전반부의 사도세자의 굉기와 죽음의 시퀀스인데, 표현 형식으로서의 액션이 승한 대신 사도세자의 광기적 행위에 대한 심리적 필연성으로서의 내면적 갈등이 보이지 않아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전반부 사도세자의 시퀀스는 펜싱 액션이라는 형식에만 치우쳐 인물의 내적 갈등이나 행동에 대한 심리적 모티브가 보이지 않는다. 배우들 역시 액션에만 집중하다 보니 대사 전달에 소홀하고 있다. 장단이나 고저를 비롯하여 강약이나 완급 조절, 그리고 호흡처리가 미비하여 인물들의 대사 전달이 되지 않아 인물의 행동에 대한 심리적 모티브를 파악하기가 어렵다. 차라리 전반부에서 베포도업침의 굿을 통해 사도세자의 혼을 불러내어 그의 광기와 죽음의 실체를 추적하고 정조의 개혁을 보여준 다음, 후반부에 다시 굿을 통해 그들의 영혼을 위무하는 구조로 전개되었더라면 좋았을 것 같다.

      이번 공연은 표현 형식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다. 차라리 인물들의 이름을 비롯한 서사적 내용과 표현 형식 일체를 현대적 시각으로 일관했더라면 설득력이 있었을 것도 같다.

     

     

    인간과 사회에 대한 풍자적 은유로서의 현실인식   

     

      인간과 사회에 대한 비판과 풍자로서의 사회적 기능은 연극의 중요한 역할이다. 이번 공연에서 두 편은 당대 우리 시대의 권력과 욕망에 대해 직설적 화법으로서의 메스를, 다른 한 편은 전쟁으로 인한 인간성의 몰락을 상징과 은유로 비판하고 있다.이순신은 살아 있다는 현실과 판타지의 스며듦과 교차 편집을 통해서,계들의 세상은 권력에 대한 인간의 욕망 구조를 풍자와 상징의 기법으로,나는 채플린이 아니다는 전쟁으로 인한 인간성의 붕괴를 사실주의적 접근 방법이라는 독창적인 시각으로 접근하고 있다.

      극 연구 집단 시나위의이순신은 살아 있다(김동현 작, 연출, 4.3𞄜.4)는 지난해 겨울 창작 초연에 이은 두 번째 공연이다. 이 작품은 탈사실주의적이고 소극장 뮤지컬을 시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또한 지금 이곳우리의 분열된 사회 현실과 정치권력을 우화적으로 다루고 있다는 형식과 내용적 측면에서 여타 대한민국 연극제 부산시 예선 참가작들과는 그 궤를 달리하고 있다.

      광화문 광장의 이순신 장군 동상이 어느 날 갑자기 사라졌다는 가상적 현실을 통해 좌우의 이념 분열과 정치권력의 본연적 임무 상실로 혼란에 빠진 지금의 우리 사회를 은유적으로 풍자, 고발하고 있다. 극의 중반부터는 임진왜란 당시의 이순신의 호국의지와 백의종군의 역사적 사실과 혼란 상황의 현실이 서로 교차되면서, 진정한 영웅의 정체성에 대해 관객들에게 묻고 있다.

      현실의 위기 상황을 현실의 시각과 대안으로 찾으려 하지 않고 과거 역사적 사실 속의 인물을 통해 해결하려 시도한 점에 있어서는 작가의 예리한 현실인식의 촉각이 다소 아쉽다. 그리고 지금 이곳의 현실에 충무공 이순신의 백의종군이라는 역사적 사실의 판타지가 넘나드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어 보인다. 오히려 이순신 장군이 동상에서 내려와 현실 속으로 끼어들어 또 하나의 서사를 형성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 보였다.

    이 작품은 정형화되고 경직된 부산연극제 관행의 틀에서 벗어나 극의 형식과 내용에 있어서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는 점에서, 관객들에게 현실 풍자라는 연극의 사회적 기능과 재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는 그 의도가 크게 돋보인다. 무엇보다도 김동현이라는 젊은 신예 작가의 극적 구성 능력과 무대 감각을 엿볼 수 있었다는 점이 괄목할 만한 성과이다. 엄준필과 이태성의 가창 능력의 탁월함은 이 작품의 크나큰 추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극단 연의계들의 세상(전혜림 작, 오정국 연출, 4.6𞄜.7)은 극단 창단 이후부산연극제에 처음 참가하는 작품으로, 신인 작가의 패기와 중견 연출가의 내공이 화합되어 새로운 연극적 세계를 펼쳐 보이고 있다. 이 작품은 닭들 세계의 권력 구조와 욕망을 통해 인간 사회를 풍자하고 비판하고 있다.

      그런데 이 작품은 몇몇 문제점을 지니고 있다. 갇혀 있는 자들의 행위에 대한 필연적 당위성이 불분명하기 때문에 그들의 행위가 설득력을 얻지 못하고 있다. 그들이 지금 이곳에 왜 들어오게 되었으며, 또 왜 그들이 갈등하고 대립 투쟁하는가에 대한 동기가 불분명하기 때문에 행위가 보편적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다. 헬리콥터 소리를 비롯한 외부의 소리로 보아 분명 그 세계 역시 어떤 의미구조를 지니고 있을 것 같은데 그것 역시 분명하지 않다는 점이다.

