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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김문홍의 연극 이야기> 연극, 지역과 상생하는 길을 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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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극, 지역과 상생하는 길을 찾다

                   제16회 밀양여름공연예술축제 이모저모

     

                                             

                            김문홍(극작평론가,부산공연사연구소장)

     

     

      관객이 주인임을 인식시켜 주는 축제

     밀양여름공연예술축제에서는 익숙한 풍경을 가끔 만난다. 야외극장인성벽극장숲의 극장에서는 공연 10분 전 무렵이면 배우 명계남과 인간문화재이며 연극촌장인 하용부가 관객 앞에 나타나서 관객과 허물없는 대화를 나눈다. 밀양시민들에게는 연극촌을 찾아온 외지인들에게 고맙다는 박수를 치라며, 외지인들에게는 연극 속에 사는 밀양 시민 당신들이 부럽다며 박수치기를 유도한다. 그리고는 비가 올 때도 우의를 입은 채 옴짝달싹 하지 않으며 연극에 집중하는 관객들의 관극 태도에 고마움과 함께 경의를 표한다. 연극은 관객이 보고 있는지금 이곳의 현장에서 완성되는 예술이라는 것을 확인시켜 줄 때는 일말의 감동까지 느끼게 된다.

      올해 밀양여름공연예술축제는 몇 가지 특징을 나타내고 있다. 축제를 찾은 관객이 지난해의 2만 명에서 3만 여 명으로 증가한 사실이 그 첫째이다. 9월에 개관을 앞둔밀양아리랑아트센터에서 공연한 <길 떠나는 가족>을 비롯한 4편의 작품들이 개막 전부터 800여 석이 전석 매진된 사실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두 번째는 축제의 규모가 필요 이상으로 커졌다는 사실이다. 2000년부터 밀양연극촌에서 이상적 공동체를 꾸며 오고 있는 극단 연희단거리패가 담당하기에는 이미 그 한계를 벗어나고 있을 정도로 내용과 형식의 덩치가 과부하가 될 정도로 성장했다. 세 번째는 앞으로 연극이 그 목표와 방향성을 제대로 이룩하기 위해서는 연극의 수용자인 관객, 즉 지역 주민에 뿌리내리지 않고서는 존립이 어렵다는 사실을 일깨워 준 것이다. 마지막으로 축제를 통하여 관객들에게 연극의 사회적 기능과 쾌락적 기능을 심화시켰다는 점이다. 이제 인구 15만의 밀양 시민들은 연극과 떠나서는 살 수 없을 정도로 문화예술적 교양인으로 탈바꿈되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밀양여름공연예술축제는 한국연극의 메카로 자리 잡고 있다. 축제의 꽃이라고 불리는 경연 콘셉트인 대학극전과 젊은 연출가전은 미래 한국연극의 추동력이 되고 있으며 한국연극의 지형도를 바꾸고 있다. 젊은 연출가전을 통해 배출된 양정웅, 민준호, 김승철, 문삼화, 오세혁 등의 연출가들이 지금 한국연극의 중추가 되어 자신만의 독창적인 연극미학을 새로 쓰고 있는 것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오태석, 박근형, 김광보 같은 연출자들도 축제의 단골로 심심찮게 이곳을 찾는다. 이제 밀양여름공연예술축제는한국의 아비뇽으로 급부상하며 주목을 받고 있다.

     

       동시대 국내외 연극의 파노라마를 펼치다

      올해 밀양여름공연예술축제는 8개 섹션에 걸쳐 40여 편의 공연과 13개의 프린지 공연이 선보였다. 셰익스피어주간에 6, 지역문화주간에 4, 명작클래식주간에 4, 창작극주간에 6, 가족극주간에 5, 경연작인 젊은 연출가전에 8, 대학극전에 6편 등의 작품이 다채롭게 펼쳐졌다. 그리고 밀양연극촌 광장과 밀양아리랑아트센터 광장, 그리고 밀영역 앞에서 진행된 프린지공연으로 구성되어 727일부터 87일까지 12일 간 밀양시 전역은 연극공연으로 설렘과 기대, 웃음과 감동으로 가마솥 같은 더위를 잠재웠다. 소도시 밀양 시민들은 연극 한 편도 못 보고 인생을 마감하는 사람들에 비해 연극예술로 호사를 누리는 특이한 경험을 맛보았다.

