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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김문홍의 연극 이야기>설화, 오브제로 다시 태어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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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화(說話), 오브제로 다시 태어나다

    - 제1회 태어나다 페스티벌 총평

     




    극작평론가 김 문 홍

     

     






    청춘, 설화, 오브제의 향연

     

    부경대학교 맞은편 골목 어귀 지하에 또 하나의 소극장이 그 문을 열었다. 경성대학교와 동서대학교에서 연극을 전공한 젊은 연극인들이 의기투합하여 만든 극단《배우창고》가 운영하는 ‘나다 소극장’이다. 이들은 소극장을 개관하기가 무섭게 지난 3월 26일부터 4월 26일까지 한 달간 ‘태어나다 페스티벌’을 개최하여 주위를 다시 한 번 더 놀라게 했다.

    이번 페스티발은 기존의 여느 페스티벌과는 다른 차별성을 지니고 있다. 기존의 폐스티벌은 부산시나 문화재단, 혹은 민간단체의 지원을 받아 기획되는데 이들은 그런 지원 없이 자생적인 노력으로 출발하고 있다. 그것은 곧 청춘이라는 무한의 자산이다. 또한 여타 페스티벌은 이전에 이미 공연했던 작품들을 다시 선보이는 것에 비해 이들은 참여하는 극단 모두가 창작 초연으로 한정하고 있다. 그리고 이들은 반드시 설화를 소재로 하여 새롭게 내용을 구성하고, 오브제라는 시각적 방법론이라는 형식적 새로움을 조건으로 제시하고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이번 페스티벌에는 모두 6개의 극단이 참여하여 5개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2013년에 창단한 극단《리셋》, 2010년에 창단한《하우퍼포밍팀》, 2008년에 창단한 극단《배우창고》, 2002년에 창단한 극단《미지씨어터》, 2011년에 창단한 소극장 뮤지컬 전문극단인《끼리프로젝트》,그리고 2006년에 창단한 공연창작집단《팻브릿지》등 모두 6개 극단이 참여하고 있는데,《끼리프로젝트》은 극단《미지씨어터》의 작품에 공동으로 참여하고 있어 참가 극단 수와 참여 작품의 수가 다르다. 두 극단을 제외하고는 모두 창단한 지가 5년 남짓 되는 신생 극단들로 연극예술에 대한 열정이 남다르고 연극적 상상력이 창의적이고 새롭다.

    이번 페스티벌의 가장 큰 특징은 내용과 형식의 새로움이다. ‘태어나다’라는 페스티벌의 명칭대로 신작으로 창작 초연작으로 제한하고 있다. 그리고 콘셉트는 설화를 통한 창작으로 내용을 구성하고 있으며, 연극적인 제안은 특정 오브제의 사용으로 형식적 실험을 표현의 방법론으로 삼고 있는 점도 무척 새롭다. 가장 큰 자산은 제작비에 전전긍긍하는 태도를 지양하고 오로지 관객을 연극의 자장 안으로 끌어들이는 젊은 연극인들의 의기투합이라는 점이다.

    설화가 오브제의 새로운 옷을 입다

     

    프로젝트팀《리셋》의「마지막 동화」(공동 창작, 이형원 연출, 2015. 3. 26〜3. 29)는 ‘토끼와 거북이’라는 이솝우화를 모티브로 하여 불합리하고 부조리한 우리 사회의 모습을 은유적으로 풍자하고 있다. 이 작품은 우리 사회의 불합리와 병폐를 방관하고 있는 현대인의 이기심을 풍자하고 있다.

    3류 동화작가는 이번에도 역시 공모전에서 낙방한다. 귀가하던 중 어떤 여자가 한 남자에게 일방적으로 폭행당하는 모습을 목격하게 된다. 그때, 그는 문득 자신의 주 위에 관심을 가지라는 심사위원의 말에서 영감을 얻어 새로운 작품을 쓰게 된다. 그는 기존의 ‘토끼와 거북이’를 전복적인 사고방식을 동력으로 하여 새롭게 창작하게 되고, 경주에서 지기만 하는 거북이의 새로운 모험담을 펼쳐 놓는다. 거북이는 토끼에게 물속에서의 경주를 제안하게 되고, 새로운 동력을 얻은 거북이는 헤엄이라는 방법론을 활용하여 경주에서 승리를 거두게 된다. 이 작품은 종이배라는 오브제를 활용하고 있지만, 작품을 통해서 나타내고자 하는 주제의식이 불분명하고 펼쳐만 놓고 뒷마무리를 하지 못한 아쉬움이 있다.

