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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김문홍의 연극 이야기>부산연극제 정체성 확립을 위한 試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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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연극제 정체성 확립을 위한 試論

     

                                                    

     

                                                                                    김 문 홍(극작가. 연극평론가)

                              

     

     

     

    1. 논란의 초점, 부산연극제
     
     2016년 올해로 부산연극제가 34회를 맞았다. 사람으로 치면 당당한 성인의 연륜이다. 공자는 30의 나이를‘립’이라고 불렀다. 즉, 스스로의 힘으로 세상에 당당히 설 수 있는 나이라는 뜻이다. 그런데 부산연극제는 30년의 그런‘자립’을 넘어 벌써 그 중반에 들어섰다. 그렇지만 스스로 당당하게 서지 못한 채 위태하게 비틀거리고 있다. 부산연극제는 지금까지 관객에게 외면당한 채 그저 전국연극제(1)의 부산광역시 대표 극단 선발을 위한 경연 행사로만 치러져 왔던 것이 사실이다. 관객들로부터 외면당해 온 이유는 다음과 같은 것으로 추론된다.
     첫째, 경연 작품의 연극적 완성도의 저하이다.
     경연 참가의 조건이 창작 초연인 관계로 부산연극제에 참가하는 희곡은 지금까지 한 번도 공연된 적이 없는 초연 작품이어야 한다. 공연된 적이 없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풋풋한 새로운 이미지도 있을 수 있겠지만, 다른 이면으로는 작품의 완성도에 대한 검증이 미확인되어 성과가 미지수일 수밖에 없다는 불안과 우려도 있다. 이미 공연된 작품은 몇 번의 시행착오를 통해 작품이 수정 보완되었기 때문에 초연 작품보다는 신뢰도가 클 수밖에 없다. 서울 유명작가의 작품도 아니고, 그렇다고 수십 년의 창작 활동을 통한 창작 능력의 원숙미를 지닌 작가의 작품도 아니기 때문에 그러한 위험부담은 애초부터 감수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둘째, 관객과의 소통이 되지 않는 문제점이다.
     뜻있는 관객들은 부산연극제를‘그들만의 잔치’라고 비아냥거리고 있다. 즉, 연극인들만의 행사로 진행되며 끝나고 있다는 말이다. 여기에는 두 가지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 하나는 작품 완성도의 설익음으로 인한 경직성으로 관객의 연극적 흥미를 만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희곡의 문학적 완성도의 결함과 연출의 작품 해석력의 초점이 명확하지 못해 무대와 객석의 소통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다른 하나는 행사 운영상의 문제이다. 그저 경연에만 급급하여 축제로서의 볼거리가 없을뿐더러, 참가하는 극단들 또한 경연에만 급급하여 주제나 소재, 개성적이며 보편적인 연출력의 부재, 세련되지 못한 무대 메커니즘 등으로 내용과 형식의 혼선으로 관객들의 관극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셋째, 일회적이고 소모적인 행사로서의 비효율성과 비생산성이다.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한 작품 이외에는 거의 대부분의 작품이 한 번의 공연에만 그치고 있다는 점이다. 내용과 형식의 경직성으로 인한 상업적 흥미성의 결여, 출연 인원이 많고 무대장치의 거대화라는 소극장 공연의 부적합으로 재공연의 불가능성, 재공연을 위한 제작비의 영세성 등의 이유로 재공연이 이루어지 못하고 한 번의 공연으로만 끝나고 있다는 점이다. 희곡 역시 재공연을 통한 수정 보완의 미비로 미완성의 상태로 사장되고 있어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그래서 부산연극제는 작가와 연출자도 제대로 키우지 못하고 미완의 상태로만 남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수 년 전부터 부산연극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높아져 오고 있다. 올해 역시 부산연극제가 끝나고 난 뒤에 부산연극협회 주최로 각 극단 대표자회의를 통해 부산연극제 개선방향에 대한 논의가 있었으나, 참가 조건에 창작 초연 작품에만 한정한다는 종래의 입장을 그대로 유지한다는 결정만 했을 뿐, 세부적인 개선 방향에 대한 논의는 이루어지지 못했다. 그래서는 본고에서는 부산연극제 정체성 확립을 위한 시론으로 개선 방향을 제언하고자 한다.