      야외공연장인 성벽극장에서 공연된 작품들 중 극단 목화의 <로미오와 줄리엣>, 연희단거리패의 <햄릿>, 극단 서울공장의 <햄릿-아바따>는 주목을 끌었다. <로미오와 줄리엣>은 여느 극단들의 공연과는 달리 배우들의 육성으로 공연하여 연극의 힘을 느끼게 했다. 한국적 춤사위를 통한 신체 표현과 마당극 형태의 무대 구성, 한국적 율격의 대사로 셰익스피어 작품이 어떻게 한국적 전통과 만나 새롭게 태어나는가를 전범적으로 보여 주었다. 연희단거리패의 <햄릿>8년 만에 새롭게 선보이는 공연으로, 2시간 30분간 거의 원전에 가깝게 공연되었다. 햄릿을 비롯한 몇몇 역을 제외하고 거의 대부분 신인 출연자들로 구성된 이 작품은, 성벽극장의 거의 모든 공간을 무대로 운용하며 신인 연기자들의 풋풋한 에너지와 열정으로 하나의 도전에 가까운 실험적 무대였다. 하얀 천으로 뒤덮인 무덤에서 부활하는 혼령들이 한국적 가락에 따라 움직이는 마지막 장면은 거의 비장에 가까운 전율을 자아내게 했다.

      대학극전과 젊은 연출가전은 치열한 현실인식으로서의 주제의식과 독창적 연극미학으로 연극예술의 진수를 보여주었다. 올해 대학극전은 내용과 방법론에 있어서 젊은 연출가전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작품상을 수상한 호원대학교의 <구름>은 아리스토파네스 원작을 오늘의 한국 현실로 변용시켜, 대학극이 가져야 할 독창적 표현미학을 개성 있게 펼친 모범적 사례를 보여 주었다. 그리고 크리에이티브 상을 수상한 경복대의 <시대가 저버린 이름 약용>은 창작 뮤지컬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주목을 끌었다. 연기상을 수상한 청주대의 <세 자매>와 순천향대의 <나생문>은 연기 표현과 앙상블, 무대 디자인에 있어서 기성 극단을 능가하는 세련된 예술미를 보여주어 심사위원들의 혀를 내두르게 할 정도였다.

      올해 젊은 연출가전은 전체 8편중에서 아카펠라 넌버벌 펴포먼스(극단 끼리의 <몽키댄스>), 신체마임극(극단 배낭속 사람들의 ), 무용과 음악의 연극적 접목(예술집단 interobang시선, 시각>)을 시도한 작품이 3, 일본의조용한 연극' 경향을 따른 2개의 작품(극단 백수광부의 <와스레노코리>와 극단 청우의 <곁에 있어도 혼자>), 해롤드 핀터의 부조리극(극단 수의 <약간의 통증>) 등 번역극이 3편이었다. 창작극은 대구지역의 연극저항집단 백치들의 <니 애비의 볼레로>와 극단 비상의 <이랑> 등 두 편뿐이었다. 전체적인 경향은 삶과 사회에 대한 철학적 인식의 깊이를 보여주는 주제의식과 독창적인 표현미학을 보여주는 형식적 실험이 부재해, 젊은 연극인이 가져야 할 도전과 패기가 보이지 않아 다소 아쉬웠다. 우수작품상을 수상한 <니 애비의 볼레로>는 제2회 윤대성 희곡상 수상작품으로, 다문화 가족에 대한 우리 사회의 편견과 차별에 대한 풍자로 그런대로 깊은 통찰력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역할 인물에 대한 과장적 표현과 장면 간의 리듬과 템포의 부재, 압축과 생략의 극적 전략을 구사하지 못한 아쉬움이 있었다. 무대예술상을 수상한 극단 끼리의 <몽키댄스>는 신체 표현의 완벽한 구사와 극적 전개의 추동력이 되는 아카펠라와의 앙상블로 극적 재미를 주었으나, 결말 부분의 드라마가 허술하고 연극의 본령이 아니라는 것이 결정적 흠으로 작용했다. 연출상을 수상한 시선, 시각>은 철학적 인식의 주제를 연극적 움직임으로 형상화한 실험적 표현미학이 돋보였다. 극단 수의 <약간의 통증>은 원작이 주는 극적 긴장감 이외에는 연출의 독창적 표현이 없이 그저 무난하고, 극단 청우의 <곁에 있어도 혼자>는 일상적 풍경을 통한 심리적 통찰은 높이 평가하나 연극적 변화와 리듬이 없다는 점에서 황세원과 김두봉에게 연기상을 안겨 주었다.

