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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김문홍의 연극 이야기>올곧은 연극정신을 통한 소극장 운동



  • 올곧은 연극정신을 통한 소극장 운동

            -창단 30년의 극단 부두연극단과 새벽

     

    극작평론가 김 문 홍

     

     

    극단의 흥망성쇠, 20년이 고비

    지금 부산지역에는 제도권, 비제도권을 포함해 35개 정도의 극단들이 활동하고 있다. 한국연극협회 부산광역시지회 소속 극단은 24개, 나머지가 11개 정도이다. 비 제도권 극단으로 현재 활발하게 공연활동을 펼치고 있는 극단은 자갈치, 일터, 새벽 등 3개 극단이다. 그리고 아직 부산연극협회에 가입하지 않은 극단으로 공연활동을 지속적으로 펼치고 있는 단체로는 극단 미지 씨어터, 팻 브릿지, 툇마루, 해풍, 끼리 프로젝트, 연극놀이터 쉼, 아트 레볼루션, 하우 등 8개 극단 정도이다.

    부산연극협회 소속 극단들의 흥망성쇠를 살펴보면 대개 창단한지 20년을 고비로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지거나 침체일로를 걷고 있다. 창단 이후에 극단 현장이 24년, 극단 처용이 16년, 극단 열린무대가 13년 만에 거의 활동을 중단한 상태이다. 그리고 현재 활동은 뜸하지만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극단들 역시 창단한지 20년을 고비로 침체일로를 걷고 있다.

    그런데 올해로 창단된 지 30년이 되었음에도 한결같이 극단의 고유한 색깔을 지닌 뚜렷한 레퍼토리와 올곧은 연극정신으로 상업적 시류에 물들지 않은 채 무소의 뿔처럼 연극의 격랑을 헤쳐가고 있는 극단이 있다. 제도권의 부두연극단과 비 제도권의 극단 새벽이 바로 그렇다. 부두연극단은 1984년 10월 4일부터 14일까지 중앙동의 부두소극장에서 번역극「건축사와 앗시리 황제」를 공연하면서, 그리고 극단 새벽은 1985년 소극장 두레마당에서「시절 한 번 좋구나」로 창단 공연의 막을 올리면서 그 첫 발을 내딛어 오늘에까지 이른 것이다.

    창단 공연의 레퍼토리는 보통 그 극단의 연극적 이념이나 목표에 부합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그동안 부두연극단은 창작극보다는 주로 번역극을, 그것도 세계 명작이나 고전, 해외의 문제작이나 화제작을 중심으로 공연해 오고 있다. 극단 새벽은 그동안 주로 극단의 상임연출인 이성민의 창작극으로, 그것도 역사적 사실의 재해석과 우리 시대의 허위와 병폐의 부조리를 파헤치는데 주력해 오고 있다. 공통점으로는 두 극단 모두 창단 이후부터 지금까지 꾸준하게 소극장 연극을 해오고 있다는 점이다. 부두연극단이 상업극을 배척한 형식적 실험으로서의 ‘소극장 연극’이라면, 극단 새벽은 상업 자본을 거부하는 ‘소극장 연극운동’에 주력하고 있다는 점이 두 극단의 차별화된 개성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끊임없는 새로운 레퍼토리에의 도전과 실험

    부두연극단은 창단 이후 지금까지 끊임없이 새로운 레퍼토리를 통해 도전과 실험을 지속해오고 있다. 부두연극단의 레퍼토리는 크게 3가지 유형으로 구분되고 있다. 첫째는 부조리극이다. 그 동안의 작품을 살펴보면 사뮈엘 베케트의 작품으로는 「마지막 테이프」,「대사 없는 1막」,「고도를 기다리며」등이고, 해롤드 핀터의「생일파티」, 에드워드 올비의「동물원 이야기」,이오네스코의「왕은 죽어가다」와「비계 낀 감자」, 아라발의「환도와 리스」등이 주요 레퍼토리이다. 그 중에서 사뮈엘 베케트의「고도를 기다리며」는 극단의 대표적 레퍼토리로 정착되어 있는 작품이다.

    둘째는 현대의 고전 작품들이다. 작품으로는 장 주네의「발코니」,피터 셰퍼의「에쿠우스」,나보코프의「로리타」, 뒤렌마트의「어느 창녀의 귀환」(원제 ; 노부인의 방문) 등이 이 계열에 속한다. 세 번 째는 해외의 문제작과 화제작이다. 작품으로는 알베르 카뮈의「정의의 사람들」,「진흙」,「생사계」,「타오르는 어둠 속에서」,「살인자들」(원제 : 로베르토 쥬코),「19 그리고 80」,「쥐사냥」,「부산 예수」,「오프 스테이지」(원제 : 분장실),「서쪽 부두」,「위트」,「아니! 왜 그러세요」(원제 : 올리아나),「잘 자요 엄마」,「물고기 축제」, 「연극 같은 내 인생」(원제 : 보이체크) 등이 이 계열에 속하는 작품들이다.