    《하우 퍼포밍팀》의「달 위의 소녀」(성주원 작, 연출, 2015. 4.1〜4. 5)는 일본 설화인 ‘타케토리 모노가타리’를 모티브로 하여 천의 오브제를 활용하여 신화적이고 시적인 사랑의 이야기를 형상화하고 있다. 이 작품은 절제된 대사와 신비주의적인 환상으로 시극의 분위기를 풍기고 있다. 달에 살고 있는 공주가 어떤 잘못으로 인간 세계에서 유형의 삶을 살게 되어 대나무 노인에 의해 양육된다. 이따금 달의 토끼가 나타나 공주의 외로움을 달래주기도 한다. 대나무가 현신한 ‘삼둥이’ 무리는 공주의 벗이 되고 오라버니는 그녀에게 그리움의 대상이 되어 사랑의 감정을 일으킨다.

    이 작품은 오브제로 천을 이용하고 있다. 공주의 육신이 사라지고 맑은 영혼이 승천하는 장면에서 천의 오브제가 시적인 환상을 불러일으킨다. 원형으로 설치된 선풍기의 바람에 의해 공주의 영혼을 상징하는 하얀 천이 맴도는 장면은 이 작품의 압권이다. 절제된 대사와 상징적인 장면으로 희곡의 문학적 완성도가 뛰어나고, 오브제를 잘 활용하고 있지만 시적인 상징성이 구체적인 서사로 육화되지 못해 관객과의 소통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점은 아쉽다. 그리고 우리의 설화 대신 일본의 설화를 차용하고 있는 점도 하나의 흠으로 작용하고 있다.

    극단《미지씨어터》의「기로시의 반란」(양지웅 작, 연출, 2015. 4. 15〜4. 19)은 참여 작품 중에서 형식적 실험이 가장 강한 편이다. 이 작품은 일종의 고려장과 같은 ‘기로 설화’를 모티브로 하고 있으며, 잡다한 쓰레기들을 예술적 오브제로 활용하고 있다. 우리 시대의 노인 문제를 퍼포먼스적인 연극적 실험으로 형상화하고 있는 이 작품은 ‘지금 이곳’ 우리사회의 비인간적 병폐를 상징적인 퍼포먼스로 보여주면서 관객들의 반성적 성찰을 요구하고 있다. 그리고 작품의 여러 곳에 정치적인 날선 메시지도 인터뷰 형식으로 삽입시키고 있다.

    이 작품의 무대는 하나의 미술품 전시장과 같다. 무대 바닥 전체에는 달라붙지 않) 특수한 질료를 섞은 흙으로 채워져 있고, 후면과 좌우 벽의 3면은 각종 쓰레기들이 설치되어 예술적 상징으로 되살아나고 있다. 이 작품 역시 메시지가 구체적인 서사로 변형되지 못해 관객과의 소통에 있어서 초점심도가 맞지 않는 아쉬움이 있다. 그러나 배우들에게 하나의 작품을 완성해 나가는 프로젝트를 제공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고 있는 점은 큰 의의가 있다.

    공연창작집단《팻브릿지》의「구색몽 : 전설의 시작」(김민우 작, 연출, 2015. 4. 22〜4. 26)은 김만중의 고대소설인 ‘구운몽’을 모티브로 하여 오브제로 파티션을 활용하고 있다. 파티션은 ‘칸막이, 분할. 구획’이라는 용어로 하나의 물리적 저장 장치를 논리적인 여러 공간으로 분할하는 것을 의미하고 있다. 그러므로 이것은 오브제의 개념보다는 오브제의 활용 방법을 통한 공간 이동을 의미한다. 이 작품은 하나의 무대 작품이 분할되거나 합쳐지는 과정을 통해 작품의 배경 공간의 전환과 이동을 표현하고 있다. 김민우의 이러한 파티션은 신속 정확하고 순발력이 아주 뛰어나 한 치의 틈도 보여주지 않을 정도로 완벽하다.