      숲의 극장에서 공연된 연희단거리패의 <백석 우화>는 문학과 연극을 접목하여 이념의 희생물이 된 시인 백석의 삶을 형상화한 지적인 연극으로 연극예술의 격과 품위를 높였다는 점에서, 그리고 밀양아리랑아트샌터에서 공연된 연희단거리패의 <벚꽃동산>은 무대 디자인과 세트의 운용을 통한 상징적 미학과 배우들의 앙상블, 원작이 주는 삶의 비애와 페이소스를 시적 서정성으로 형상화한 무대를 보여주어 주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극단 골목길의 창작극 <죽이 되든 밥이 되든>(박근형 작, 연출)은 극장 무대라는 배경적 공간의 상징적 함의를 통해 정치적 권력의 무상함을 시종일관 몰아치는 연기적 힘을 통해 형상화하여 박근형의 우화적 풍자를 보여 주었다는 점에서 의미 깊은 공연이었다.

      81일 연극도서관에서 개최된 연희단거리패 30주년 기념 세미나에서는 앞으로 극단의 방향성에 대한 토론과 포스트 이윤택 시기의 극단의 방향성과 후진 양성에 대한 다양한 논의가 전개되었다. 이틀 밤마다 성벽극장 앞 광장에서 펼쳐지는 연극인 한마당은 선후배 연극인들이 함께 모여, 한국연극의 지형도를 새롭게 그리면서 난장을 펼치는 퍼포먼스로 축제의 활력소가 되었다.

     

       한국연극의 동시대적 풍경을 담아야 할 과제

      밀양여름공연예술축제는 계속 진화하고 있다. 그런 만큼 앞으로의 과제 또한 숙고해야 할 때이다. 앞으로의 밀양여름공연예술축제의 콘텐츠는 그해 동시대 한국연극의 경향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공연 목록으로 채워져야 할 것이다. 그리고 축제의 명칭인밀양여름공연예술축제에서공연예술이 명시하고 있는 것처럼 연극뿐만 아니라 무용까지도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순수한 무용이 아니라 연극적 특성을 포함한 무용도 관객들에게 선보여 명실상부한 공연예술축제로 자리잡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관객을 오랜 기간 유치하기 위해서는 연극촌 안에 숙소까지도 마련해야 할 필요가 있다. 또한 이제는 연극촌에 상주하는 연희단거리패만의 열정과 능력만으로는 축제를 꾸려나가기 어려울 정도로 규모가 커졌기 때문에 새로운 조직과 인력을 보강해 나가야 할 것이다. 밀양여름공연예술축제는 연극이 지역에 어떻게 뿌리내려야 자생력을 키워나갈 수 있고, 지역의 주민들과 어떻게 상생해야 연극이 제 모습을 잃지 않고 본연의 기능을 수행해 나갈 것인가에 대한 모범적인 사례와 시금석이 되어야 할 것이다. 연극은 인간의 삶과 사회를 비추는 거울이다. 밀양여름공연예술축제는 연극의 본원적 기능을 널리 펼치는 한국연극의 메카가 되어 세계가 주목하는 연극의 성지가 되기를 기대하고 바란다.(한국연극 201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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