    부두연극단의 세 가지 유형의 레퍼토리 작품들 중에서 세 번째 유형인 해외의 문제작과 화제작에 우리는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대부분의 작품들이 원래의 제목을 다시 바꾸거나, 아니면 원작의 상황을 ‘지금 이곳’의 우리의 상황으로 바꾸는 등 재구성의 형태로 변주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부두연극단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것으로, 극단의 대표이며 상임 연출인 이성규의 연극적 이념과 정신을 나타내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는 이러한 원작의 변주를 통해 끊임없는 내용을 통한 치열한 현실인식을 예리하게 드러내고, 또한 형식적인 실험을 통해 자신과 극단의 거듭남을 시도하고 있다. 이는 원작을 그대로 답습하는 치원을 벗어나 그 작품이 주는 메시지를 ‘지금 이곳’의 사회와 시대 상황과 접목하여 자신과 극단의 연극적 정신과 목표라는 정체성을 분명히 하고자 하는 의도일 것이다.

    부두연극단의 작품 연습은 뚜렷한 특징이 있다. 연습 과정 중에서 작품의 분석과 해석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는 사실이다. 작품의 분석 과정 여하에 따라 공연의 성패가 좌우된다는 신념에서이다. 그래서 그 작품에 관한 관련 논문이나 평론을 꼼꼼하게 체크하고, 배우들에게 쉬임없는 질문과 토론의 장을 펼친다. 아마 그런 집요한 분석에 빗대어 부두연극단은 연습에 들어가면 배우를 거의 아사지경에 이르기까지 들볶는다는 소문이 나도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평자는 흔히 처음 연극을 배우는 신인들은 부두연극단 작품 제작에 참여하여 혹독한 시련을 겪어보길 권한다. 이는 그만큼 부두연극단의 프로의식이 강하다는 증좌이다.


    창작극을 통한 소극장 연극운동의 첨병

    극단 새벽은 비 제도권 극단 중에서 특이하게 창단부터 지금까지 ‘동인제’ 극단 형태를 유지해오고 있다. 극단의 주요 구성원들이 함께 숙식을 하면서 연극 작업을 해오고 있기 때문에, 연극정신과 이념이 선명하고 연극 작업에 있어서 일사분란한 협업 체제를 발휘하고 있다. 극단 새벽은 소극장 연극보다는 ‘소극장 연극운동’을 실천해 오고 있으며, 창단 이후부터 지금까지 번역극은 일체 하지 않고 창작극만을 고집해 오고 있다. 그것도 기성 작가들의 익히 알려진 작품을 레퍼토리로 선택하지 않고, 구성원들의 토론을 거쳐 극단의 예술 감독이며 상임연출인 이성민의 창작으로 극본을 생산하는 체제를 끈질기게 이어오고 있다.

    극단 새벽의 주요 레퍼토리를 살펴보면 이 극단의 정체성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그 동안의 주요 작품들 중「폭침! 우끼시마호는 부산항으로 못 간다」,「아이꼬의 노래」,「히로시마 메시지」,「두 개의 시선-기억과 목격」,「새허생 이야기」,「히바쿠샤」(원작 ; 홍가이) 등의 작품은 우리의 근현대사 속의 역사적 현장을 오늘의 시각으로 재조명하여 왜곡된 역사의식의 허위를 고발하는 작품이다. 그리고「어머니 날 낳으시고」,「어느 골짜기에 관한 논쟁」등은 우리의 근현대사의 아픈 역사적 트라우마와 민주에의 열망을 통한 인간성의 조명 등을 탐색하고 있다. 또한 노동자의 인권과 우리 시대의 부조리와 모순, 병폐를 파헤치는 작품들도 다수이다.

    극단 새벽은 상업주의 자본에 휘둘리는 연극 환경을 철저하게 배격하고, 연극을 통한 관객의 의식과 행동의 변화를 목표로 뚜렷한 연극적 이념의 목표 아래 소극장 연극운동을 실천해 오고 있다. 그래서 극단 새벽은 지금까지 관 주도하에 이루어지는 연극 지원 정책을 철저하게 배격하고, 오로지 극단의 철저한 기획과 관객의 계도를 통해 연극운동을 확산해 가고 있다.