    이 작품은 고대소설을 현대적으로 짜깁기하여 우리 시대의 성 담론을 희화적으로 풍자하고 있다. 법당에서 도를 닦고 있던 성진이 용궁에 심부름을 갔다가 술에 취해 실수를 저지르고, 스승인 육관대사는 그를 인간세계에 보내는 벌을 내린다. 성적인 능력이 퇴화한 성진의 좌충우돌을 성적인 담론이 은밀하게 화두가 되고 있는 우리 시대의 성 풍속도를 역설적으로 풍자하고 있다. 이 작품은 참가 작품 중에서 가장 대중적인 코드로 관객의 웃음을 유발하고 있다. 그러나 주제의식의 불명확성 때문에 실컷 웃고 나서도 그 뒤끝이 뭔가 모르게 허전한 것이 아쉽다.

    극단《배우창고》의「별별 이야기」(박훈영 작, 연출, 2015. 4. 8〜4. 12)는 우리의 고대 설화를 모티브로 비닐류를 오브제로 선택하고 있다. 이 작품은 개인적인 사정으로 관극하지 못하여 리뷰를 제대로 할 수 없다는 것이 참 아쉽다.

     

    늘 깨어있는 정신으로 새로움을 탐하다

     

    이번의 ‘나다 페스티벌’은 처음임에도 불구하고 무사안일의 늪에 빠져 있는 기존의 연극인들에게 자아 성찰의 기회를 제공하고, 관객들에게는 내용의 참신함과 형식의 파격으로 관극의 즐거움을 만끽하게 했다. 설화를 재해석하여 오늘의 의미로 되살리고, 오브제를 활용하여 표현 방법의 실험성을 추구한 페스티벌의 콘셉트 역시 창의적인 새로움을 선보였다. 앞으로 이 페스티벌이 지속되기를 바라면서 몇 가지 제언을 하고자 한다.

    첫째, 내용의 새로움을 추구하되 항상 소통을 염두에 두는 일이다. 관객에게 친절을 통해 아부하는 것도 곤란하지만, 연극의 내용을 관객들이 이해하지 못하게 하는 연출과 작가의 독단도 곤란하다. 관객이 극장 문을 나서면서 서사를 이해하지 못해 뒤끝이 개운하지 못한 상태보다는, 서사를 이해하는 데에서 오는 즐거움과 감동을 주어야 한다. 관객들의 연극의 내용을 어느 정도 알고 이해해야 감동을 받을 것이고, 가슴속의 울림이 있어야 생각과 행동이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페스티벌이 끝나고 나면 사후 평가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전문 평론가들의 매 작품에 대한 공연 리뷰와 관객 평가단의 공연 리뷰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페스티벌이 끝나고 참가 극단과 모든 작품을 관극한 평론가 그룹, 그리고 작가와 연출가들이 한 자리에 모여 반드시 사후 평가를 해야 한다. 작품의 잘잘못에 대한 비평적 평가와 페스티벌 운영에 대한 평가가 함께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셋째, 참가 작품의 희곡집을 간행해야 한다. 공연된 작품의 희곡을 그대로 싣는 것보다는 전문가 토론회를 통한 희곡의 문학적 완성도에 대한 제언을 토대로 작품을 수정하여 완성된 텍스트로 거듭나게 해야 할 것이다.

    이번의 ‘나다 페스티벌’은 현실에 안주하는 부산지역의 연극계에 새로운 파장을 일으켰다는 측면에서, 그리고 젊은 연극인들이 의기투합하여 연극의 새로움을 향한 열정에 동참했다는 점, 또한 내용과 형식의 거듭남을 통해 부산지역 연극의 지형도를 넓혔다는 측면에서 큰 의의가 있다. 이번 페스티벌은 지역의 연극인들에게 왜, 무엇 때문에 연극예술을 하는가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과 자아성찰을 시도했다는 점에서, 그리고 ‘지금 이곳’의 관객들을 위해 연극은 어떻게, 어떤 모습으로 달라져야 하는지에 대한 생각의 물꼬를 텄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연극을 해서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은 하나의 환상이다. 연극을 하기 위해서 돈을 벌어야지 돈을 벌기 위해서 연극을 해서는 안 된다. 연극이 큰돈이 되지 못한다면 하루를 하더라도 즐겁게 해야 한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고 하지 않는가. 마지못해 연극을 하는 사람보다는 즐기면서 연극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번 ‘나다 페스티벌’에 참가한 극단과 연극인들을 보고 만나면서 필자가 느낀 소회가 바로 이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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