    2. 부산연극제 개선을 위한 시론 

      가. 참가 희곡의 완성도 

     부산연극제 참가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먼저 희곡의 문학적 완성도가 전제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을 수 있으나 그 전제가 역량 있는 희곡작가를 양성한다는 목표 아래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시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첫째, 예선 형식의 성격으로 참가 희곡을 심사하여 확정한다.
     희곡이 무너지면 모든 것이 무너진다. 아무리 뛰어난 연출적 해석력이 있어도, 연극적 상상력이 탁월한 출연진이 확보되어도, 탁월한 무대 메커니즘의 스탭이 있어도 희곡의 완성도가 확보되지 못하면 공연은 공염불이 되기 쉽다. 그러기 위해서는 희곡은 문학적 완성도와 연극적 표현력이 조화되어야 한다. 해마다 좋은 희곡을 선정해 공연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희곡작가도 키우게 된다. 그것에 신뢰성을 부여하기 위해서는 타 지역에서 심사위원을 선정하여 공정한 심사가 이루어지게 하면 될 것이다. 그러면 각 극단마다 좋은 희곡을 확보하기 위해서 미리부터 연출자와 작가가 협력하게 되고, 그렇게 되면 좋은 희곡작가를 배출하게 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창출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둘째, 연극협회 차원에서 희곡을 공모하는 일이다.
     기존의‘전국창작희곡 공모’제도를 전환하여 부산연극제 참가작품을 위한 희곡 공모를 시행한다. 한 작품 당 원고료를 300만 원만 책정하여도 그 정도의 예산이면 7개 작품 이상은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행정 절차상 그것이 불가능하다면 부산연극제 예산으로 4개 정도의 작품을 공모하여 확정된 작품을 놓고 참가 극단들이 선정하게 하면 될 것이다. 어떤 작품은 2개 극단, 또 어떤 작품은 3개 극단이 선정한다고 해도 상관없는 일이다. 같은 작품이라도 연출자의 연극적 상상력과 작품 해석력에 따라 무대 위에서는 얼마든지 다르게 표현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좋은 연출자도 얻게 되는 일석이조의 성과를 이룩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처럼 공개된 희곡 제도를 채택한다면 어떤 해석과 어떤 방향으로 제작될지에 대한 전 연극인의 흥미와 관심을 고조시킬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희곡에서부터 제작, 그리고 시상 결과에까지 토론과 참여를 유도하여 관객과 연극인의 관심과 흥미를 고조시킬 수 있을 것이다.
     작가에 대한 관심, 희곡에 대한 관심, 그리고 제작 방향에 대한 관심은 결국 부산연극제 홍보에도 도움이 되고, 작가 양성에도 큰 기여를 하게 되어 부산연극제가 학구적이고 프로페셔널한 위치를 점유하게 될 것이다. 그런 과정을 거쳐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하게 되면 본선인 대한민국연극제에서도 좋은 성과를 거두게 될 수 있다는 것은 명약관화한 일이다. 또한 부산연극제의 홍보와 관객 개발에도 이러한 공개적인 희곡 선정 시스템을 활용한다면 부산연극제에 관심을 집중시키는 훌륭한 전략이 될 것이다.
     결국 부산연극제는 좋은 작가를 키우고 좋은 연출자를 키우는데 초점이 모아져야 할 것이다. 출품작중 아쉬운 작품은 차년도 부산연극제에 참가 자격의 기회를 우선 부여하는 패자부활전의 성격을 갖추는 것도 참가 극단과 해당 작가에게도 좋은 동기부여가 될 것이다.