    극단 새벽은 지난 2012년에「철수와 영희를 위한 콘서트」공연을 끝으로 광복동의 소극장 실천무대의 문을 닫았다. 그 이후부터 지금까지 독립 문화공간인《효로 인디아트홀》건립을 목표로 기금 모금을 위한 공연과 콘서트를 병행해 오고 있다. ‘효로’라는 명칭은 극단의 창단 멤버이며 배우 활동을 해 오던 고 윤명숙의 아호이다. 극단은 오래 전부터 고 윤명숙의 연극적 업적을 기리고, 상업자본의 폭압적 구조에서 벗어나 자생적인 문화예술의 지형도를 확장하기 위한 독립 문화공간을 만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극단 새벽은 ‘삶의 연극화, 역사의 연극화’를 모토로 하는 동인제 연극집단이다. 극단은 창단 이후부터 지금까지 부산지역을 거점으로 하여 꾸준히 연극작업을 해오고 있으며, 한국적 연극양식에 대한 연구와 모색 과정에서 극단 나름의 독창적인 ‘연희극 양식’을 구축해 오고 있다. 극단 새벽의 운영시스템으로는 스타시스템에 대한 대안으로써 보존가치가 대중적으로 검증된 공연작품들을 질적으로 심화시키고, 폭넓은 대중과 만날 수 있도록 하는 창작극운동인 레퍼토리 시스템, 대중이 연극작업 현장에서 연극의 가치를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아카데미 시스템, 체제 이데올로기와 상업성에 휘둘리지 않는 독립예술의 제작 기반을 다지고 있다.


    연극의 본질은 사회교화이다

    연극의 기능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회 교화적 기능이다. 연극은 공연을 통해관객의 의식을 변화시키고, 더 나아가서는 그들의 행동까지도 변화시키는 힘을 지니고 있다. 상업 연극은 그러한 기능보다는 관객의 쾌락적 기능만 충족시킬 뿐 그들에게 자아 성찰의 기회를 제공하지 못한다.

    올해 창단 30주년을 맞는 부두연극단과 극단 새벽은 연극의 이러한 기능에 충실하고 있다. 그리고 이들 극단은 진정한 소극장 연극을 정착시키는 것은 물론, 한 걸음 더 나아가 그들의 연극 작업을 통해 소극장 연극운동의 단계로까지 진전하는데 큰 기여를 해 오고 있다. 한 극단이 자신들의 창작 작업을 뛰어 넘어 소극장 연극운동까지 병행한다는 것은 연극예술에 대한 올곧은 정신과 노력이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부두 연극단은 그동안 네 차례의 공간 이동을 통해 소극장 연극에 진력해 오고 있으며, 극단 새벽은 상업적 자본의 지원과 도움 없이도 오로지 투철한 연극이념으로 오늘에까지 소극장 연극운동을 펼쳐 오고 있다.

    두 극단은 이러한 연극적 성취라는 뚜렷한 결과물을 내놓고 있지만 몇 가지 아쉬움도 있다. 부두연극단은 이제부터는 번역극 이외에도 창작극의 공연을 통해 지역 연극의 지형도를 넓혀야 할 것이다. 극단 새벽은 비 제도권의 다른 극단은 물론 제도권의 극단 및 소극장과도 부단한 교류와 소통을 통해 협소한 연극적 공간을 더욱 더 확대하고 심화하는 노력과 열정을 보여야 할 것이다.

    지금 이곳 부산의 연극은 서울 대학로의 그것과 흡사한 연극적 조류에 휩싸여 가고 있다. 길거리의 연극 포스터만 보아도 상업 연극에 오염되어 가고 있는 듯한 징조를 발견하게 된다. 앞으로 얼마 있지 않으면 서울 대학로를 닮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없을 것이다. 이런 때일수록 더욱 더 심기일전하여 연극의 본원적인 정신으로 돌아가야 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30여 년 동안 순수연극의 길을 걸어온 두 극단의 사례는 이 지역 연극의 훌륭한 전범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순수연극을 하건 상업연극을 하건 연극 환경이 열악한 것은 변함이 없다. 연극은 태생적으로 가난한 예술이다. 그럴 바에야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 왜 연극을 하며, 어떻게 연극을 하는 것이 올바른 것인지 생각해 볼 일이다. 두 극단이 30년을 맞는 새로운 의미를 여기서 찾아야 할 것 같다. 두 극단의 올곧은 연극정신에 박수를 보내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연극비평지『봄』제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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