      결국 이 작품은 무대 디자인과 장치의 상징적 효율성, 배우들의 역동적인 동선과 움직임을 비롯한 연출의 내공에도 불구하고 희곡의 주제의식과 스토리 라인의 구조적 취약성 때문에 관객과의 소통에 있어서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물론 그러한 희곡의 취약점을 연출이 극적 상상력과 해석으로 보완하지 못한 것도 하나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 작품은 주제의식이 명확하지 못한 희곡 구조의 허술함과, 그러한 희곡적 구조의 허술함을 연극적 상상력으로 극복하지 못한 연출의 텍스트 해석의 미비에서 비롯되고 있는 것 같아 다소 아쉽다.

      극단 배우창고의나는 채플린이 아니다(박훈영 작, 연출, 4.21𞄜.22) 2016년 제2회 나소페스티벌에서 첫 선을 보인 후의 수정보완을 거친 재공연이다. 이 작품은 찰리 채플린의인생은 가까이 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다라는 말처럼, 한국 전쟁에 휩쓸린 극단 여명 단원들의 인생의 아이러니를 보여주고 있다. 무대 현실 속 그들의 삶은 심각하고 비극적인데 그것을 지켜보는 관객들에게는 그것이 다소 희극적인 가벼움으로 비친다.

      그들의 삶을 옥죄는 참전 미군 장교의 눈에는 매카시 광풍에 의해 블랙리스트에 오른 찰리 채플린은 곧 제거해야 될 대상이다. ‘레드 콤플렉스에 사로잡힌그들의 눈에는 찰리 채플린 역을 맡은 방차돌(김병철 분) 역시 이념의 희생양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마지막 시퀀스에서 방차들이나는 채플린이 아니다라고 허탈하게 내뱉으며 울부짖는 장면은, 최근 블랙리스트에 오른 문화예술인들의 옥죄인 삶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함을 금할 수 없다.

      이 작품은 우선 배우들의 연기가 고른 수준을 유지해 앙상블이 좋다. 이는 어느 특정인물에만 역할이 치우치지 않고 모든 인물의 균질한 삶을 총체적으로 접근하는 작가의 전지적 시점 때문일 것이다. 고른 연기 배분과 수준 가운데에서도 장유빈과 김세준의 연기가 돋보인다. 무대 왼쪽에서 시작해 오른쪽으로 끝나는‘Z''자 형의 길과 왼쪽의 한국적 풍경을 압축하는 고목 한 그루의 심플한 무대 디자인과 장치 역시 군더더기 없이 좋다.

    그러나 러닝타임 100분 중에 거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극단 연습장면이 그 시간적 비중에 비해 주제의식에 크게 기여하지 않는 점, 미군 장교와 국군 병사가 채플린의 행방을 좇는 것에 대한 필연적인 심리적 동기의 부재, 극단 여명 단장의 미국행에 대한 애매모호한 설정, 군인들과 단원들 간의 대립과 갈등이 첨예화되지 못한 점은 다소 아쉽다. 앞부분의 서사를 축소하는 대신 전쟁 장면의 서사를 보완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그래도 이 작품은 이번 부산연극제에 참가한 작품 중에서는 희곡적 완성도, 안정감 있는 구도를 유지하는 연출력, 고른 수준을 보인 연기 수준의 균질성에서 오는 앙상블로 빼어난 수준을 보여주고 있다.

     

     

    지양해야 할 몇 가지 문제점   

     

      이번 제35회 부산연극제는 최근 몇 년간에 비해 그 수준이 낮아 앞으로 개선해야 할 소지를 남기고 있다. 제도가 바뀌지 않는 한 안정된 수준을 담보할 수 없으며, 작품 생산의 주체인 연극인들의 의식 개혁 없이는 부산연극제의 수준 향상, 나아가서는 부산연극의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해 주었다. 다음과 같이 앞으로 지양해야 할 몇 가지 문제점을 제시하는 것으로 본 글을 마무리한다.

      첫째는 공연 텍스트인 희곡의 완성도가 약하다는 점이다. 희곡은 공연의 연극적 완성도와 문학적 완성도가 조화되어야 한다. 부산연극제에 출품하는 희곡은 희곡 창작의 등용문이거나 신인 작가의 시험대가 되어서는 안 되고, 가장 완성도가 뛰어난 희곡만을 내놓아야 한다. 이제는 희곡작가의 양적인 팽창을 지양하고 뛰어난 작가와 작품을 발굴하고 후원하는 질적인 체제로 전환해야 할 때이다. 이번 연극제에서는 2편 정도의 작품을 제외한 나머지는 아직 설익어 보인다.

      둘째는 연출의 독창적 문법론이 보이지 않는다. 연출은 작가가 내놓은 희곡을 그대로 무대 위에 재현하는 것만 아니라, 개성적 상상력을 통해 희곡의 평면성에 역동적인 방점을 찍어야 한다. 드라마가 약한 것은 연극성을 부여하고, 오늘의 관객들에게 왜 보여주어야 하는가에 대한 필연적 당위성을 부여해야 하고, 무대의 공간 감각에 대한 빼어난 수준을 보여주어야 하고, 부산연극에서 가장 취약한 배우들의 대사 발성과 전달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셋째는 배우들의 분발이 요구된다는 점이다. 배우는 연기의 외적인 기술보다는 내적인 해석으로서의 내공이 더 필요하다. 내공이 없는 배우들의 연기에서는 역할로서의 향기를 느낄 수 없다. 연기는 정직하다. 무대 위 배우의 연기는 연습에 투자한 만큼만, 평소에 다양한 경험과 독서를 통한 인문학적 연마에 노력한 만큼만, 세상과 사회, 그리고 인간에 대한 통찰에 노력을 기울인 만큼만 나오게 되어 있다. 결코 그 이상이거나 이하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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