     나. 사후 평가의 정례화   

     부산연극제는 그 해의 첫머리에 열리는 부산연극협회의 가장 큰 행사이며, 관객들에게는 부산 연극의 수준과 방향을 알 수 있는 중요한 시금석이 될 수 있다. 지금까지의 부산연극제는 확고한 정체성의 확립이 없이 관습적인 행사에만 치중되어 온 것을 부인할 수 없다. 부산연극제가 명실상부한 부산연극의 축제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사후 평가를 철저하게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제도를 확립하여 시행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첫째, 참가 작품의 내용과 형식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이다.
     현재의 부산연극제는 거의 10 편 정도에 이르는 참가 작품 중에서 대상인 최우수작품상고하 우수작품상 등 2편을 공개적으로 선정하여 시상하고 나면 참가 작품에 대한 평가가 일단락된다. 나머지 작품들의 수준에 대한 정확한 평가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그렇게 되면 상위의 두 작품만 선정하기 위해서 막대한 예산과 인력을 투입하게 된다. 탈락한 극단들은 자신들의 작품에 대한 정확한 평가도 받지 못한 채 다시 또 부산연극제에 참가하는 악순환을 되풀이하게 된다. 이러한 소모적이고 즉흥적인 행사를 지양하기 위해서는 사후 평가를 정례화 시킬 필요가 있다.
     사후 평가는 참가 극단의 작가와 연출자, 각 작품의 주요 스탭, 심사위원, 그리고 전문 비평가와 희곡작가, 연출자들(2)로 구성하면 될 것이다. 사후평가에서는 참가 작품의 내용과 형식에 대한 가감 없는 혹독한 평가를 해야 할 것이고, 해당 극단의 연출자와 희곡작가들은 이러한 평가를 전폭적으로 수용하여 다음의 부산연극제 참가를 위한 실천적 바탕을 쌓을 수 있도록 수용하는 열린 자세가 필요할 것이다. 이렇게 자기 발전을 위한 겸허한 수용 자세가 없다면 사후평가는 공염불에 그칠 것이고, 그렇게 되면 부산연극제의 발전은 요원한 희망으로만 머물게 될 것이다.
     둘째, 사후평가의 결과를 시행하는 제도의 보완이다.
     사후평가가 이루어지고 나면 그 결과에 대한 조치를 시행해야 할 필요가 있다. 내용과 형식에 있어서 하위 평가를 받은 참가 극단에 대해서는 응분의 조치가 필요하고, 해당 극단 또한 평가 결과에 대한 조치를 겸허하게 수용해야 할 것이다. 그런 극단들에 대해서는 다음 해 부산연극제 참가를 한 해 동안 유보시키거나, 아니면 다음 해에 부산연극제에 참가시키되 참가하는 희곡에 대해서는 사전에 해당 전문가의 철저한 검증을 통해 작품을 수정 보완해야 한다는 의무사항을 인지시키고 이를 수용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부산연극제 사후평가에 대한 토론 결과는 철저하게 기록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기록이 쌓이게 되면 그것이 곧 부산연극의 이론적 자산이 되고 훌륭한 비평집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는 부산연극제가 끝나고 나면 부산연극협회 차원에서 참가 작품 모두를 수록한 책자를 발행(3)하고 있다. 앞으로는 이를 개선하여 최우수작품상과 우수작품상의 희곡만 수록하고, 나머지는 부산연극제 사후 평가에 대한 과정의 기록과 참가 작품에 대한 전문적 비평을 수록하여 하나의 비평집 형태로 전환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다. 자유참가작에 대한 제도 보완 

     지금까지는‘OFF 부문'이라는 명칭 하에 비경연부분의 작품도 공연하게 하고 심사하여 2개 작품을 선정하여 부산연극협회 초대 회장을 역임한 고 한형석, 그리고 원로 연기자인 전성환 선생의 이름으로 시상하고 있다. 앞으로는 자유참가작에 대한 범위와 시상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예산을 좀 더 확보하여 부산연극제 경연부분에 참가하지 않는 극단들을 상대로 참가 작품을 더 늘이고, 단체 작품상과 개인상 범위도 확대할 필요가 있다.
     각 극단들 역시 비경연 부문 참가를 위해 따로 작품을 제작할 필요가 없이 극단 자체의 정기공연을 부산연극제 기간과 병행하여 공연하면 될 것이다. 부산연극제운영위원회에서는 부산 시내 소재 소극장과 협의하여 공연 기간 동안 대관료를 면제받거나 할인하는 방법도 있을 수 있다. 또한 시상 법위도 단체상 외에 개인상 부문도 신설하여 시상하면, 부산연극제 경연부문의‘안’과 비경연부문의‘밖’이 서로 협력하면 부산연극제가 명실상부한 하나의 축제로 자리매김 될 수 있을 것이다.


    3. 창작 주체의 의식 변화가 관건

     부산연극 발전의 주체는 창작자 자신이다. 아무리 제도가 좋아도 창작 주체의 의식의 변화와 행동 실천이 그에 따르지 못한다면 모든 것이 일시에 무너진다. 부산연극제 개선과 발전의 최적의 지름길은 창작 주체인 연극인의 의식 변화와 행동이다. 관객과 연극인 모두에게 좋은 작품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좋은 작품을 쓰는 희곡작가와 좋은 작품을 무대 위에 형상화시키는 연출자의 의식의 변화와 행동의 실천이 전제되어야 할 것이다.
     부산연극제는 해마다 4월 중순 무렵이면 끝난다. 다음 해 부산연극제에 참가하기를 희망하는 극단들은 그해의 부산연극제가 끝나기가 무섭게 다음 해 연극제의 작품 준비에 돌입해야 할 것이다. 작가와 연출자는 끊임없는 토론을 통해 좋은 희곡을 만들고, 여기에 참가하는 연기자와 스탭은 미리부터 작품 분석을 통해 철저한 사전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다음 해 부산연극제 작품 신청이 마감되는 11월이 되어서야 허겁지겁 작품을 쓰고 만들기 때문에 매번 시간에 쫓기게 되고, 그렇게 되니 관객과 연극인 모두를 만족시키지 못하는 어설픈 작품만 내놓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창작 주체의 좋은 작품 만들기를 위한 의식의 변화와 행동의 실천만 따른다면 지금까지의 제도를 그대로 시행해도 큰 무리 없이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부산연극제의 성공과 실패의 주체는 바로 연극인 자신들이다.
     부산연극의 발전과 연극적 지형도의 확대를 위해서는 입에 바른 좋은 소리도 필요하지만, 듣기 싫고 언짢은 쓴 소리도 반드시 필요하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부산연극계는 쓴 소리를 경계하고 그런 소리를 하는 사람들을 경원시하는 풍토로 바뀌어 버렸다. 또한 타인의 작품을 관극하는데 소홀하고, 부산연극의 이론적 바탕을 체계화하는 세미나와 토론을 외면하는 비연극적 행태가 자리 잡기 시작했다. 공식적인 장소에서는 함구하다가 사적인 장소에서는 불만과 험담을 늘어놓는 것이 비일비재하다. 연극적인 작업에는 소홀한 채 비연극적인 문화 권력에만 집착하는 풍토,당장 눈앞의 이익을 좇아 패거리를 형성하는 모순이 개선되지 않는 한 부산연극의 발전은 요원하다.(연극비평지『봄』,2016 VOL 6)  

     

     

     

     

     (1)올해부터는 지금까지 시행해 오던 ‘전국연극제’의 명칭을 ‘대한민국연극제’로 바꾸었다. 지금까지는 서울특별시를 제외한 전국 6개 광역시와 9개 도 대표, 즉 15개 대표 극단들의 경연 형식으로 치러져 왔다. 그런데 올해부터는 서울 팀도 참가시켜 그 명칭을 바꾸었다.  

     (2)이를 위해서는 부산연극제운영위원회에서 부산연극제에 직접 참가하지 않은 희곡작가, 연출자, 비평가들을 일정 수를 선정하여 모든 작품을 관극할 수 있도록 의뢰해야 할 것이다.

     (3) 이 책자에는 좋은 희곡과 나쁜 희곡이 한데 실려 있는데, 구태여 나쁜 희곡까지 수록하여 부산 창작희곡의 질적인 하락 수준을 전국 방방곡곡에 알릴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이 책자에 수록되어 있는 희곡을 재공연하지도 한 사례도 별로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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